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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을 한결같이

스펙트럼

2020년 6월 22일 오후 6시,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에서는 어쩌면 앞으로 다시는 없을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코로나 시국에 그동안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던 본과 1학년 소아치과 치아형태학 실습시간이 최소한의 오프라인 진행으로 마쳐진 직후, 학생들이 교수님을 둘러싸고 꽃다발을 드리면서 감사의 박수를 올린 것이다.


이유는 그 시간이 오랫동안 그 실습수업을 이끌어주시던 교수님의 ‘마지막 수업’이어서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이벤트였다.

필자가 그 실습수업을 받을 때가 1987년인데, 그때에도 교수님께서는 그 자리에 계셨었고, 10여 년 선배님 실습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필자가 예과를 마치고 이제 본격적인 치과적인 배움을 가지게 되는구나 하는 부푼 마음으로 본과로 진입하여 비로소 손으로 뭔가를 하는 실습수업시간에, 유치의 형태를 칠판에 분필로 직접 그리시면서 치관의 융선, 치근의 형태를 알려주시고 유구치의 인접면의 구조자체가 우식증의 발생이 잘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유머를 섞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셨는데, 마지막 실습수업을 참관해보니 사용하시는 도구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뀐 것 말고는 여전히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유구치를 석고로 조각하고 있는 학생들 사이를 끊임없이 다니시면서 허리를 굽히고 있는 학생들의 자세를 직접 고쳐주시고, 어설프게 잡고 있는 기구를 핑거레스트 주는 법까지 자상하게 일러주시면서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변함없이 뿜어내시는 교수님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다.

 

 

1975년 군의관 제대하자마자 맡아 시작하신 실습수업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진행해주신 것부터 머리가 절로 숙여지고, 필자가 수련을 받을 때에도, 수련을 마친 후의 의국 OB 모임인 ‘세동회’에서 식사자리이건 야유회 모임이건 빠짐없이 애정을 가지고 참석하시는 교수님을 뵈면서 ‘한결같음’이란 단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

 

바깥에서 모이는 모임에서는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오시는 멋진 패션도 보여주셨고 실습 중간에 쉬는 시간에는 수련의들 수고한다고 초코파이 등의 맛난 간식을 챙겨주시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딱딱하고 지루해지기 쉬운 실습시간에 학생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도록 하는 열린 수업진행과 “라디오 DJ가 제일 싫어하는 이름이 무얼까요?”라고 뜬금없는 질문을 하시고 결국 학생들이 못 맞추고 “답은 노사연”이라고 해서 빵 터지는 웃음 속에 학생들이 긴장을 풀고 즐기면서 실습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셨다.

 

 

학생들의 꽃다발과 박수선물에 이어서 교수님은 담담하게 그동안의 지내오심에 대해서, 그리고 훌륭한 치과의사가 될 예비치과의사들에게 덕담을 나누어주셨고, 기념촬영을 할 때 학장님도 함께 하시면서 교수님께 감사의 마음을 치과대학 전체를 대표해서 전해주셨으며, 아쉬운 인사를 나눈 후에 교수님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진 미소를 남기시고 총총히 치과대학 문을 나섰다.

 

1975년~2020년, 교수님의 인생 절반도 훨씬 넘는 오랜 기간을 같은 자리에서 진지하면서도 부드러운 모습으로 우리들을 지도해주신 황의강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