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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구강위생관리? - 치료에서 예방으로 바뀌는 패러다임 전환의 치과적 표현

구강미생물에 대한 15가지 질문<16>

김혜성 이사장(서울치대 졸업, 동대학원 박사)


사과나무의료재단의 이사장이자, 재단 산하 의생명연구소의 미생물 연구자이다.

구강미생물에서 시작해 장내 미생물, 발효 음식의 미생물까지 폭넓게 공부하며 몇 권의 책을 냈고 논문을 발표했다.

『미생물과의 공존』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이야기』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등 3권이 과학기술부 선정 우수과학도서를 수상했다.

 

 

 

 

언제까지 살고 싶으세요?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 50대 중반을 넘어가니, 저 역시 죽는날까지 건강히게 살고 싶다는 소망이 커집니다. 병원에서 연명치료에 기대서 삶을 연장하기 보다, 9988 이란 말처럼, 팔팔하게 살다 이 세상으로의 소풍을 마치고 싶습니다.


이럴 때 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데요, 미국인 스콧니어링 이란 분입니다. ‘조화로운 삶’ 이란책으로 잘 알려진 분이지요. 1883년 생인 이 분은 1차 세계대전과 1930년대의 세계 대공황을 거치는 동안 자본주의의 불안정성이 환멸을 느끼고, 50세 즈음해서 버몬트 시골마을에 들어가 100살까지 산 분입니다. 이 분은, 지천명 즈음해서 스스로의 삶의 방향을 재설정해서 나머지를 그 방향대로 살았다는 점, 100세 된 날 스스로 곡기를 끊고 자기 의지대로 죽음을 맞이했다는 점, 그 동안 병원신세를 한번 도 안지고, 먹거리를 포함해 자신의 생활에 필요한 것을 스스로 해결했다는 점등에서 건강노화를 꿈꾸는 제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우리도 그럴 수 있을까요? 쉽지 않습니다. 우리의 시대와 사회가, 약권하는 시대고 약권하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주위에 병원과 약이 넘쳐나고, 나이가 먹을수록, 점점 먹는 약이 늘어갑니다. 주위에 친구들은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 에 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65세 이상 인구중에 5개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다제약복용(Polyphamacy) 환자들이 심지어 80% 가 넘는다는 추계가 있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입니다. (박혜영, 손현순 et al. 2018) 물론, 그 다양한 약들은, 각각의 효능을 겨냥해서 처방되고 먹겠지만, 저는 그런 약들이 전체적인 내 몸의 건강과 수명연장에 도움이 될까 에 대해 늘 회의가 듭니다. 약이란 것이 늘 부작용을 동반하고, 내성이 생기기 때문이죠.


http://www.mygoy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54276

 

그래서 일까요? 최근들어 기대수명(Lifespan)은 정체상태에 들어가고, 건강수명(Healthspan)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눈에 띱니다. 기대수명은 20세기 들어 줄기차게 늘어서,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기준으로 82.7년에 이르렀는데, 그 기대수명중에 병에 시달리고 약에 기대지 않고 사는 기간인 건강수명은 64.4세로 건강수명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이래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것은 세계적 추세입니다. 기대수명은, 장수의 양적 지표일 수 있고, 건강수명은 장수의 질적 지표일 수 있을텐데, 장수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런 다제 약복용과 건강수명의 악화의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미국 스탠포드대의 예방의학교수인  마르바스티(Marvasti)는,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너무 치료 중심적이라 꼬집습니다.(Marvasti and Stafford 2012) 19세기말, 코흐와 파스퇴르에 의해 확립된 질병세균설(germ theory)부터 시작한 감염병의 원인을 분자생물학적으로 해석하고 해결했던 경험을, 그대로 21세기 노령화 시대 만성질환의 해결에 연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감염병은 미생물이 원인이고, 만성질환을 생활습관이 원인이라 전혀 병인이 다르고, 그래서 접근도 달리해야 하는데 말이지요. 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것들은, 그 자체로는 질병이 아니라,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요소(risk factor) 인데도, 그것을 질병화 하고 약물화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흐름을 가져오게 한, 치료행위당 지급되는 의료경제적 문제, 모든 것을 쪼개 보려는 연구자들의 환원주의적 태도,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일반인들의 욕망, 의학교육과정 등을 걱정합니다.


전 이분의 걱정에 공감합니다. 이런 흐름들이 개혁되고, 치료에서 예방중심으로 21세기 의료의 중심이 옮겨져야 노령화되어 가는 인류의 필요에 부응하고, 의료가 건강수명의 연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요.  동시에 그 개혁과정이 쉽지 않겠단 회의감도 듭니다. ‘평생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들을 많이 만들어야 개원에 성공한다’ 는 한 개원의의 고백이 이미 고착된 우리 의료시스템의 어두운 면을 보여줍니다.(신우섭 2013) 대형대학병원들의 성장동력이 되어 계속 증축되는 암병원에도 그 어두운 면이 겹쳐지기도 하구요. 암이란 것 역시 크게 보면 분자생물학적 항암제로만은 해결하기 어려운 생활습관과 전인적인 문제의 반영일 수 있을텐데, 암병원이란 것이 암의 한 면만을 확장하고 집중하고 해결하고 들 것이고, 이는 늘 부작용을 동반할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치과역시, 노령화 시대에 치료에서 예방으로 가는 흐름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동시에 그 예방활동의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고, 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1세기 벽두부터 시작된 미생물학의 혁명은, 구강미생물이 치주질환이나 치아우식증뿐만 아니라, 치매나 심혈관문제 같은 심대한 질환이나,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Wade 2013)


치과병원의 운영자이자, 의료공급자로서 참 다행이라 생각하는 점은, 우리는 그런 예방활동을,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도, 이미 투자된 시설을 바꾸지 않고도, 시작하고 확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잇솔질, 스케일링, 치면세마술 등에는 특별한 시설도 필요없고, 전신적 약물투여도 필요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구강이라는 내 몸중 가장 음험한 바이오플름의 서식지에서 미생물 부담(microbial burden) 을 낮추어 내 몸의 면역이 감당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가장 효율성이 높은 위생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런 활동은, 장기적으로 각 치과병의원과 치과계 입장에서 보아도 유리합니다.  평소에 꾸준한 구강위생활동으로 환자들을 대하고 맞는다면, 그 환자와의 지속적일 랍보(Rapport)가 형성되지 않을 수 없을테니까요. 개원한지 26년차가 되어 가는 지금의 저는, 저희 병원이 평소에 꾸준한 예방활동으로 환자와의 신뢰라는 바탕위에  올려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생각을 바꾸고 직원들도 교육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야 저희 병원의 지속가능성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니까요. 다만, 아쉬운 것은, 구강위생교육이나 전문가잇솔질 같은 매우 중요한 구강위생활동에 아직 보험급여가되지 못한다는 것인데, 모쪼록 협회를 비롯한 정책결정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바랄 뿐입니다.


요컨데 저는 이번 시리즈를 통해, 구강미생물이 우리 인간에게 미치는 매우 다양하고 심대한 문제들의 근거를 모으려 했습니다. 결론은, 구강위생활동의 기대수명에서 건강수명으로 인간의 욕망이 바뀌고, 그에 부응하기 위해 치료에서 예방으로 바뀌어 가야 하는 21세기 의료시스템의 치과적 표현이다..란 점입니다. 읽으신 분들께 하나의 실마리가 되었으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감사합니다.

 

Marvasti, F. F. and R. S. J. T. N. E. j. o. m. Stafford (2012). "From “sick care” to health care: reengineering prevention into the US system."  367(10): 889.
 
Wade, W. G. (2013). "The oral microbiome in health and disease." Pharmacological research 69(1): 137-143.
 
박혜영, et al. (2018). "우리나라의 다제약제 현황과 적정관리 방안에 대한 고찰."  28(1): 1-9.
 
신우섭 (2013). 의사의 반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