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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치과의료

스펙트럼

감염병의 위협이 날로 극성입니다. 누적된 스트레스가 사회 전반을 물들여가고, 무더위와 습기에 짜증마저 더해갑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붙잡아 간신히 버틸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은 수가 나타날 때까지는 말이지요.


제 경우에는, 4월로부터 한 차례 연기시킨 결혼식을 9월에는 반드시 진행하고자, 예비신부와 서로를 격려하며 매일의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좋은 소식을 알리면서도 모실 수 없는 사정을 함께 전하며, 안부를 이어갑니다.


개원가 선배님들의 넋두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치과계가 힘들다는 이야기는 극히 일부에만 해당하는 내용이라 여겨왔는데, 이제는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서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가령 환자들의 신뢰 감소, 직원들과의 불화와 같은 총체적인 어려움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어려움은 치과의료계를 포함한 전체 의료계의 환경 변화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가속화된 변화의 흐름을 부지런히 좇아야만 할 텐데, 그 흐름의 방향성을 어찌 읽으면 좋을지 고민입니다.


변화의 방향을 건강관리, 구체적으로는 사람 중심의 건강증진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개인을 건강증진 수행의 주체로 인정하여, 질병 내지는 의료인 중심으로 이뤄지던 의료 제공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한국의 의학계도 이러한 관점에서 만성질환 관리의 흐름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투약 위주의 제공 방식으로부터, 문진을 통한 위험도 평가나 습관 개선 등을 점차 중시하는 방향으로 상당한 변화를 이루었습니다. 이는 국민과 정부의 지지를 통해 건강증진센터의 설치와 같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접어들수록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기저질환자의 감염병 취약성을 강조하며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자원이 집중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치과질환이 만성질환으로 인식될지에 대해서는 차치하고서라도,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질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이를 습관 개선 등의 수단을 통해 극복하려는 방식은 점차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그런데 외람되게도, 이러한 변화에 대해 한국의 치과의료계는 충분히 대비되어 있지 않은 듯 보입니다. 쉬운 예로 치아우식증이 존재할 때에, 우식증의 심화 정도에 주목할 뿐 설탕섭취 횟수, 치태지수 등 위험도를 평가하고 그에 맞는 치료계획을 수립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방식을 보편화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현실적인 요인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세계치과의사연맹과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유수의 저널들이 이러한 치과의료의 변화 필요성에 계속해서 주목하고 있는 지금, 치료 중심의 기성 패러다임이 치과의료의 저변을 넓히는 데에 얼마나 공헌할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