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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의료수가, 적절한가?

스펙트럼

최근 정부와 의협 사이의 공공의대 이슈는 응급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기피과’의 인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에 있어서 대립되는 각 집단의 확연한 입장 차이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지방에는 응급환자를 볼 의사 수가 많지 않으니 의무복무를 하는 공공의사를 배치해서 지방에서도 응급환자를 빠르게 보게 하겠다’는 취지로 공공의대를 신설하겠다는 입장이었고, 의협은 공공의사를 통해 기피과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수가부터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이를 치과의 상황에 비유해 보면 어떨까?


의과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지만 치과는 생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영역은 아니기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 환자의 생명이 치과에서는 자연치의 보존과 동일하다고 생각하고 내 나름대로의 상황을 만들어봤다. 신환이 왔는데 #36을 예전에 타원에서 endo & crown을 진행했었고 별 문제 없이 지내다가 최근에 biting시 불편감이 생겼다는 주소로 내원했다고 가정해보자. 구강검사 후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어 방사선 사진을 촬영해봤더니 mesial root의 apical third file sep.이 관찰된다. re-endo를 시행해도 성공할 확률은 극히 낮다. 치근단 절제술이 적합한 상황. 허나 개원가에서 이를 시행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아무리 해당 진료에 능통한 치과의사라고 해도 이는 부담일 것이다.


애초에 개원가에서 치근단절제술을 일상적으로 적극 진행하고 있는 치과의사도 드물 것이다. (물론 일상적으로 하는 개원의도 있겠지만 이는 소수일 것이다.) 대부분의 치과의사에게 치근단절제술은 기피진료일 것이라는 얘기다. 왜일까? 대부분이 GP이기 때문인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전문의냐 아니냐와 관계없이 임플란트는 대부분 일상적으로 하고 있지 않았던가? 심지어 임플란트는 높은 비용을 들여 세미나까지 들어가면서 본인의 기술로 습득하려하는데, 왜 치근단절제술은 기피하는 것일까? 이는 간단하다. 치근단절제술의 수가가 형편없이 낮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순 비교만 해봐도 수가가 터무니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케일링 수가가 32000원 정도인데 치근단절제술은 전치가 약 3만원, 구치는 약 4만원인데 그것도 치근당이 아니라 1치당이다. 술식 난이도로 따졌을 때도 그렇고, 위험부담을 따졌을 때도 그렇고 정말 말이 안 되는 수가이다. 누가 하겠는가?

 

그렇다면 치근단 절제술을 기피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조치가 타당한지 생각해보자. 치근단 절제술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치과수련의 선발 숫자를 늘리면 될까? 애초에 치근단 절제술 자체가 수요가 없기 때문에 이를 위해 수련하려는 숫자가 늘어나지도 않을뿐더러, 혹여 늘어난다 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진료를 해봐야 적자가 나는 진료를 누가 하겠는가. 그러다가는 대부분의 치과가 폐업을 할 것이다. 과연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이 효과적인 해결책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치근단절제술의 수가를 높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부분의 개원가에서 임플란트와 마찬가지로 세미나를 통해서라도 본인들의 기술로 습득할 것이고, 늘어나는 임상증례를 바탕으로 기술의 진보도 꾀할 수 있겠거니와, 대부분의 치과의사가 일상적으로 하는 술식이 될 것이다. 쉽게 말해 진료의 퀄리티가 상향평준화 될 거라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발치하지 않고 좀 더 생명을 연장하게 되는 치아의 절대적 숫자도 증가할 것이고, 이는 사회 전반적으로 봤을 때 이득일 것이다.


사실 이렇게 수가가 터무니없게 책정된 것은 비단 치근단절제술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몇몇 진료에 대해 책정된 수가를 보고 있으면 해당 진료를 하라는건지 말라는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을 정도이다.
진심으로 수가가 개선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