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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사라진다 치과 환자 돌아오나

올해 치과계 할퀴고 간 코로나19 상흔 확연
치과 간 소득 격차 확대 뚜렷 내년도 ‘우려’
경영·심적 타격 막심…내년 반전 전망 물음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인류가 반격을 시작했다. 시계 제로이던 치과계의 시선도 이제 백신 이후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올해 1월 말부터 국내외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는 예외 없이 치과의사들에게도 물심양면으로 막대한 타격을 줬다.

대구·경북 지역 중심의 폭발적 확산으로 마음 졸이던 2, 3월을 지나 지역 사회 감염이 현실화 된 8, 9월 그리고 11월 이후 또 다시 찾아온 대유행. 치과 개원가의 위기감과 불안은 올해 그들의 일상이 됐다.

특히 좁은 공간에서 진료하는 치과의 특성상 교차 감염에 취약할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환자들의 발걸음은 선택적이었다.

치과 진료로 인한 감염 사례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드물었지만 환자들의 확신은 학문적 근거 밖에서 형성됐다.

‘위드 코로나’시대에도 새로운 학문은 생산됐지만 대부분 온라인 플랫폼에서 소비되고 갈무리됐다.

그래도 일선 치과의사들의 ‘개원 시계’는 꾸준히 돌아갔다. 다만 조금 느리고, 때로는 멈춰서기도 했다.

# “우리 치과 주변이 다 폐허죠”
“일단 지하에 찜질방, 위로 올라오면 한정식 집, 병원, 사격장 그리고 게스트하우스가 차례로 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에는 치명적인 업종들이죠. 당연히 저희 치과에도 영향이 없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7일 서울 중심가의 한 치과에서 만난 A 원장은 자신이 입주해 있는 건물을 예로 들며, 왜 코로나19가 치명적이었는지 조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2월의 확산세를 보고 환자가 없는 상황이라면 미뤄뒀던 치과 내부 리모델링이라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공사를 진행했지만 다시 오픈한 이후에도 큰 반전은 오지 않았다.
 


A 원장은 “상황이 오래 갈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서 일부 직원의 재계약을 포기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 고정 경비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자구책을 마련해 그나마 선방을 한 편”이라며 “몇 달은 건물주가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깎아 주기도 했지만 그것도 임시방편”이라고 한 숨을 내쉬었다. 대화를 나누던 중 파트타임 직원이 인사를 건넨 다음 퇴근했다.

치과를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1층 상가에 ‘폐업’공지를 내건 음식점, 잡화점들이 한 건물 건너 하나씩 나왔다.
개원 반경에 속하는 주변 자영업자들의 잦은 폐업은 근방 치과들이 심각한 ‘고사(枯死)’ 위기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요소 중 하나라고 경영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확진자 내원, 일상은 어디 갔나요?
가슴도 내내 답답했다. 최근 폭발적으로 확진자 수가 늘면서 치과 진료 현장 역시 조금 더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환자나 의료진의 가벼운 기침과 안색 등 몸이 불편한 신호에 서로 민감해지면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50대 치과의사 B 원장은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곧장 샤워실로 달려간다. 하루 종일 진료한 흔적이 자신의 몸에 실려 혹시 식구들에게 전달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한 끝에 만든 ‘루틴’이다.

개원한 치과 주변에 연이어 확진자가 나오면서 자신도, 가족도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확진자가 다녀간 치과에서 근무하다 자가격리를 했다는 페이닥터 C 원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오는 심리적 스트레스와 시공간의 제약에서 오는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예약한 PT나 주말 세미나 등록 등 해야 했던 일들을 모조리 할 수 없게 되는 바람에 상실감이 크다”고 괴로운 심경을 전했다.

환자가 오던, 오지 않던 코로나19는 치과의사들의 마음에도 큰 상흔을 새겼다.

# 백신 최우선 과제, 경기 흐름은 ‘빨간불’
내년은 어떨까. 일단 치과의사들의 전망은 밝지 않다. 본지가 창간 54주년을 맞아 치과의사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가량(49.7%)이 올해와 비슷한 코로나19 상황이라면 내년에도 환자들이 치과를 찾지 않을 것으로 봤다.

대신 ‘코로나19 백신 접종 보편화’(48.0%)나 ‘일평균 확진자의 확연한 감소’(29.0%)를 선결 조건으로 꼽았다. 환자들이 오더라도 시기와 접종 효과, 집단 면역의 수위에 따라 그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거시 경제의 흐름도 치과 경기에 우호적이지 않다.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2~3년이 더 필요하다는 진단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고, 국내 연구기관들 역시 최근의 소비패턴을 근거로 경고음을 내고 있다.

반론도 있다. 경제 사이클로 인한 위기가 아닌 만큼 위험 요소가 제거되면 봇물 터지듯 치과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논리다. 통증 위주의 진료가 중심이지만 선택적 진료 역시 환자 내원이 전제 조건이라는 점에서 치과 진료 수요가 마냥 후순위가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코로나’시대에서 ‘포스트 코로나’시대로의 전환은 연속이면서 동시에 강한 부정이다. 95%의 확률을 담보했다는 백신은 치과의사의 일상 복귀를 위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을까.

2021년의 치과계는 2020년의 치과계를 넘어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