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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적이고 종합적인 평생 국가구강검진체계 구축에 관한 제언

시론

치주질환과 치아우식증이 2019년 외래 다빈도 질환과 국가 의료비 부담에서 각각 1위와 5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치과 양대(兩大) 질환의 높은 유병률과 의료비 부담은 국가구강검진제도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 보아야 할 시점임을 말해주고 있다. 현재 국민 구강건강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제도에는 학생구강검진(초 1~6, 중 1, 고 1 대상, 교육청), 국가구강검진(19세 이상 모든 국민 대상,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국민건강영양조사 내 구강검진 및 설문조사(전 연령 대상, 질병관리청) 등이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시행해오고 있는 학생구강검진과 시행 후 11년이 지난 국가구강검진은 지금까지도 처음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후퇴했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5년마다 수립되는 3차 국가건강증진 종합계획(2021-2025년, 보건복지부) 어디에도 국가구강검진에 대한 종합계획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에 필자는 치과질환의 높은 유병율과 의료비 부담에 이어 곧 닥쳐올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실효적(實效的)이면서도 종합적(綜合的)인 평생 국가구강검진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언을 하고자 한다.


# 국가구강검진에 치과 파노라마 항목 도입 시급
먼저 진정한 의미의 국민 구강건강증진을 위한 국가구강검진이 되기 위해서는 치과 파노라마 항목을 도입하여 현행 육안(視珍) 구강검진의 한계를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 이는 일반건강검진 수검율(70%)에 비해 턱없이 낮은 국가구강검진 수검률(31.2%, 2018년)과 ‘아아아~’는 이제 그만!’ ‘안 받아도 그만’, ‘입 벌리라고 해 눈으로 슬쩍 살피는 정도’라고 희화화하는 수검자들의 반응으로 잘 알 수 있다. 이러한 형식적인 구강검진으로 인해 미 검진 시 해당 사업주에게 과태료가 부과되는 일반건강검진의 다른 항목과는 달리 구강검진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일반건강검진 필수 항목에서도 빠지게 되었고 이것이 낮은 수검율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치과의사의 맨눈에만 의존하는 구강검진에서 치과 파노라마를 도입하여 실효적인 구강검진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미이다.


잘 아시다시피 치과 파노라마는 전체 치아와 턱뼈, 턱관절 및 상악동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치과방사선사진(흉부방사선 노출량의 1/3)으로 거의 모든 치과의원에서 촬영 가능하다. 또 육안 평가할 때보다 치주질환과 치아우식 발견율이 31.9%, 23.1% 높아졌고, 영유아와 어린이의 매복치 혹은 치아 이상 발견에 따른 조기 부정교합 예방은 물론 40대의 만성치주염과 물혹(낭종) 등 양성 종양 및 만성치주염에 의한 노인 골수염까지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치과 파노라마는 위장-대장내시경처럼 ‘구강내시경적 치과방사선’이다. 이에 실효적이면서도 높은 수검율의 국가구강검진을 위해서는 치과 파노라마 도입을 통한 구강검진비용의 현실화는 물론 산업안전보건법에 구강검진을 다시 일반건강검진 필수 항목으로의 지정해야 한다. 다만 치과 파노라마는 흉부방사선 촬영과는 달리 차량 이동에 따른 장비 축의 변화로 출장 촬영이 어려워 근로자들이 휴가나 야간(夜間)을 이용해 내원 촬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언급해 두고자 한다.


# 치과 파노라마 항목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필요
문제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목표질환(유병률 5% 이상, 목표질환 사망률 10만명당 10명 이상, 질병부담)의 설정이다. 이 중에서도 ‘10만명당 10명 이상인 사망률’은 구강검진 항목 도입을 위한 목표질환 설정에 최대의 걸림돌이었다. 이는 어떤 치과질환도 심장병, 당뇨병, 폐렴 등 목표질환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질 뿐 근원적으로 위의 같은 사망률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치과 파노라마는 일반건강검진 설계 시부터 이런 절차 없이 도입된 흉부방사선검사처럼 구강검진과 함께 도입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치과 파노라마를 구강검진 항목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치과질환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치주질환을 목표질환으로 설정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치과의사에 의해 구강검진 항목 도입을 위한 기준을 따로 마련하든지, 아니면 국가구강검진을 일반건강검진과는 별도로 진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2018년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관리과에서 치주질환을 목표질환으로 설정하면서 치과 파노라마 도입과 관련된 연구용역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1년여에 걸친 연구용역 결과 국민 건강증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근거 부족을 이유로 도입을 보류하였다. 이에 협회에서는 만약 비용 대비 효과가 문제라면 치주질환 유병률이 증가하는 만 40세 생애전환기에 치면세균막 검사 대신 치과 파노라마를 촬영하거나 아니면 시범사업을 통해 비용 대비 효과를 평가해 보자고 제안하였다. 이후 국회에서 구강생활건강과 및 만성질환관리과와 최종 의견조율을 했지만 만성질환관리과에서는 그 당시 폐암을 일반건강검진 항목으로 추가 도입하면서도 현행 일반건강검진 항목 중에 비용 대비 효과가 없는 검진 항목이 많다는 이상한(?) 방어논리로 펴면서 치과 파노라마 도입에 난색을 표하였다.


# 만 66, 70, 80세 노인구강기능검사 항목 신설
또한 급속한 노인 인구 증가로 인해 국가구강검진에도 일반건강검진 내의 성·연령별 목표질환별 항목인 노인신체기능검사(만 66, 70, 80세) 같은 ‘노인구강기능검사’ 항목의 신설이 필요하다. 이는 노인신체기능검사 항목에 노인구강기능검사를 추가하거나 아니면 별도 항목으로 신설하여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800-1000명 정도의 70세 이후 노인 집단에서 치주질환 유병률과 구강기능제한율(저작불편 또는 발음불편 분율)이 50% 수준에 이른다는 ‘국민건강영양조사 내 구강검사-설문조사’와 65세 이상 노인 치과진료 미치료율이 시간이 갈수록 더 증가(65~69세 12.0%에서 85세 이상 20.0%)한다는 ‘2017년 노인실태조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가 노인구강기능검사의 중요성을 잘 뒷받침 해주고 있다.


또 고령화가 서서히 진행된 독일의 5기 국가구강조사(2014년, DSM V)에서도 기존의 어린이(12세), 성인(35-44세), 전기 노인(65-74세) 집단에 후기 노인(75-100세) 집단을 추가하여 후기 노인의 구강건강관리를 위한 유용한 구강기능지표 즉 ‘치료협조가능도, 구강위생능력,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산출할 수 있었다. 특히, 2016년 일본치과의사협회와 일본노년치의학회에서는 ‘구강불결, 구강건조, 교합력저하, 혀입술운동기능저하, 저(抵)설압, 저작기능저하 및 연하기능저하’의 7가지 항목 중 3개 기준치 이하를 “구강기능저하증”이라는 새로운 병명까지 만들고 보험 항목으로까지 등재시켜 지역사회포괄케어에 활용하고 있다.


이는 노인구강기능저하가 전신쇠약(frailty)에 따르는 요양 상태로 이행되게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특히 의존적 노인에서는 구강위생불량에 따른 흡인성 폐염 발생과 저작 및 삼킴 장애라는 생존 상황까지 깊이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치과질환의 높은 유병률과 의료비 부담은 물론 곧 다가올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국가구강검진에 치과 파노라마 항목의 도입과 산업체 근로자들의 필수 검진 항목으로 재지정 및 노인구강기능검사까지 추가한 실효적이고 종합적인 국가구강검진체계의 구축이 시급함은 분명해 보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