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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ng well

시론

코로나19 대유행이 모든 영역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 삶을 온통 뒤바꿔 놓고 있다. 전 세계 약 10억 명이 재택근무를 하고, 화상 회의와 협업 도구 사용이 급증하면서 일하는 방식도 변화 되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전대미문의 혼란을 일으키며 우리 삶의 패러다임(paradigm)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2021년을 사는 우리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며 더 잘 생존하기 위해서 총체적인 개편(reset)을 요구받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 혼돈의 시대에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는 인생을 살아가는 최고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기원전 250년 경 구약 성서에 등장하는 코헬렛(Kohelet)은 인간이 얼마 안 되는 나날 동안 이 땅에서 행하기에 가장 훌륭한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려고 했고, 참된 즐거움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탐구했다. 그는 인간이 자기 성취를 위해 줄기차게 달려가지만 결국 공허함만을 발견하게 되는 ‘쾌락주의의 역설’에 빠지고 만다는 것을 알았다. 인간적인 관점에서는 이 역설을 풀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신에게서 그 해답을 찾았다.

 

세계 최장기 성인 발달연구를 진행한 하버드 의대 정신과의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인생 여정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만들 수 있겠는가”에 대하여 일생을 바쳐 연구했다. 그의 아버지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실제 모델인 고고학자이자 뉴욕 자연사박물관의 관장이었다. 아버지는 그가 열 살 때 권총자살 했다. 이 일로 그는 결국 정신과 의사가 되었고, 평생을 성인발달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긍정적으로 나이 드는 것(aging well)이란, 사랑하고 일하며 어제까지 알지 못했던 사실을 배우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공적인 노년과 그렇지 못한 노년의 차이는 바로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여유’에 있다고 하였다. 또한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의 필요조건으로 ‘성숙한 방어기제’를 꼽았다. 그것은 소소하게 불쾌한 상황에 부딪치더라도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일 없이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내면의 성숙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한 때 EQ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는데, 뉴햄프셔대 심리학과 존 메이어 교수는 EQ의 한계를 보완하는 지능으로 ‘성격’을 주목했다. 그는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성격지능(personal intelligence)이 높은데, 성격지능이 높을수록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거나 주변 사람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였다. 2,500년 전의 문헌에서도 철학자, 종교지도자, 정치인들은 자신과 타인의 성격을 잘 파악하는 것이 삶에서 매우 중요하고, 갈등을 해결하는데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1902년도 미국 심리학 저널에서 심리학자 에드먼드 샌퍼드는 ‘행복한 노년의 진짜 비결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데 있다’고 하였다.


결국 인간은 사람들과 잘 어울림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그런데 코로나 대유행이 서로를 어울리지 못하게 하니 삶이 메마른다. 하지만 새해가 밝았으니 삶이 메마르지 않도록 마음을 촉촉하게 가꿔보자. 며칠 전에 손 편지를 하나 받았다. 모 어린이 재단을 통해 8년 정도 후원한 학생으로부터 편지였다. 후원을 시작할 때 초등학생이었는데 연로하신 할머니, 병상의 아버지가 있었다. 그 동안 나는 학생에게 연락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작년 말 자매결연 학생에게 크리스마스 편지를 보내주는 재단 연말 행사에서 처음으로 안부 편지를 썼다. 학생은 이번에 수능을 보았고 합격 소식을 전하고 싶어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느라 답장이 늦었다면서 치위생과와 간호학과에 합격했다고 반갑게 소식을 전해왔다. 편지 말미에 ‘자신의 성장시절을 함께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는 부분에서 나는 울컥했다. 고마움과 따뜻함이 몰려왔다.

 

당분간 혼돈의 시간을 보내겠지만 인류는 언젠가 코로나 대유행도 극복할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즐길 줄 아는 여유, 내면의 성숙, 타인에 대한 사랑을 마음속에 항상 품고 산다면 좀 더 멋지게 나이 들것(aging well) 같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