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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이름이 진료수가 암시 개원가 “분통”

OO플란트 ₩…노골적 가격 암시 ‘눈살’
저수가 공세 목적 치과 명칭도 바꾼다?
현행 의료법상 마땅한 규제 근거 없어

 

일부 치과들의 작명 ‘꼼수’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시민44플란트치과의원(가명)’, ‘X플란트30치과의원(가명)’ 등과 같이 치과 상호에 특정 진료 행위를 연상케 하는 문구와 가격을 암시하는 숫자를 결합하는 행태가 최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들 치과의 대다수가 상호에 명시된 숫자와 같은 가격으로 저수가 광고에 한창이지만 이를 규제할 만한 법적인 장치는 마땅히 없기 때문에 인근 개원가의 한숨만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치과계 일각에서는 이들이 정서적인 불편함을 넘어 의료인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내려놓은 편법으로 상식적 개원 질서를 교란하고 있는 만큼 이제라도 규제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국 치과 병의원 현황 자료를 근거로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유형의 상호를 쓰는 치과병·의원은 전국적으로 18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50만의 중소도시에 위치한 ‘○○플란트치과의원’도 그중 하나다. 해당 치과는 수가를 암시하는 상호가 큼지막하게 노출된 간판으로 건물 유리벽 절반 이상을 뒤덮고 있다.


또 치과 홈페이지에는 상호에 표기된 숫자와 같은 ‘○○만원’으로 임플란트 수가를 명시하고 있었다. 임플란트 저수가 공세를 위한 수단으로 치과 이름을 활용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지방 대도시에 개원해 최근 상호를 변경한 ‘X플란트○○치과의원’의 경우는 아예 상호 옆에 원화표시(₩)까지 달아 더욱 노골적으로 수가를 암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해당 치과 관계자는 “가장 방문이 많은 환자 연령을 치과 이름에 반영해 친근감을 주려고 한 것일 뿐 임플란트 가격을 암시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오히려 “애초에 문제가 됐다면 관할 보건소에서 개설허가를 내주지 않았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 극단적 가격 위주 개원 환경 ‘우려’
의료기관 개설 검토와 허가를 담당하는 관할 보건소의 입장은 무엇일까. 해당 치과가 위치한 보건소 측은 “이런 식으로 저가 공세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줄 몰랐다”고 반응했다.


이와 함께 이 같은 형태의 꼼수가 확인되더라도 규제할 만한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는 현실적 한계를 언급했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제40조(의료기관의 명칭 표시)’ 제1항에 따르면 ‘고유 명칭에 특정 진료과목 또는 질환명과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만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을 암시하는 문구가 치과 명칭에 들어가더라도 이를 규제할 마땅한 방책이 없다는 것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에 질의한 결과 의료기관 명칭에 금액을 명시해 특정 시술 비용을 노골적으로 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답변이 나왔고, 또 의료 질서를 해칠 것으로 판단될 시 지자체에서 시정 명령을 내릴 수는 있다”고 전제한 다음 “다만 법적 규제 근거가 없어 해당 치과가 행정 소송을 걸 경우 승산이 없고, 이미 고유 명칭에 숫자를 사용하고 있는 기존 선량한 의료기관까지 규제 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개원가 “합리적 규제 논의 뒤따라야”
문제는 이 같은 형태의 치과들이 최근 전국 각지에서 우후죽순 고개를 들면서 우려의 목소리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당 치과에서 노골적인 저가 공세를 계속하면 인근 치과들도 덩달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특히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의원급 확대 등 최근 정부 정책과 맞물려 의료기관 선택 기준을 오로지 ‘가격’에만 맞추게 하고, 나아가 치과 의료를 상품화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이에 대응할 법적 규제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치과 개원의는 “치과의원 간 가격 경쟁이 극단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런 꼼수가 용인되면 너도나도 상호에 가격을 암시하는 숫자를 달고, 환자는 간판에 적힌 숫자를 보고 치과를 선택하는 웃지 못할 광경도 연출될 것”이라며 “마땅한 규제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성 치협 법제이사는 “개원가 경영난으로 인해 헝클어진 치과 의료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매우 부끄럽고 안타깝다”며 “현 의료법상 법적 규제는 어렵지만, 의료인 스스로가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협회도 근본적인 원인인 정부의 저가의료정책을 해결하고, 국민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