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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과 치과의사

월요시론

“대한민국! 짝짝~ 짝짝짝!” 2014년 6월 대한민국에 울려 퍼진 함성 소리는 안타깝게도 오래가지 못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은 ‘태극전사(太極戰士)’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그냥 스포츠 경기일 뿐인데 선수에게 전사라는 호칭을 줄 정도면 월드컵 축구는 경기라기보다는 전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2014년 월드컵에서 스페인과 칠레, 독일과 프랑스 경기는 역사적 배경 때문에 축구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70년 동안 스페인으로부터 식민지 지배의 고통을 겪은 칠레 국민들에게 2:0 완승은 약간의 위로를 주었을 것이고, 반면 독일의 비스마르크와 히틀러에게 두 번이나 영토를 점령당한 프랑스인들에게 1:0 석패는 커다란 슬픔을 안겼을 것이다.

애국심은 나라가 어려울 때 나라를 구하기 위한 마음이고, 그 마음을 실천하는 사람을 애국자라 정의할 수 있다. 오래된 책 냄새가 물씬 풍겨 나오는 치과의사학의 책장을 넘기니 우리나라의 서재필, 유관순과 안중근을 생각나게 하는 치과의사들이 있어 그 분들의 인생을 잠깐 들여다보고자 한다.

쿠바는 1898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였는데 그 중심에 Emilio Nunez(1855~1921)가 서 있었다. 꽃다운 나이 20세에 쿠바 독립 전쟁에 참가하였지만 패한 후 1880년 미국으로 탈출하여 독립운동을 계속하였다. 그는 1889년 유펜 치대를 졸업한 후 치과의사의 길을 걸으면서도 쿠바로 무기, 탄약과 식량을 보급하여 독립군을 지원하였다. 그는 쿠바 헌법을 제정한 31인에 포함되었으며 1917년부터 4년 동안 쿠바의 부통령을 역임하였다.

프랑스와 독일의 제2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인들의 애국심에 불을 지핀 여성 치과의사 Danielle Casanova(1909-1943)가 있었다. 파리 치과대학을 졸업한 그녀의 치과의사 경력은 아주 미미하였지만 정치적 활약은 괄목하였다. 나치의 점령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의 적극적인 운동원이었고 지하 운동 신문인 ‘The Voice of Women’의 책임자였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1942년 체포되어 아우쉬비치(Auschwitz) 수용소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환자를 돌보다 34세의 나이에 장티푸스로 사망하였다.

포르투갈로부터 브라질이 독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사람은 Joaquim Jose da Silva Xavier(1746-1792)이다. 그는 본명보다 ‘티라덴티스(Tiradentes)’라는 별명이 더 유명한데 그 뜻은 ‘tooth puller’이다. 외과의사인 대부모(godfather)로부터 치과 시술을 배워 그는 유명한 치과의사가 되었다. 테라덴티스는 1789년 자신의 고향에서 브라질 최초의 독립운동을 시도하였으나 발각되었고 리오데 자네이루에서 사지가 분리되는 공개 처형을 받았다. 30년 후 결국 브라질은 독립되었고 그가 사망한 4월 21일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 공휴일이다.

앞에 소개한 세 사람들과 견줄만한 치과의사가 대한민국에는 없었을까 라는 궁금증이 문득 들었다. 최초의 한국인 치과의사로 알려진 함석태(咸錫泰: 1889-?)의 행적에서 그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그는 독립운동가 강우규의 손녀 강영재를 자식처럼 키워 이화여전까지 졸업을 시켰고, 폐위된 순종과 순종비도 그의 치과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하는데 기록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1932년 7월 12일 동아일보 기사에 의하면 도산 안창호 선생의 치과 치료를 위해 경찰서 유치장으로 출장 진료를 하였다고 한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하는 ‘큰 애국’도 있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면서 할 수 있는 ‘작은 애국’도 있다. 치과의사 함석태는 후자에 해당될 것이다.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라!”는 케네디의 명언에 대해 깊이 생각한 끝에 다음과 같이 추론해 보았다.

 첫째, 치과의사는 대한민국 젊은 청년을 위해 일자리를 창출한다. 둘째, 치과의사는 회사원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 이상을 국가에 세금으로 납부한다. 셋째, 치과의사는 대한민국 내수 활성화에 공헌한다. 생각해보면 더 있을 것 같은데 여기 나열한 것만으로도 치과의사는 애국자라 할 수 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권 훈 미래아동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