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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갑’ 건물주 횡포 멍드는 개원가

과도한 임대료 인상 기본 ‘상가임보법’ 악용 일쑤, 벽 허물고 퇴출명령까지…이전땐 불이익 커 속앓이

심각한 경영난이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건물주와 갈등을 빚는 개원의들이 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과도한 임대료 요구와 인테리어를 둘러싼 분쟁은 물론 계약 만기를 앞두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수년째 개원 중인 A 원장은 최근 치과에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하려다가 ‘할머니’ 건물주의 제지를 받았다. 천장에 에어컨을 설치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황당했지만 건물주와 언쟁을 하기 싫어 설치를 포기했다.


심지어 지방 대도시 개원 중인 B 원장은 최근 갑자기 삶의 터전을 뺏겼다. 치과의 임대기간이 2년 이상 남아 있었지만 다른 임차인들과 갈등을 빚던 건물주가 주말 기습적인 철거로 건물 외벽을 허물어 버렸기 때문이다.


C 치과의 건물주는 치과 에어컨 실외기 문이 열려 동파 사고가 발생하자 타 점포의 동파사고까지 묶어 최대 5000만원 수준의 연대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 임대료·보증금은 건물주 ‘쌈짓돈’(?)

재계약을 앞두고 과도한 임대료를 요구하거나 계약 해지 전후 보증금을 볼모로 억지를 부리는 사례도 많다.

친한 선배의 치과를 인수한 D 원장은 계약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건물주가 해마다 5%의 보증금 및 임대료 상승을 요구해 고민 중이다. 당장의 임대료 상승분도 부담스럽지만 자신이 그만 둘 때 과연 어떤 치과 원장이 비싼 보증금을 내고 들어와 줄 것인지 갑갑했지만 건물주는 ‘싫으면 나가라’는 식의 배짱을 부리고 있다.


개원 3년 차인 E 원장 역시 전년 대비 10%나 오른 임대료를 요구받았다. E 원장은 “주변 상가와 비교하면 우리 치과의 임대료가 높은 수준이지만 건물주는 ‘아무리 그래도 치과의사 선생님이 더 낫지 않냐’며 막무가내”라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옆 건물로 이전하기로 한 F 원장은 계약기간이 지났는데도 전 주인이 보증금의 일부만을 순차적으로 돌려주는 행태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치과 시설 철거 시 건물이 파손됐다며 F 원장의 동의 없이 천장과 바닥을 시공한 후 비용을 일방적으로 청구하며, ‘시위 중’이라는 것이다.

 
# 법적 ‘사각지대’ 사전에 체크해야
특히 건물주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 법적 허점을 악용하는 경우 이전이 쉽지 않은 치과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재계약을 하는 등 상대적 약자의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수도권 지역에서 개원 중인 G 원장은 최근 계약 기간을 몇 개월 앞 둔 시점에서 건물주가 자기 아들이 입점한다며 자리를 내 줄 것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문제는 G 원장의 임대 기간이 5년이라는 점이다.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설정돼 있지만 이는 총 임대차 기간이 5년 이내인 경우에만 해당돼 계약서에 재계약 관련 조항을 적시하지 않은 G 원장의 경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건물주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이유로 세입자들과 재계약을 맺지 않고 ‘무조건 비우라’고 통보할 경우 마땅히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일선 개원가의 하소연이다.


최근 건물주의 요구에 치과를 이전키로 한 H 원장은 “병원이다 보니 이전할 경우 이사비용 등 금전적인 손실 뿐 아니라 환자들의 불편과 혼란도 크다”며 “또 다시 인테리어에 각종 기자재를 세팅할 생각에 한숨부터 나온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