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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고맙습니다

월요시론

고맙습니다 황선문 선생님.

이 말은 저를 포함해서 많은 이웃들이 황선문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일 것입니다.

어제 토요일에는 아내와 저는 황선문 선생님을 뵈러 갔습니다.

우리 딸 성희가 오랜 시간 손가락을 빨아서 치과의사인 저도 어찌 할 바를 몰랐을 때 단 한번의 만남으로 성희가 스스로 손가락 빨기를 중단하도록 해주신 분….

성희는 시험 준비 중에 황선문 선생님께 편지를 썼습니다. 그 편지를 선생님께 전했습니다. 선생님께서 편지를 쓰다듬으셨고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암으로 진단받고 1년 8개월….
저는 황선문 선생님께서 수술 마치시고 쾌유되시고 있는 줄 알았는데 생각과는 달리 병이 진행되었습니다. 얼마 전에야 안 좋으시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같은 수영구에서 30여 년간 동료로 지내오셨던 양희택 선생님께서는 32G의 USB메모리에 영화를 가득 담아서 아파트 경비실에 맡겨두고 가셨다고 합니다.

오래 전 일하던 메리놀 병원에서 알고 지내셨던 한 신부님께서는 소식을 듣고 멀리 미국에서 선생님을 뵈러 오셨다고 합니다. 수영구회에서는 총무이사님이신 송의환 선생님께서 구회모임에 초대했고 그때 병환이 심해진 것을 전해 들었습니다.

따뜻한 아버지와 같으신 황선문 선생님…. 선생님께서 종종 하시는 말씀은 “의사 중에 치과의사가 제일 좋아…”입니다.
오랜 항암치료에도 암이 전이되었고 그로 인해서 살이 빠지고 복수가 차 올랐습니다.

그래도 마치 꿋꿋한 아버지의 모습처럼 황선문 선생님의 눈빛과 목소리는 야윈 몸과 대조를 이루며 명료함을 더했습니다. 사모님께서 힘들어하실 것 같아서 그 힘든 시간 동안 한 번도 짜증을 내시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사모님께서는 참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작년에 집에 더운 여름 에어컨이 없다며 아내에게 짜증을 내며 스스로도 참 유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그렇게 아내를 괴롭혔는지 모릅니다.

선생님께서는 사진이 찍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노는 거 좋아하잖아. 참 억울해. 다른 장기는 너무 튼튼해….”

“내가 아는 게 많잖아.”  아시는 게 많기도 하지만 언제나 모든 일에 배우려고 애쓰신 분.
언젠가 점심 때 방파제에서 바다를 보며 만두를 먹을 때 그러셨죠. “나이 든 사람은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아. 자꾸 과거만 이야기 해.”

그러나 선생님은 언제나 미래를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댁에서 나오면서 같이 찾아갔던 아내는 참았던 눈물을 사모님 앞에서 흘리고야 말았습니다.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오래 가져가는 것은 큰 행복입니다.
황 선생님께서 일어나 나오려는 데 끝으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의사 중에 치과의사가 제일 좋아!”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성수 희망을주는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