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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하루 르뽀- 눈코 뜰새 없는 일상 속 환자 예후 따라 '천당지옥' 스트레스

신현기 연세치대 치주과 전공의(R3)의 여름나기

“신현기 선생님(R3·이하 신) 만나시려면 8번 체어로 가 보세요.”

취재를 위해 연세치대병원을 무수히 들락거렸지만 교수와 전공의들이 실제로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없었다.


신전공의를 만나기 위해 치주과 입구에서 8번 체어로 가는 짧은 시간동안 평소 인터뷰 또는 학회 현장에서만 만나던 조규성·최성호·정의원 교수가 전공의들 사이를 오가며 진료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이곳이 이들이 진짜 사는 세상이다.  


8번 체어에 도착하니 신이 진료에 집중하고 있다. 기자가 온지도 모르고 한참을 환자에 집중하던 그는 뒤늦게 눈이 마주치자 “20분만 더 기다려 주세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환자에게는 조심스레 추후 발치를 해야 할지도 모를 상황을 설명하느라 애를 먹는다.


현재 전국의 각 수련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 수는 1000여명. 정확히 각 연차별로는 R1이 363명, R2가 326명, R3이 331명이다. 


이 중 신 전공의는 대한치과대학병원전공의협의회 회장으로 전공의들을 대표한다. 또 치협 군무위원회와 청년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며 젊은 치과의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 관련 위원회 회의 후 가진 뒤풀이 자리에서 “올 여름은 휴가도 없이 보낼 것 같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전공의의 여름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요청했다.  



7시 30분까지 출근 하루 평균 10~15명 진료
전공분야 실력 쌓일땐 뿌듯함과 기쁨 느껴
전문의제도, 젊은 후배들 위한 배려 있었으면   


치주과에 들어선지 한참을 지나서야 신과 함께 의국에 마주 앉을 수 있었다.


“다행히 오후 수술 일정이 취소돼 여유가 조금 생기네요. 세미나 하고 수술준비 하고, 진료하고 또 세미나 준비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6~7월에는 스케일링 보험환자가 몰려 고생 좀 했습니다.”


# 세미나, 진료, 세미나 연속…전담환자에 애정과 보람

전공의들의 출근 시간은 아침 7시30분. 출근과 동시에 한 시간은 세미나를 진행한다.

특이한 환자 케이스 회의에서부터 최신 논문 리뷰, 틈틈이 대학원 수업준비도 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진료에 들어가 오후 5시30분까지 이어지는 스케줄. 하루 평균 10~15명의 환자들을 본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자신의 환자를 많이 봐요. 치주과니까 치은박리소파술이나 골이식술, 임플란트 시술 등을 많이 하죠. 확실히 어시스트를 할 때 보다는 제 전담 환자를 맡아 진료할 때 애정이 많이 가네요.”


신은 얼마 전 처음 발치에서부터 치주염 치료, 임플란트 식립 후 최종 보철물을 올리기까지 1년 반에 걸린 환자진료를 마쳤다. 신경을 많이 쓴 환자인 만큼 더욱 보람을 느꼈다고.


“밖에서는 흔히 전공의들이 빽빽한 스케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습관이 되면 괜찮고요. 가장 신경이 쓰이는 건 환자의 예후를 지켜보는 일입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치료 결과가 안 좋을 때 실망하고 예상보다 좋은 결과일 때 기뻐하는 일희일비의 연속이 전공의 생활이라고 그는 말한다. 의외로 바쁜 생활과 여유시간 부족 등에는 개의치 않는 모습.

“제가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가 있어 선택한 길인만큼 바쁘고 피곤한건 별로 힘들지 않아요. 오히려 한 분야에 실력이 쌓이는 걸 느낄 땐 뿌듯함과 기쁨을 느끼죠. 그래도 다시 레지던트 1년차로 돌아가라면…”

때마침 의국으로 1년차 전공의가 들어섰다. 퀭한 눈에 축 늘어진 다크서클. 기자가 원래 기대했던 전공의의 모습이다.


“레지던트 1년 차 때는 연구와 실험에도 많이 참여하고 당직도 설 때 정신이 없거든요. 한번은 당직을 서다 새벽에 술을 마시고 넘어져 치아가 부러진 응급환자가 왔었는데, 그때 같은 조였던 인턴선생님과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인터뷰 중간 중간 전공의들이 의국을 계속해 드나든다. 필요한 자료를 찾느라 컴퓨터와 책을 뒤적이고 어떤 이는 잠깐 목을 축이기도 한다.

여기저기 널린 전공서적과 커피컵들이 임상과 전공서적을 오가는 이들의 피곤함을 대변한다. 신은 “이 공간에서 우리끼리 수다 떠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면 해소법”이라고 밝혔다. 


# 올 여름 휴가땐 외국서 파견근무
수련 마치고도 많이 배우고 싶어
신은 전공의단체 대표를 맡으며 일반 수련의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던 부분에 많은 고민을 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제일 걱정이 되는 부분은 전문의제도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와 어려운 환경에 처한 개원가 진입에 대한 두려움이죠.”


신전공의는 전문의제도와 관련 쟁점 사항인 전문의의 전문과목 표방문제에 대해 “이미 개원가에서는 위법적인 치과간판 설치나 홍보활동이 예전부터 진행돼 왔다.

전공의단체에서는 이 같은 현장에서의 문제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낼 예정”이라며 “전문의제도와 관련해 아직도 혼란이 많아 걱정이다. 보다 젊은 치과의사들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신 전공의는 전공의들의 복지환경 개선이나 여성전공의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더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 했다. 아직도 전공의단체 내부회의에서는 각 수련기관 전공의들의 불만사항이 지속적으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교수는 “과거에 비해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이 많이 개선됐지만 ▲수련기관에 따라 많게는 1000만원이 넘게 나는 급여 차이(연봉기준) ▲각 수련기관별로 차이가 있는 교육시스템의 통일 ▲충분한 진료 환자 수 보장 등이 보완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 전공의는 이번 여름 휴가 대신 자매결연을 맺은 외국 수련기관에서 파견근무를 하고 돌아올 계획이다. 돌아와서는 본격적으로 전문의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이미 동기들과 스터디를 조직해 전문의 시험 전 봐야 할 필수 논문들을 요약정리 하고 있다. 


“전공의들한테는 사실 여름보다 겨울이 바쁘죠. 레지던트 3년차는 전문의시험 준비에 정신이 없고, 1~2년차들은 3년차들이 공부하느라 진료에서 빠진 자리를 메우기 위해 바쁩니다.”


신 전공의는 전문의가 되기까지 공식적으로 10년이 걸린 시간을 뒤돌아보며 “끝이라기보다는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부를 할수록 미진한 부분이 더 느껴지거든요. 수련을 마치고도 더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