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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 기공소 위한 치기협의 ‘모험’

의료기사서 분리 법인 제조업 지위로 해외진출 구상, 영세기공소 하청업체 전락…‘보철사제’ 추진 가능성 도

최근 대한기공사협회(회장 김춘길·이하 치기협)가 기공사를 의료기사에서 분리해 별도의 직역으로 규정하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하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치과계의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치과의사 및 의료기사 직종뿐만 아니라, 업계와 마찰을 가져올 수 있고, 장기적으로 치과 시장의 혼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9월 12일 이목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치과기공사를 의료기사에서 분리해 의무기록사, 안경사 등과 같이 별도의 자격으로 명시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 발표가 있고, 치과계 일각에서는 “치기공계가 법적인 지위 격상을 바탕으로 외국의 ‘보철사’처럼 독립된 의료행위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치기협은 지난 9월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기공계는 한해 졸업생만 1700여명이 쏟아져 나오고, 10년 동안 기공료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매우 황폐해져 있다”며 “치과의사의 영역을 침범할 의도는 절대 없으며, 다만 해외기공물의 수주나 수출 등 기공산업의 해외진출에 목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날 김춘길 회장은 “24대 집행부부터 기공산업진흥법 발의를 추진했는데, 현행 의료기사법에서는 기공소가 법인의 인정을 받지 못해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려운 구조였다”며 “현재 치과기공소는 주식회사의 인정을 받을 수 없는데, 법안이 개정되면 제조업 지위를 획득, 일본, 중국, 인도 등 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개정안은 기공사들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치기공계의 UD’ 출현할 수도

그러나 ‘의료기사 분리→해외진출’이라는 치기협의 주장은 논리상 연관성이 없다는 게 치협의 입장이며, 치과의사의 의뢰로만 기공물 제작이 이뤄지는 현행법을 약화하기 위한 의도라는 게 개원가의 시각이다. 

제조업으로 가기 위해 의료기사에서 분리하겠다는 치기협의 주장도 모순에 가까워 보인다. 이미 치과기공소는 통계청 산업분류상 ‘정형외과용 신체보정용 기기제조업’으로 분류돼 있다. 다만 치과기공소는 일반 치과기자재업체처럼 기성품 제작이 아니라 치과의사의 의뢰서가 있어야 하고, 치과기공사는 1개소의 치과기공소만 개설할 수 있다.(의료기사법 제11조의2)


영남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치과기공사는 “1인 1개소 원칙이 완화돼야 해외법인 등 복수의 법인을 설립해서 해외진출을 꾀할 수 있다. 의료기사에서 분리하려는 시도는 그 전제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종합해보면 치기협의 구상은 치과기공소가 임플란트 제조업체처럼 다수의 법인을 거느리고 기성품을 대량 제작, 수출까지 하는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노인틀니나 임플란트 등 기성품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고, 결국은 캐나다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보철사 제도의 도입 역시 수월해지리라는 전망이다.


이번 개정안에 신설된 항목을 보면, 치과기공사의 업무 범위에 “임플란트 맞춤 지대주 및 상부구조 등 치과기공물의 제작”이라는 항목을 신설했다.

유광식 치기협 재무이사는 “이 부분이 개정안의 키포인트”라며 “치기협과 임플란트 업체 사이에 빈발하는 고유 업무 영역에 대한 부분을 보장받고자 함”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치협 관계자는 “치기협의 주장대로라면 혜택을 보는 것은 자금력이 있는 상위 1%의 업체들”이라며 “그 외의 영세한 기공소들은 거대 업체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거나 생계를 위해 불법기공물 제작이나 속칭 ‘머구리’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와 궤를 같이해 치기협은 최근 보건복지부를 통해 의료기사법에 명시된 제21조 ‘면허의 취소’ 조항의 완화도 추진하고 있다. 기공사가 치과의사의 의뢰서에 따르지 않고 기공물 제작 등 업무를 했을 때, 기존의 면허취소 처분을 ‘자격정지 2개월’로 완화한다는 내용이다. )


# “의료기사법 제11조2 개정이 목표”

이런 논란들에 대해 김춘길 치기협 회장은 “해외기공물 제작은 외국 치과의사의 의뢰서를 받아서 하는 것이고, 의료기사법이 개정되더라도 기공사는 엄연히 의료기사의 영역에 있다”고 해명했지만, 해외용 기공물의 국내 반입의 가능성이나 기공사의 법적 지위에 대한 문제가 명확히 해소되지 않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송이정 치과의료정책연구소 전문위원(변호사)은 “개정안대로라면 기공사는 더 이상 의료기사의 지위가 아닌 게 된다”며 “현행법상 기공소의 설립 주체는 치과의사와 치과기공사만이 가능하다. 법인은 치과기공소의 설립 주체가 될 수 없는데, 이건 의료기사 범주에서 나온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고, (치과기공소 설립 주체와 1인 1개소 설립을 명시한)의료기사법 제11조의2를 개정하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