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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이 없어요

자연치아아끼기컬럼

요즈음 임플란트 치료가 한창입니다. 임플란트는 흔들리고 붓고 피나는 치아를 대체할 수 있는 구세주처럼 등장해 요근래 10년 사이 너도나도 임플란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부모님세대 중 어금니에 임플란트 하나 없는 분들이 많지는 않지요. 하지만 초기 임플란트 치료가 만병통치약처럼 생각되던 시기는 지나가고 이제는 환자들도 ‘임플란트를 해도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면서요?’, ‘임플란트를 해도 평생 쓰지 못 할 수도 있다면서요?’라고 물어옵니다. 이것은 역으로 보아 이제 임플란트 치료가 안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환자들도 무턱대고 임플란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임플란트 치료에 대해 알고 찾아오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임플란트 치료에 대한 공부가 필수입니다. 임플란트 식립에 대한 기본 수술법에서부터 소실된 치조골에 임플란트를 식립하려면 어떤 수술이 필요한지, 많은 책들이 나오고 있으며 연구도 활발히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치아에서 임플란트 치료는 선물이 될 수 있지만 결국 임플란트는 자연치를 대체하는 차선책 입니다. 특히 저와 같은 초보의사들은 임플란트를 어떻게 식립할지 보다는 치아를 발치할지 유지할지에 대해 더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치아의 수명을 늘릴 수 있을지, 자연치를 이용해 기능이나 심미성을 개선할 수 없을지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몇 년 뒤면 환갑이 되시는 저희 아버지도 치주질환으로 치아를 잃었습니다. 몇 년 째 미루어 오시다가 흔들리고 아픈 이를 뽑고 나서는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 이렇구나. 속이 시원하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맛있는 갈비를 드실 생각에 임플란트 보철물이 올라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셨습니다. 하지만 막상 임플란트 치료가 완료되고 나서는 ‘민희야,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이 없구나’라시며 실망하셨습니다. 치주인대로 구성된 proprioceptor가 사라져 맛있는 고기를 먹어도 씹고 있는 느낌이 없어 무척 어색해 하셨던 것입니다.

10년 째 부산대학교 치주과에서 유지관리 치료를 받아오시는 환자분이 계십니다. 수련의 1년차에 선배에게 물려받은 환자분이신데 저를 보시던 첫 날 제 손을 꼭 잡으며 당신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하악 전치부 치아가 붓고 흔들려서 뽑아야한다는 말에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대학병원으로 오셨던 분입니다. 다행히 그 치아를 살릴 수 있다는 진단을 받고 치주치료를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3개월에 한 번 병원 오는 날이면 꼭 시간을 비워 진료를 받으러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환자분은 퇴축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예쁜 coral pink 빛을 가진 튼튼한 잇몸과 자연치를 유지하고 계셨습니다. 치주과 수련을 시작하고 자신의 자연치를 아끼고 관리하는 환자들을 만나면서 치주과 의사로서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이 생겨났습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정치적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병의 특징을 언급했습니다. ‘초기에는 치료하기 쉬우나 진단하기 어려운 데 반해서 초기에 발견해서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진단하기는 쉬우나 치료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질병이 진행되어 치아가 희망이 없을 때까지 손 놓고 지켜 볼 것이 아니라 적절히 조기 개입하여 예지성 있는 방향으로 환자를 이끌어야하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치아를 발거하기 전 다른 대안이 없는지 고민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하민희 부산대치과병원 치주과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