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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대형치과 치위생사 블랙홀

졸업생 절반이상 사전에 뽑아가...동네치과 구인광고 내도 면접 안와 화병까지


부산에서 개업하고 있는 A 원장은 요새 시름이 깊다. 5년 간 호흡을 맞춘 치위생사가 결혼을 이유로 그만두면서 대체 인력을 구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장 진료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은 물론, 공석이 길어지면서 다른 스탭들의 휴무 일정 등도 꼬이고 있다.

A 원장은 “각종 구직사이트나 카페를 통해 무수히 구인 광고를 내도 도무지 치위생사가 오질 않는다. 동료 원장들 얘기를 들어보면, 페이닥터 구하는 것보다 치위생사 구하는 게 훨씬 힘들다고들 한다”고 넋두리를 했다.

# 네트워크 치과-학교의 카르텔
치위생사가 없다. 네트워크 치과 등 대형 치과들이 갓 졸업하고 국시에 합격한 치위생사들을 대거 빨아들이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단독 개원하고 있는 로컬 개원가는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역시 구인난에 속앓이를 하고 있지만, 지방 개원가로 눈을 돌리면 원장들이 치위생사를 구하지 못해 ‘화병’마저 생기는 상황이다.

일부 대형 네트워크 치과는 기숙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방의 치위생사들을 서울로 부르고 있어 이래저래 지방 개원가는 구인난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북의 한 개원의는 “우리 지역 구인신문 광고를 보면 죄다 치과다. 그래도 면접을 보러 오는 치위생사가 없다.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네트워크 치과가 대학의 치위생(학)과와 이른바 ‘산학협력’을 맺고 학기 중 실습을 진행, 우수학생을 졸업 즉시 채용하는 시스템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방의 한 대학 치위생과에 출강하는 한 겸임교수는 “대개 학과 교수들과 지역의 대형치과들과는 암묵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우수한 학생을 대형 치과 쪽으로 몰아주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경북지역의 한 3년제 치위생과의 경우 한 학년 당 40명 씩 약 120여 명이 정원인데, 면허시험에 합격한 학생 절반 이상이 이런 루트를 통해 대형 치과로 취직하고 있다는 게 겸임교수의 설명이다.

2013년 기준 현재 치과위생사 면허자 수는 총 6만1946명이며, 지난해에는 5093명이 면허를 획득했다. 


모 대학 치위생학과의 한 교수 역시 “학교 입장에서도 학생들이 대형 치과에 많이 취직했다는 것이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데도 용이하고, 취업률 통계 등을 산정할 때도 편한 측면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대기업 리쿠르트와 유사한 홍보

취업설명회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치위생사 확보에 힘쓰는 네트워크 치과들의 홍보 전략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 네트워크 치과는 국가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10월 경 정기적으로 지역 치위생(학)과를 돌면서 ‘취업설명회’를 진행한다. 방식도 대기업의 리쿠르트와 유사하다.

이미 해당 치과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치위생사를 앞세워 해당 치과의 장점을 설명하고, 면담을 진행하면서 명단을 확보하는 식이다.


네트워크 치과와 일반 로컬 등 총 5년 정도 근무한 한 치위생사는 “로컬보다 네트워크는 홍보 같은 게 잘 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좋은 편이다.

취업설명회에서 네트워크 치과의 교육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면 학생들의 눈이 반짝인다. 이런 것들이 로컬보다 네트워크를 선호하는 분위기를 만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편중 현상을 바로 잡기 위해서 지부나 협회 차원의 홍보활동이 필요하다는 게 개원가의 지적이다. 서울지부(회장 권태호)가 치위생(학)과를 대상으로 로컬 치과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는 안을 검토한 것처럼, 로컬의 장점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마포구의 한 개원의는 “네트워크는 업무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기면 적응하기 쉽지 않은데, 로컬에서 시작하면 다양한 일을 동시에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부분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형 사무장 치과로 지목받는 일부 치과들은 상당한 인센티브 제도와 병원 통제권을 보장하는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해 치과위생사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어 구인난의 ‘원흉’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