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이해박는집'부터 '새 이주는 까치 치과' 까지 치과상호도 아이디어 시대

70~80년대 ‘자신 이름·성’ 압도적, 최근 1년간 ‘서울’ 151개로 가장 많아


'이해 박는 집' 부터 ‘새이주는까치 치과의원’까지. 한 세기를 지나면서 치과상호도 진료 술식이나 치료 재료만큼 많은 변화를 겪었다.

1926년 6월 10일 조선의 마지막 임금 순종의 인산일에 우연히 찍혀 우리나라 최초의 치과 간판이라고 알려진 
'이해 박는 집'에도 2014년 현재의 ‘새이주는까치 치과의원’에도 치과상호에는 그 시대에 얽힌 사회상이 녹아있다.


# 졸업생 배출 증가로 학교 상호명 시작

1970년대나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거나 성씨를 따서 치과 상호를 짓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변영남 원장(대한치과의사학회 전 회장)은 “당시만 해도 자신의 이름과 성씨로 치과 상호를 만들었다. 최근엔 영어를 많이 사용하지만 영어식보다 한문을 따온 이름을 많이 썼다”고 회상했다.


1982년도 회원명부를 기초로 해 당시의 치과 상호에 대해 분석해 보면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경우가 가장 많았다. 그리고 지방의 경우 마산치과, 삼척치과, 진주치과 등 지역 이름을 많이 내세웠다. 또 제일, 중앙, 동산 등을 붙인 치과명이 많았다.


변영남 원장은 “서울치대만 있을 때에는 ‘서울’을 내세운 치과가 있을 이유가 없었지만 경희치대, 연세치대 등 다른 치대에서 졸업생이 배출되면서 학교를 내세워 상호명을 붙이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중에서도 ‘연세’를 많이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최근엔 ◯플란트를 많이 사용하고 특히나 영어 외래어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플란트 선호도는 한풀 꺾여

최근 1년간 개설한 치과병·의원의 상호명 1315개를 분석해 보면 좀 더 재미있는 흐름을 볼 수 있다.

자료는 심평원으로부터 산출된 것으로 2014년 8월 말 요양기관 현황신고 자료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개설한 치과병·의원의 상호명이다. 이는 대표자 변경 등의 사유로 신규 신고된 건을 포함한 자료로 실제 요양기관 개설일과는 다를 수도 있다.


분석 결과 서울치대의 서울과 지역적인 서울이란 다중적 의미를 내포한 ‘서울’이란 단어를 사용한 곳이 151개(11.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세’를 사용한 치과병·의원이 82개(6.2%)로 두 번째로 많았다.


임플란트를 강조한 ◯플란트 형태의 치과상호도 54개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과거에 비하면 ◯플란트에 대한 선호도는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


학장을 역임한 바 있는 A 교수는 “과거엔 ◯플란트라는 이름을 붙인 치과가 우후죽순식으로 생겨났는데 지금은 한풀 꺾인 것 같다”며 “이제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 개원의들의 경우 좀 더 신선하고 눈에 쏙 들어오는 상호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플란트 상호도 진화중이었다. ◯플란트에 이어 ◯플라인, ◯플란티아 등의 상호도 등장했다.


최근 개원한 B 원장은 “새로 치과의원을 양수해 치과상호명을 바꾸려고 고민중에 있다”며 “일단 기억하기 편하면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길지 않은 상호명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 톡톡 튀는 아이디어 ‘눈에 띄네’

치아를 뜻하는 ‘이’를 사용하는 상호도 많았다. 총 64개로 바른이치과, 이좋은치과, 이가편한치과 등이 있다. 인터넷시대에 등장한 ‘e’가 치아의 ‘이’라는 다중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이를 활용한 치과도 17개 있었다. 건강한e-치과, e-스타치과, e-편한치과, e-행복한치과가 그 예들이다.

또 정으로가는치과 등 문장형, 힐링치과 등 감정호소형, 참아름다운치과 등 외모강조형, 트리플에이치과 등 최고지향형 등 다양한 치과상호가 있어 흥미롭다<표 참조>.


아울러 갑을장유치과, 노화흥일치과, 다대블루치과, 연세알막툼치과 등 당장 뜻을 유추하기 힘든 생경한 이름도 있었다. 이밖에도 사랑이아프니치과, 새이주는까치치과, 365일이편한치과, CNK100세치과 등 많이 고민한 흔적이 있는 아이디어형 치과상호도 눈에 띄었다.


심리학을 전공한 최용현 원장(STM치과의원)은 “70~80년대만 해도 치과의사가 된 것이 마을의 경사일 정도로 자부심이 커 자신의 이름을 내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90년대로 넘어오면서부터 기존 치과의사들의 개념과 다른 치과상호가 등장했고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는 ◯플란트, 외래어를 사용하는 이름 등 튀는 이름들이 속속 생겨났다”고 분석했다.


최 원장은 또 “과거엔 일부 치과의사회의 경우 상호에 이름만 쓰도록 내부 지침이 만들어져 있었으나 치과의사 간 동료애가 약화되고 치과의사들의 경영방식도 공격적으로 되면서 변화를 맞았다”며 “치과상호에도 치과계 역사와 사상이 담겨있다. 세상흐름의 한 측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동전의 앞면, 뒷면과 같은 것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 상호분쟁 늘어, 치열한 경쟁 반영

치과상호가 이처럼 다양해지고 창의적으로 변화돼 ‘치과 얼굴’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개원가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치과상호로 인한 분쟁도 늘고 있다.

치협 회원고충처리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치협에 접수된 치과상호관련 분쟁이 다수 있다. 최근에도 사건이 접수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상호를 바꾼 C 원장은 “세 명의 원장이 각각 같은 상호를 사용하다 서로 트러블이 크게 생기자 상호를 같이 사용하던 원장이 이를 변경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적이 있다”며 “분쟁까지 가기 전에 상호를 바꿔버렸다. 이런 경험 때문에 새로 만든 상호에 대해서는 특허를 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치과상호를 신규로 할 때에는 특허정보검색서비스(
www.kipris.or.kr)를 이용해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