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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톡·밴드’ 모바일 커뮤니티 “피곤해”

치과의사·치대생·스탭, 환청·스트레스 호소


서울지역에서 개원 중인 치과의사 A 원장은 새벽 3시 경 울리는 ‘밴드’(모바일 커뮤니티 서비스의 일종) 진동음에 눈을 뜬다. 인근에서 개원 중인 동료 치과의사의 ‘알림’이 새로 올라왔다는 의미다.

‘알림 차단 서비스를 설정할 걸 그랬다’는 후회도 잠시, 짜증부터 밀려온다. “좋은 정보를 빨리 전달하겠다는 의도는 알겠는데 그렇다고 새벽에 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 A 원장의 하소연이다.


치과위생사 B 씨의 고민도 비슷하다. ‘헤드 언니’의 주말 ‘카톡’은 대체로 강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확인은 물론 재빨리 해맑게 답변을 하지 않으면 월요일 아침부터 불편한 기류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치과대학 재학생 C 씨의 일상도 ‘알림’과 ‘진동’의 연속이다. 20개에 이르는 단체 채팅방에서 시차를 두고 쏟아지는 공지 때문에 눈을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학년 별 모임, 각 임상과목 방, 동아리 모임, 조별모임 등의 대화방에서는 방장의 공지가 연신 뜬다.


그는 “편한 만큼 스마트폰이 없을 때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심지어는 조용할 때 진동이 울리는 것 같은 환청도 들린다”고 토로한다.


# 실시간 소통 장점 불구 피로도 커

‘밴드’, ‘카카오그룹’ 등 모바일 커뮤니티를 활용한 실시간 소통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치과계에서 최근 이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 역시 적지 않다.

별도의 오프라인 만남이나 회람 대신 필수 공지 내용 등을 신속하게 전달한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강박적인 태도와 피상적 인간관계를 강요당한다는 불만인 셈이다.


지역 치과계 임원으로 일하는 치과의사 D 원장이 가입 중인 치과계 관련 ‘모바일 커뮤니티 서비스’는 모두 16개. 대부분 지부나 구회, 반회 모임 또는 봉사그룹 관련 커뮤니티다.

소수 그룹별 채팅방이나 모임까지 더하면 30여개를 훌쩍 넘는다. 이들 그룹이 하루에 3개씩만 D 원장에게 알림을 보낸다면 적어도 100개 가까운 메시지를 수신, 열람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지사항을 쉽게 확인해서 좋다. 환자 진료를 할 때나 집중할 때는 진동으로 바꾸거나 소리를 꺼두면 된다”며 평소 활용에 큰 부담을 못 느끼는 그로서도 난감할 때는 있다.


모바일 커뮤니티 서비스를 PC 버전으로 연동시킨 D 원장의 경우 여러 개의 창을 동시에 띄워놓고 토론을 하다가 내용이 헷갈려 엉뚱한 내용을 다른 원장에게 전달해 한바탕 소란스러웠던 아찔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 소모적 내용·스팸성 정보 ‘짜증 유발’

특히 빠른 전달 속도와 접근성에도 불구하고 무의미한 내용이나 스팸성 게시물 때문에 오히려 불편하다는 시각도 많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개원 중인 치과의사 E 원장은 “모임 공지내용이나 전달사항은 괜찮은데 이에 대해 ‘ㅋㅋㅋ’, ‘ㅎㅎㅎ’ 등 의성어나 잡담이 이어지면 짜증부터 난다”며 “혹시 그래도 의미 있는 정보를 놓칠까 봐 이런 스팸들 사이로 스크롤을 내리면서 편리한 만큼 오히려 소모적인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좋은 정보라며 공지 내용이나 모임 성격과 전혀 상관없는 게시물을 일방적으로 ‘공유’하는 것도 불만이다.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만큼 보안에 대한 우려 역시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다.


실제로 일부 구회나 분회 등에서는 밴드나 단체 카톡방을 개설했다가 이런 문제 때문에 회원들이 잇따라 탈퇴하거나 거의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꼭 필요한 내용만 적시하도록 알림의 형식을 제한하는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기도 한다.


현직 구회장인 F 원장은 “회무 접근성을 높인다는 의미에서 시작했지만 나이 많은 회원들을 중심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 회원의 3분의 1 정도만 가입돼 있다“며 “현재는 공지사항을 ‘카톡’과 팩스로 동시에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