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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을 되돌아보며

월요시론

2014년도 10여일 남았지만, 조용하기만 하다.
흩날리는 눈발처럼 신문 머릿기사나, 뉴스속보나 온통 어지럽기만 하다.
“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의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의혹, 재벌3세의 땅콩리턴, 권한 있는 사람과 책임을 지는 사람들, 떠나보낸 사람들….

가수 신해철씨의 죽음은 생전에 고인이 우리사회에 남긴 메시지와 함께 의료사고 문제라는 심각한 현안을 부각시켰고, 생활고 때문에 세상을 등진 세 모녀사건은 우리사회의 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보여줬다.

4·16 세월호참사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새로 부임한 슈틸리케 축구감독의 키워드는 “배고픔.”
열정을 가지고 맡은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는 배고픈 선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절실함’을 배고픔으로 표현한 감각이 참 신선하다는 느낌인데, 어느새 우리는 배고픔의 절실함도 초등학교때 할아버님과 선생님에게서 배운 온돌방의 도덕도 잊어버렸다.
물질의 풍요와 정신의 배고픔을 맞바꾼 세월이랄까?

기억하기조차도 싫은 올초 부산외대 사고나 세월호참사 등에서도 교훈하나 얻지 못하고 있다.
일부 재벌과 그 자녀들이 “땅콩리턴”같은 살벌하고 황당한 사건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도 배고픔과 가난한 마음의 겸양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슈틸리케가 말하는 “배고픔”은 축구를 넘어 정신적으로 궁핍한 한국사회에 던지는 화두처럼 들린다.
“사람은 어느 지위에 오르는 순간 마음의 에너지가 다르게 쓰인다”고 했다.
평소에 도덕적인 사람도 그 지위에 오르면 본능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면서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한다.

권력중독을 예방하고 폭주를 막기 위해서 시스템이 작동하는 우리 나라가 되어야 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까?
정치에는 민주주의를 기반한 직접선거가 있고, 기업에는 이사회와 감사가 있고, 시민 간에는 법률과 예의가 있다.
이것은 한 사회의 지속성을 위한 모두의 약속이며 규칙이다.

‘갑’들은 그 ‘갑질’을 통해 보통 우월감을 추구하거나, 마음속 열등감 같은 어두운 그림자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던진다.
그들은 잘 된 것은 모두 내 덕이고, 잘못된 것은 모두 남 탓으로 돌린다. 그리고 나는 변하지 않으면서 남만 변하라고 한다.

모든 것이 남 탓이니 자신은 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리더로서는 최악이다.
이제 장막을 걷고 모든 것을 백일하에 드러내야 한다.
그것이 얽힌 문제를 푸는 첫 걸음이다.

썩은 냄새 풀풀 풍기는 곰팡이도 햇볕을 받으면 순식간에 사라지지 않는가.
햇볕아래 제일먼저 썩은 몸을 드러내야 하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
에볼라로 세계에서 6000명 넘는 사람들이 숨졌고, 생사 귀로를 넘나든 뒤, 다시 빈국의 가난한 나라의 감염자들을 돕기 위해 아프리카로 향한 의료진들의 결심도 들려오고 있다.

늘 우리 사회는 발전하고 있는데 곡절이 있기 마련이고, 굽어갈지언정 세상은 조금씩 나아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믿음을 짓밟히는 일들이 너무 많다.

세상이 정글 같다고 하지만, 실상은 정글만도 못한 것이 지금의 한국 사회가 아닌가 싶다. 자괴감을 안겨주는 1년이었다.

덧난 상처들을 잊지 않는 것만이 치유의 길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 것이 희망이라면 희망이다.
퇴색되지 않는 기억은 없다지만, 많은 이들의 죽음 또한 많은 다짐들을 남겼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산 자와 죽은 자의 약속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정우 서울시치과의사회 25개구회장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