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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올해의 치과인상 이병태 원장 선정

중국·북한 치과지원 사업 헌신, 40년 역작 ‘이치의학사전’ 편찬

이병태 원장(이병태치과의원·서울치대 1967졸)이 2014년 올해의 치과인에 선정됐다.

치협 올해의 치과인상 선정위원회(위원장 안민호)는 지난 9일 강남의 모처에서 회의를 열고 2014 제11회 올해의 치과인상 수상자로 이병태 원장을 선정했으며, 16일 정기이사회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했다.

이병태 원장은 여러 학술단체 창립에 초석을 다지는 한편, 90년대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와 교류를 추진해 중국과의 치의학 교류에 첫 물꼬를 텄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남북치의학교류협회 창립을 통해 북한 치과진료 지원 사업에 앞장 서 왔다. 또 최근에는 자신의 자료 수집벽을 바탕으로 평생의 역작 ‘이치의학사전(도서출판 세계)’을 출판했다. 올해의 치과인상 수상소감과 함께 그의 삶을 들어봤다.     



“다른 훌륭한 후보들 때문에 경쟁이 심했을 텐데 어려운 심사과정을 거치고 올해의 치과인으로 선정돼 영광입니다. 치과계를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었던 마음을 알아준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위치한 이병태 원장의 작은 집무공간은 그가 진료만 하는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벽면을 가득 메운 치의학용어 단어카드와 중국과 북한을 오가며 모은 치의학 관련 자료와 사진, 라디오 방송활동을 하며 모은 기념품까지 작은 역사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이병태 원장은 “되도록이면 진료실에서만 환자를 보는 것 외에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중국과의 교류였다”고 말했다.


#중국·북한 등 사회주의 의료제도에 관심

이 원장은 “77년 건강보험이 도입됐다. 의료정책에 일부 사회주의 제도를 도입한 것인데 정작 사회주의 국가들의 현장에서 어떻게 의료제도가 운영되는지 알 수 없어 궁금했다. 90년대 들어 기회가 열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990년 대한치과의사학회 행사로 방중, 북경의과대학 구강의학원과 교류체계를 맺고 본격적으로 중국 측과 치의학 교류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 이 원장은 이 시기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를 방문하며 이 지역 개원의들과 교류하며 본격적인 중국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중국 조선족에 부족한 유니트체어와 엑스레이, 컴푸레셔 등을 지원했다. 이에 1997년에는 연변조선족자치주 제2인민병원 명예원장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중국 지원 사업을 통해 뿌듯함과 함께 사업을 더 확대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같은 민족인 북한의 치과의료체계에 관심이 갔고, 이에 2001년 남북치의학교류협회를 창립해 본격적인 대북 치과지원 사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2005년 북측 고성군 내 금강산온정인민병원 치과진료소 개소를 지원하며 장비제공과 함께 북측 의료진에게 우리의 기술을 전수했다. 

이 원장은 “온정인민병원 개소는 우리 한국 치과계와 북한이 치의학적 교류를 시작한 출발점으로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무엇보다 북한의 주민들이 너무 좋아하고 교류가 늘어갈수록 서로 간 정이 쌓이는 것을 느끼며 ‘이것이 동포애’구나 했던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그는 “이때의 경험을 통해 통일시대를 대비해 남·북 치의학의 이질성을 해소해 동질성을 회복시키는 작업의 중요성을 느꼈다”며 “치과계가 통일시대를 대비한 작업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남과 북이 다르게 쓰는 용어 통일작업부터 시작해 대북 치과지원 사업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자료수집벽 40년, 2180페이지 치의학사전 편찬으로 이어져

이 원장이 또 하나 주력했던 일은 치의학서적 편찬 작업. 1976년 서울치대에서 보철학 박사학위를 받으며 이를 기념해 저술했던 ‘치과보철기공학’은 당시 집을 팔아 출판자금을 댔다.

미군들이 쓰는 치과매뉴얼을 토대로 이 원장 자신만의 자료와 사진을 더해 집필한 이 책은 치의학서적 출판에 대한 그의 열정을 보여준다. 이 원장은 이 때 저술 작업을 하며 한국어로 치과용어가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40여년에 걸친 이 원장의 역작 ‘이치의학사전’ 편찬 작업이 이 때부터 시작됐다. 그의 작업실은 단어카드로 채워져 가기 시작했고, 친구들과의 어울림도 등진 채 외로운 사전 편찬 작업은 계속됐다.

올해 3월 출판된 이치의학사전은 2180 페이지, 16만여 단어를 수록했으며, 영어, 한국어, 한자로 단어를 표기했다.

이 원장은 “어떻게 보면 사전이라는 물건이 내 학문적 호기심을 자극한 최초의 자극제라는 생각이 든다”며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나눠준 포켓사전을 보고 ‘이것이 정녕 사람이 만든 것인가’라는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이제는 내가 치의학사전을 편찬하게 됐으니 평생의 꿈을 이뤘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노력이 후배들이 논문을 쓰거나 저술 작업을 할 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외에도 이 원장은 서울치대 재학시절 치협 공보위원으로 활동하며 치의신보의 전신이자 치과계 최초의 정보지 ‘치과월보’의 편집국장을 역임했으며, 치협과 서울지부의 협회사편찬위원장을 역임했다. 또 대한치과의사학회, 대한치과보철학회, 대한스포츠치의학회, 대한컴퓨터수복재건치의학회 등의 운영 및 창립에 기여했다.

특히, 다양한 사회활동에도 관심이 많아 MBC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병태입니다’ 진행, 삼성세이코 모델, KBS 라디오서울 ‘가로수를 누비며’ 진행, 한국애서가클럽 창립부회장, 대한치과의사문인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치과계 서로 마음을 조금 열면, 국민 존경 받을 것

중절모에 빨간 넥타이가 트레이드마크인 그는 “빨간색은 활기와 생명력이 넘치는 색으로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색이다. 언제나 활기차게 내가 하는 일들에 열정을 얻기 위해 좋아한다”며 “힘이 닿는 한 대북 지원 사업과 저술 작업 등 치과계와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태 원장은 “치과의사는 자신이 전공한 지식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 올바른 역사인식과 철학,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삶 속에서 이를 실천할 때 환자와의 관계에서 더 나아가 사회와 관계하며 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며 “동료와 후배들이 서로서로 마음을 열고 더 소통하며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치과의사 상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나보다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때의 행복을 안다면 마음을 열기가 조금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