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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로부터 2

Power 재테크-WBR의 경영 이야기 (Wisecare Business Review)24

스티브 잡스, 창조 신화의 비밀(HRB2012.4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 아스펜연구소(Aspen Institute) CEO,.번역김현정)


<2292호에 이어 계속>
단순화하라(Simplify): 잡스는 명상(선) 수행자답게 뛰어난 집중력을 갖고 있었을 뿐 아니라 본질에 신경을 집중시키고 불필요한 요인을 제거해 모든 것을 단순화시키려는 본능적 감각을 갖고 있었다. 잡스는 대학을 중퇴한 후 전자게임 회사 아타리(Atari)에서 야간 근무를 하며 단순함을 숭배하는 법을 익혔다. 아타리는 술이나 마약에 취한 신입생들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고 설명서조차 필요치 않을 만큼 단순한 게임을 제작했다. 스타트렉(Star Trek) 게임을 선보일 때 아타리가 제시한 설명은 딱 2개뿐이었다.

첫 번째는 25센트짜리 동전을 집어넣으라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클링곤(Klingon, 스타트렉에 나오는 외계인)을 피하라는 것이었다. 잡스는 단순히 복잡성을 외면하기보다 복잡성을 정복해 단순함을 얻고자 했다. 잡스는 이토록 심오한 수준의 단순함에 도달하면 사용자들에게 도전하기보다 우호적인 방식으로 사용자의 의견을 따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잡스는 “단순한 것을 만들고 근본적인 도전을 제대로 이해하고 품격 있는 해결방안을 제시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잡스는 아이팟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건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3번 이상 클릭할 필요가 없도록 단순하게 디자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원을 켜고 끄는 버튼을 없애자고 제안한 것이다. 맨 처음 팀원들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전원 버튼이 불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용자가 기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서서히 전원이 꺼지고 다시 작동을 시작하면 전원이 들어오게 만들면 그것으로 충분할 터였다. 마찬가지로 직원들이 아이DVD(iDVD·사용자들이 디스크에 동영상을 굽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용 탐색 화면이라며 어수선한 디자인을 내놓자 잡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화이트보드 위에 단순한 직사각형 모양을 그린 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여기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있지. 여기에 하나의 창을 만들어야 해. 이 창 속에다 동영상을 끌어 넣는 거지. 그런 다음 ‘굽기’라고 적힌 버튼을 클릭하면 돼. 그거면 돼. 우리는 바로 이런 걸 만들 거야.” 혁신적인 파괴를 필요로 하는 산업이나 카테고리를 찾고자 할 때 잡스는 항상 필요 이상으로 복잡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어디인지 묻곤 했다. 언젠가 회의 도중 휴대전화를 집어 든 잡스는 주소록을 포함해 전체 기능 중 절반이라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소리를 질렀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져라(Take Responsibility End to End): 잡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주변기기들을 빈틈없이 통합시키는 것이 단순함을 얻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애플 생태계(예: 아이튠즈 소프트웨어가 깔린 맥 컴퓨터에 연결돼 있는 아이팟)를 활용하면 기기가 더욱 단순해지고 동기화(同期化)가 원활해지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대폭 줄어든다. 새로운 재생목록을 만드는 것같이 복잡한 일을 컴퓨터에서 처리하도록 조절하면 아이팟의 기능과 버튼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잡스와 애플은 사용자 경험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이런 태도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 아이폰에 장착된 ARM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에서부터 애플 매장에서 아이폰을 구매하는 행위에 이르기까지 고객 경험과 관련된 모든 측면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성격 또한 ‘온전한 기기(whole widget)’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잡스의 강박적인 책임감에 한몫했다. 하지만 완벽함을 향한 열정과 품격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른 회사에서 만들어낸 전혀 독창적이지 않은 하드웨어상에서 애플의 위대한 소프트웨어가 구동된다는 상상을 하면 잡스의 몸에서 두드러기가 돋을 정도였다.

잡스는 애플이 승인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이나 콘텐츠가 애플 기기의 완벽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선 치를 떨곤 했다. 이와 같은 잡스의 접근방법이 항상 단기 이윤을 극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쓰레기 같은 기기, 뜻 모를 오류 메시지, 짜증나는 인터페이스로 가득한 세상에서 잡스와 애플은 이 같은 접근방법을 택한 덕에 사용자 경험을 즐겁게 선사하는 놀라운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뒤처졌을 땐 뛰어넘어라(When Behind, Leapfrog): 혁신적인 기업의 특징은 먼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뿐 아니라 뒤처질 경우 아예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상대를 뛰어넘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다. 잡스가 맨 처음 아이맥을 선보였을 때로 돌아가 보자. 당시 잡스는 사용자가 사진과 동영상을 편리하게 관리하도록 도움을 주는 기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음악 쪽에는 많은 신경을 쓰지 못했고 결국 경쟁업체들보다 뒤처졌다. 개인용 컴퓨터를 소유한 사람들은 음악을 다운받고 서로 교환했으며 직접 CD를 구웠다. 하지만 아이맥의 CD 드라이브로는 CD를 구울 수 없었다. 잡스는 당시 “멍청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그 부분을 놓쳤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잡스는 단순히 아이맥의 CD 드라이브를 업그레이드해 경쟁사들을 따라잡는 대신 음악산업 전체를 뒤집어놓을 통합 시스템을 선보이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아이튠즈와 아이튠즈 스토어, 아이팟을 통합시킨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은 사용자들이 다른 어떤 기기를 사용했을 때보다 훨씬 간편하게 음악을 구입하고, 공유하고, 관리하고, 저장하고, 재생할 수 있도록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다. 아이팟이 대성공을 거둔 후 잡스가 오랫동안 성공의 기쁨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신 잡스는 무엇이 아이팟을 위태롭게 만들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잡스는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휴대전화에 음악 재생장치를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잡스는 아이팟 판매 감소를 감수하고 아이폰을 내놓았다. 잡스는 “우리가 우리 회사 제품의 판매 감소를 가져올 만한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다른 누군가가 그럴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주)와이즈케어 대표이사  송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