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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the basis!

편집인 칼럼

치과진료실에서는 ‘치과냄새’로 표현되는 치과 특유의 냄새(eugenol, monomer, FC 등)가 있는데, 퇴근 후 아이들로부터 ‘아빠한테는 치과냄새가 난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아! 내 몸에 냄새가 베어있구나!’라고 인지하게 된다.

‘치과냄새’는 치과의사에게 야릇한 직업적 자부심과 함께 가족들에게 나만의 수고를 전해주는 향기이기도 하다.

반면, 이 치과냄새는 치과의사의 후각을 둔하게 만들어 놓아 부지불식간 치과의사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치과냄새’ 이외에 진료실에서 외부로 가져가는 또 다른 것은 무엇들이 있을까?
나는 외래교수로서 대학병원에 진료를 나가거나 진료봉사 차 외부진료를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외부 진료보조스탭들의 행동을 통해 공통된 하나의 행동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철물(크라운이나 덴쳐프레임, 덴쳐레진 등)을 stone point로 삭제할 때는 어김없이 3way syringe로 air blow를 하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이 행동을 몹시 싫어한다. 아니 혐오하는 수준이다.
미세입자로 깎여져 나온 미세분진을 저렇게 불어버리면 내 눈에는 안보이지만 결국은 우리 진료실 내에 떠돌다가 ‘원장과 스탭을 인간공기청정기로 만들겠구나’라는 생각이다. (인간공기청정기 : 스탭들과 원장이 들이 마신 분진을 폐가 걸러준 후 깨끗한 공기를 진료실에 내뿜어주는 역할) 꼭 닭이 쫓기다 숨으려고 보이는 구멍에 머리만 쳐 박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치과의사와 스탭의 동의 하에 이루어지는 air blow 이유인 즉, 마찰열로 인해 뜨거움을 잠시 잊기 위함, 분진이 쌓여 생기는 시야방해 해소, 술자 눈에 분진티끌이 튀어들어올까봐… 정도인데 이런 무의식적인 행동이 사회적으로는 환경호르몬 등으로 큰 화두가 된 건강위협요소인데도 불구하고 정작 치과의사들은 관심 밖이라는 것이 큰 문제이다.

나는 이렇게 하고 있다.
집진기를 사용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suction이 될 수 있도록 suction tip을 작업점 가까이 대 주는 것만으로도 깎여 나가는 미세분진의 80%이상은 감소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더불어 고효율공기청정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하루에 2번 정도는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진료실 바닥청소를 철저히 한다.
 
술자의 손 끝에 전해오는 뜨거움을 잠깐 참으면서, suction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분진과  Fume(연기에 섞인 분진으로 폐포를 통과할 정도의 미세한 입자)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묘한 쾌감이 느껴지는데 여러분들과도 같이 공유했으면 하고 제안 드린다.

이번 칼럼의 제목을 ‘기본으로 돌아가자’라고 명명을 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기본이라 함은 안전하고 건강한 치과의료 환경을 제공받을 권리가 치과의사에게 있다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 치과의사 시각의 교차감염 방지와 치과의료종사자의 예방접종, 방어진료가 기본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치과의사로 평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치과의사인 나를 스스로 사랑하고, 그 다음은 환자를 사랑하고, 그 다음은 동료 치과의사를 사랑하는 윤리가 밑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본이 전제되지 않은 치과의사의 성공은 ‘모래 위에 지어 놓은 성’ 이상이 될 수 없다.

몇 년 전 TV에서 ‘환경의 역습’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송된 적이 있는데, 요약해보자면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의 부산물들 중 미래에 우리들을 공격해 올 ‘3대물질’의 공격으로부터 우리의 미래를 방어하자는 교훈적 프로그램이었다.
3대물질이라 함은 화학물질과 중금속, 미세먼지를 말하는데 그 중에서도 미세먼지는 화학물질이나 중금속과 결합하여 우리 몸 속에 들어와 화학물질과 중금속으로 하여금 인간의 건강을 해치도록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보철물에서 깎여 나오는 미세먼지가 진료실 내의 monomer(화학물질), 증기수은(중금속)과 결합해 치과의사의 폐를 공기청정기 삼아 몸으로 들어온다고 상상해 보라! 끔찍하지 않은가?
이 ‘3대물질’에 모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는 치과의사들의 필연적 환경에 대해 우리 스스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아무도 우리를 보호해 주지는 않는다
치과의사의 삶과 보람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는 ‘환경의 역습’이 치과진료실에서는 무엇인지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최치원 공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