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종교단체가 사무장치과 ‘장사’ 충격

<잠입르포>특정선교단체 명의 개설 돈벌이 혈안...위임·불법진료에 탈세의혹까지…

치과기공사가 대표…틀니 직접 진료도

특정 종교의 선교단체가 비영리법인의 병원 설립이 용이하다는 점을 악용해 치과를 개설하고, 사무장병원의 형태로 운영하는 실태가 확인됐다.


일부 치과는 치과기공사가 대표로 있으면서 경영 전반에 권한을 휘두르며, 무자격자 스탭의 위임진료를 방조하고, 본인이 직접 덴쳐 시술까지 나서는 등 불법행위를 빈번하게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표의 재량으로 비급여 진료를 30~50%까지 할인해주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행태가 해당 치과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특정 종교의 비영리 목적 법인이 운영하는 치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복지부를 비롯한 유관기관의 실태조사 및 경찰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덤핑도 예사 개원가 골머리

최근 기자는 강남구에 위치한 A치과를 찾아 방사선 촬영을 한 후 진료상담을 받았다. 이 치과는 특정 종교의 선교단체에서 설립한 비영리 의료기관이다.

A치과의 대표는 치기공사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전 어느 목사님의 도움으로 법인을 만들었다. 비영리 목적 법인으로 등록돼 있는 치과”라고 밝힌 바 있다.


진료비는 확실히 저렴했다. 임플란트는 개당 99만원, 브릿지는 치아 개수 당 28만원, 골드 인레이 개당 25만원, 레진 개당 7만원 정도였다. 단, 대표의 명함을 소지한 사람은 비급여 정상가의 30~50%까지 할인을 해준다는 게 상담실장의 설명이었다. 현금 결제를 하면 대표의 재가 하에 추가 할인을 해준다는 대목은 ‘탈세’의 가능성도 시사했다.


A치과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치과의사 B씨의 증언은 이렇다. 그는 “대표는 기공사인데, 여동생이 데스크에서 실장과 같이 돈 받는 일을 같이 챙긴다.

누가 치과의 원장으로 돼 있는지 개설허가서나 아무 서류도 비치하지 않아서 알 수 없는데, 심평원 진료비 청구는 한 달에 1500~1600만원 수준으로 하고 있다. 치과의사를 입맛대로 골라 쓸 수 있는 일꾼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A치과는 치과 구인 사이트에 2명의 원장을 구한다고 광고를 내고 “신불자도 가능하다”고 버젓이 적고 있다.


위임진료, 불법진료의 정황도 포착했다. 치과위생사가 방사선 촬영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고, 그 결과를 보며 상담을 진행한다. 치기공사인 대표는 덴쳐 진료를 직접 본다. 치과 부근에서 만난 이 치과의 환자 C씨는 “얼마 전에 치과 대표님한테 틀니 치료를 직접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치과 주변의 개원의들의 원성도 높았다. 인근 치과의 L원장은 “사실 교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진료비 덤핑 때문에 주변 원장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비급여 진료 덤핑은 물론 보험진료도 깎아주는 행위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법의 맹점 틈타 독버섯처럼

현행 의료법 33조2항은 의료기관의 설립 요건에 ‘비영리법인’을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비영리법인·의료생협 등 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제한 규정이 미흡하기 때문에 이 같이 비영리 선교단체의 법인명의를 빌린다면 누구나 쉽게 사무장병원을 개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비영리법인의 명의를 건당 2000~3000만원에 대여해 11개 사무장병원을 ‘굴린’ 사례가 최근 적발됐으며, 조합원 30명 이상의 출자만 받으면 되는 이점을 이용해 유령 조합원을 모집, 본인이 출자해 생협을 가장한 사무장병원을 차린 이가 처벌받기도 했다.


종로구의 한 원장에 따르면 “우리 구역에도 약 4개 정도의 생협 형태의 사무장병원이 있다는 의구심이 있다. 특히 한 치과는 비영리 종교단체가 설립한 건데 일가족이 운영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A치과가 속한 모 사단법인체는 강남구 외에도 김포시에 2곳 정도의 의원, 치과의원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영갑 기자


비영리 선교단체의 뒤에 숨어 사무장치과를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당 사진은 서울 모 구에 위치한 A치과. 대표의 명함 뒤에 “명함을 소지하면 정상가의 50~30% 할인해준다”고 광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