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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發 덴탈한류의 꿈

월요시론

미국 동부 보스턴의 3월 중순 공기는 아직 우리 한겨울만큼이나 차다. 찰스강을 건너는 하버드 다리에서 맞는 매서운 강바람과 길가에 아직도 허리높이까지 쌓인 눈은 이번 겨울 이곳 날씨가 얼마나 혹독했는가를 말해주는 듯하다. 17세기 초 첫 이주자들이 맞닥뜨린 뉴잉글랜드의 겨울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혹독한 자연은 이들에게 오히려 생존을 위한 지혜를 찾아내도록 만들었던 것 같다. 초기 이주자들의 후예는 하버드대학과 매사추세츠공대(MIT)라는 거대한 창의의 용광로를 이곳 보스턴에 세웠으며, 여기서 만들어진 지식의 결과물들은 현재 켄델/MIT 지하철역 벽면을 빼곡하게 장식하고 있다. 연도별로 나열된 이 긴 목록은 세상을 바꾼 인류 최초의 발명품들이 매년 하나꼴로 이 지역에서 탄생했음을 말해준다. 더 놀라운 것은 창의와 발명 열기가 여전히 식지 않는 진행형이란 점이다. 지금도 하루가 멀다시피 새로운 연구소, 특히 IT와 BT가 연결된 융복합 분야의 기업연구소가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여기서 일과를 마친 젊은이들이 찬바람이 쌩쌩 부는 하버드 다리 위를 줄지어 달리고 있다. 보스턴은 활력이 넘치는 젊은 도시이다.

올해로 93회를 맞는 국제치과연구학회(IADR) 연례 학술대회가 이곳 보스턴에서 열렸다. 규모로나 역사로나 세계 최대 최고인 치의학 학술모임이다. 이번 보스턴 대회에 참가한 우리가 특별한 준비와 관심을 쏟은 이유는 바로 다음번 제94회 대회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년 6월 22일부터 나흘간의 서울대회에는 전세계 70여개국 6천여명의 치과의사 및 연구자들이 참가하고, 여기에 국내외 관련업체도 다수 전시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치의학 학술의 향연이자 치과 올림픽이 서울에서 열리는 셈이다.

이번 보스턴대회 첫날 저녁의 한국의 밤(Korean Night) 행사. 매년 개최해오던 관례에 따른 것이지만, 이번의 행사는 서울대회 성공을 위한 첫발을 떼는 중요한 행사였다. 대회본부 임원과 각국 참가자들이 행사장을 찾아와 내년 서울대회의 성공개최를 기원하고 축하해주었다. 이들은 한국의 치의학 수준을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잘 알고 있었고, 서울에서 그것을 직접 보고 확인하고자 했으며, 덤으로 ‘강남 스타일’도 보고 싶어했다. 무사히 행사를 마친 우리 일행은 인근 맥주집으로 자리를 옮겨 뒷풀이 시간을 가졌는데, 젊은 대학원생과 연구원들도 낀 활기넘친 자리였다. 내년 서울대회를 어떻게 잘 치러낼까로 시작된 화제는 시간이 흐르고 ‘위하여’가 거듭될수록 조금씩 격상되더니 급기야 내년 서울대회 이후의 우리의 역할이라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때 누군가가 “여러분, 내년을 덴탈한류의 원년으로 만들면 어때요?”라고 제안하였다. ‘덴탈한류의 원년?’ 그래, 한번 올림픽 치르는 것으로 끝낼 게 아니라, 이참에 세계 곳곳에 한국의 치의학을 본격적으로 휘날려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보스턴발(發) 덴탈한류의 꿈’이 탄생하게 되었고, 젊은 연구자들과 함께 우리는 꿈을 반드시 이룰 것을 다짐하였다.

대장금과 가을연가로 시작된 대중문화발 한류의 바람은 실로 위력이 대단하다. 싸이를 비롯한 케이팝의 열풍을 누가 상상이나 하였던가?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일컫는 한류 열풍은 이미 오래전 다른 곳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독일의 광산과 병동에서, 뜨거운 중동 사막과 망망대해의 외항선에서 그것은 시작된 게 아닐까? 간호사와 광부, 건설일꾼과 선원들의 헌신과 창의정신에 우리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보건의료의 한 축인 우리가 ‘덴탈한류’로 그 흐름을 이어갈 차례인 것 같다.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을 수행한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 귀국 바로 다음날 한 임플란트학회의 학술대회장을 찾아 이런 요지의 말을 하였다. 이번에 순방한 4개국뿐 아니라 이미 세계 각지에서 한국의 보건의료, 특히 치과의 진출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최선을 다해 이를 지원할 것이다 라고.

‘보스턴발 덴탈한류의 꿈’은 백일몽이 아니다. 축적된 선학들의 애씀이 있기에 실현 가능하고, 꿋꿋한 후학들의 의지가 있기에 실현 가능한 꿈이다. 여기에 산업계가 함께하고 정부 또한 함께하는 것이므로 자못 기대가 큰 꿈이다. 내년 국제치과연구학회 서울대회가 ‘덴탈한류’의 기폭제가 되기를 염원하면서 귀국 비행기에 오른다. 서울에는 그새 봄이 성큼 다가왔을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구 영 서울치대 치주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