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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질문 매뉴얼화'믿음주는 치과 ' 성장<5>

경영기획- 잘되는 동네치과 노하우- 진료전 환자에 세심한 설명 ‘궁금증 풀기’ 주력

모든 시스템 환자 위주 구성, 스탭과 근로계약도 투명 갈등 없어


장기적인 경기불황으로 인해 요즘 개원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출혈경쟁까지 감수하며 치과를 근근이 유지해오고 있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더욱이 준비없이 쏟아진 젊은 치과의사들은 개원가의 혹독한 경쟁에서 도태되거나 수가경쟁에 내몰리며 경영악화의 악순환에 한숨짓기도 한다. 여기에 지속적인 치의의 과잉공급 현상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형국이 되고 있다.


이에 치의신보는 이런 불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경영 노하우로 성공적으로 치과를 경영하고 있는 개원가를 찾아 그들만의 경영비결을 시리즈로 매월 두차례 공개한다. 선정대상은 단독 개원하는 치과를 위주로 했으며, 아울러 모범적인 동네치과의원을 대상으로 했다. 


인터뷰에 성심껏 응해준 취재원에 대한 보호와 프라이버시 존중 차원에서 이들 치과와 원장 명칭 등은 모두 익명 처리키로 했다.<편집자주>


소위 말하는 역세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하철역에서도 버스를 여러 정거장을 지나서야 K원장의 치과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기실에 환자들은 꾸준히 들어찼다. 비결이 궁금했다.


K원장의 첫 얘기는 이랬다. “죽을병이 아니면 환자들은 대개 잘 하는 병원보다 ‘잘 아는’ 병원을 찾게 되죠. 이는 환자들이 평소 병원을 찾을 때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로 편하고 믿을 수 있는 의사를 찾아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개원 초기부터 생각한 게 환자들에게 잘 하는 치과보다 잘 아는 치과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개원 후 10년이 지난 지금 K원장의 치과는 그렇게 잘 아는 치과로 환자들에게 인식되고 있었다. K원장의 치과가 잘 된다는 소문이 돌자 주위에 대형치과도 들어서고 덤핑 치과들도 생겨났지만 여전히 K원장의 치과 매출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K원장은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환자가 편하게 치과를 자주 방문할 수 있도록 진료에 있어서도 진단과 치료를 철저히 구분하고 있다.

가령 충치가 7개 정도 진단이 나왔다면 정말 치료가 필요한 2개 정도만 치료로 이어진다. 대신 정기적으로 구강검진을 꼭 받도록 강조하는 식이다. 실제 진료비도 주위 치과에 비해 저렴한 편도 아니었다. 하지만 환자들은 K원장을 믿고 따른다.


“당장은 충치 7개 모두 치료한다면 치과에 이익일 수도 있지만, 결국 그 환자는 나중에 그 치과를 다시는 오지 않게 될 것입니다. 요즘 환자들은 집에서 가깝다고 오지 않아요. 최소 2~3곳 이상은 들러 치과진료상담 등을 통해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죠. 우리 치과에도 거리 상관없이 오시는 환자들이 상당수입니다.”


또 K원장은 환자들의 사소한 질문 하나도 그냥 넘기지 않고 모두 매뉴얼화 해서 관리해 놓고 있다. 그렇게 모아진 데이터들은 하나의 매뉴얼이 돼서 환자들에게 그대로 알기 쉽게 바로바로 설명된다.

진료를 포함해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해 원장과 스탭의 말이 매뉴얼을 바탕으로 한결같으니 환자들도 더 신뢰하게 된다.

원장과 스탭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돼 서로 말이 다르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의문을 갖고 급기야 치과의 신뢰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환자들의 질문 가운데 매뉴얼에 없는 내용은 그때그때 보강해 나간다.


또한 K원장은 치료에 대한 예후가 좋지 않아 재진료가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이에 대한 각종 기준도 자세히 마련해 진료실에 환자들이 볼 수 있도록 비치해 놓았다.

환자들도 혹시 모를 재진료에 대한 보증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진료를 받기 때문에 더욱 안심하고 진료에 임한다는 게 K원장의 설명이다.


진료 전 상담 역시 진료 분야별로 세세하게 마련된 매뉴얼에 따라 환자들이 알기 쉽도록 최대한 환자 눈높이를 고려해 상담이 이뤄진다.

K원장은 “사실상 환자들에게 아무리 쉽게 설명한다고 해도 듣고 나면 20%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매뉴얼에 따라 집중적이고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며 “관련 사진과 동영상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물론, 해당 재료 등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진료 전 환자의 궁금증이 전부 풀려야 환자들도 편안하게 진료에 임하고 진료 후에도 잘 협조한다는 게 K원장의 경험이다. 아울러 진료 후 치료 분야별로 꼼꼼하게 작성된 환자 주의사항이 담긴 메모도 환자들에게 잊지 않고 챙긴다.

메모는 일률적이지 않고 환자 상태 등을 고려해 환자마다 맞춤식 주의사항이 담겨져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주의사항 메모 하나도 환자 입장에서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 진료 끝날 때까지 친절 중요시

아울러 K원장이 중요시하고 있는 것이 ‘친절’이다. 환자가 진료를 시작해 진료가 끝날 때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불편함 없이 편안히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최대한 신경 쓴다.

K원장은 “요즘 어디 안 친절한 치과가 있나요?”라고 반문하며, “너무 너무 친절해야 환자는 친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달 방문환자들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작성해 늘 분석하며, 불편사항이 없는지 꼼꼼히 점검하는 것도 K원장의 몫이다. 개선해야 할 사항이 나타나면 바로 시정해 나간다.

이렇게 주먹구구식이 아닌 정확한 데이터를 토대로 관리하니 10년이 지난 지금 환자의 컴플레인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 원장실 열려있는 공간으로

치과 인테리어에 있어서도 환자동선 등 대부분 환자입장을 고려해 설계됐다. 원장실은 환자들이 언제든지 편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늘 열려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으며, 환자 편의를 위해 진료실마다 달려있는 문들도 모두 미닫이문으로 설치해 진료받는 환자 수에 따라 미닫이문을 열면 보다 넓은 공간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등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진료실과 대기실, 화장실 등 각 기능에 맞게 조명과 인테리어도 신경 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10년이 지났는데도 치과 구석구석 윤이 날 정도다. 화장실도 은은한 조명과 함께 덤핑치과에 대한 폐해 등을 담은 소소한 인테리어성 문구도 인상적이었다.


K원장은 진료에서부터 환자 및 직원 관리 등 모든 매뉴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치과에 필요한 사소한 것까지 놓치지 않고 매뉴얼로 완비해 놓았다.

기준과 원칙을 담은 매뉴얼대로 물 흐르듯 운영되기에 직원과 환자와의 트러블도 찾기 힘들다.


직원과의 근로계약에 있어서도 원장과 직원 간 궁금증이 없도록 상세히 내용을 적다보니 근로계약서 분량만도 10장이 넘는다. 또한 직원들의 업무분담도 매뉴얼에 상세히 분류돼 있어서 담당직원이 해당업무만 잘 수행하면 원장과 직원 간, 직원과 직원 간에도 트러블이 있을 수 없다.

만약 해당 직원이 휴가 시에도 다른 직원에게 업무 인계를 철저하게 하고 가기 때문에 별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실제 K원장과 직원간에 트러블이 10년 동안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 습관처럼 늘 공부하고 연구

“원장과 직원이 출근하고 싶은 치과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원장이나 직원이 출근하고 싶지 않은 병원에 환자가 얼마나 올까요? 환자들도 곧 알게 되고 점점 찾지 않게 될 겁니다.”

K원장은 일주일에 두 번 야간진료를 한다. 야간과 토요일 진료를 줄이려고 해도 평일 시간에 쫓기는 환자들의 방문이 늘고 있어 줄일 수도 없다고 했다.


K원장은 습관처럼 늘 공부하고 연구한다. 그는 “공부를 안 하면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치과계는 새로운 재료와 기공 등 발전 속도도 빠르고 변화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 10년 전과 비교하면 재료 및 장비 등에서 변화가 많았고, 임상에 적용하려면 새 재료와 장비 등과 관련한 논문도 봐야하고 최신지견 등 공부할 게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개원한 지 10년이 지나고 보니 본인도 모르게 환자 입장에서보다 자신의 입장에서 진료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K원장은 “스스로 이런 부분에 대해 경계하고 또 주의하고 있다”며 “당시 최선을 다해 치료했음에도 불구하고 되돌아보면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늘 남는다”고 했다.

지금이 최선이라고 생각될 때 더 공부해야 하고, 환자입장에서 더 고민해 진료에 임해야 한다는 것을 K원장은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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