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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치과의사의 거리는 여전히 멀다

스펙트럼

국민건강영양조사는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과 영양상태를 알아보기 위하여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대형트럭을 개조해 만든 검진 차량을 이용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매년 계속적으로 시행하는 국가통계조사이다.

2007년에는 대한예방치과·구강보건학회(구 대한구강보건학회)가 검진 차량에 치과체어 등의 하드웨어와 검진 질관리 등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각 지역의 공중보건치과의사가 참여해 체계적인 구강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의 구강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신건강과 구강건강의 관련성을 연구할 수 있는 소중한 통계자료가 만들어진다.

학회 산하 역학조사위원회에서는 국건영 조사에 참여할 공보의들을 대상으로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공보의가 실제 조사에 투입되면, 역조위 소속 예방치과 교수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대상자를 동시에 검진하고 비교하면서 검진의 질 관리를 책임진다. 전국에 4개의 검진팀이 상시 운영되기 때문에 반기 당 9명의 교수들이 약 25회의 질 관리 출장을 나가게 되고, 교수 1명당 2~3회의 출장이 잡힌다.

한편, 시대변화에 따라 국건영을 행·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공보의와 교수 인력이 감소하고 있어, 향후 국건영 구강검진의 전망은 안갯속이다. 본인은 부산경남 지역을 다년간 담당하고 있고, 덕분에 부산경남 지역 주민의 구강건강 상태를 확인할 기회가 많았다.

최근 국건영 구강검진 질관리를 위해 부산 서구 구덕꽃마을이란 곳을 다녀온 적이 있다. 부산 하면 우리나라 제2의 도시로 해운대와 마린시티, 센텀시티, 광안대교 등 화려함을 먼저 떠올리지만, 산 중턱까지 빼곡이 들어선 수많은 가옥과 재래시장, 오래된 골목 등 여전히 각박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의 향수가 더 묻어난 도시이다. 내가 방문한 구덕꽃마을이 그랬다. 도심에서 구덕산 방향의 도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서, 과연 이쪽으로 가면 검진 대상 주민이 살고 있는 마을이 나올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의외의 장소에서 국건영 조사가 시행되고 있었다. 지역 주민 중, 무작위로 선정된 일부 주민만이 조사에 참여하게 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사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주민은 중장년, 노년층으로, 청년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렇게 조사가 시행되던 중, 20대 후반의 젊은 여성이 조사에 참여했고 내심 반기는 마음으로 검진에 임했다. 일반적으로 젊은 여성들은 구강상태가 양호하기 때문에 구강검진 과정이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그녀의 입안을 들여다 본 순간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상당한 좌절감을 느꼈다.

문진 상에서 6개월 된 아이를 가진 산모로,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치과를 다니지 못했다고 한 그녀는 상악에는 대구치만을 지대치로 한 의치를 장착하고 있었고, 하악은 한눈에 보기에도 진전된 치주염과 여럿의 우식증을 보유한 상태로, 그녀의 나이와는 걸맞지 않은 매우 열악한 구강상태였던 것이다. 어쩌다 저렇게 됐을까하는 안타까움과 더 이상의 악화를 막기 위해선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하겠다 싶어, 조심스럽게 개인적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다 제안을 했고, 이후에 인근의 치과의원 원장께 부탁을 하고 난 뒤, 대상자에게 문자 연락을 취했으나, 아쉽게도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직 연락이 없다. 좀 서글프긴 하다.

이 검진대상자는 젊은 연령의 특별한 케이스라고 믿고 싶지만, 사실 검진을 하다 보면 안타까운 경우를 종종 접한다. 과거에 비해 환자 수가 줄었다고 걱정하는 개원가의 고민에 공감하지만, 실제로 일반 국민들을 검진하다 보면, 대다수가 치과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국민들도 자신들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그들만의 다양한 사연으로 인해 치과방문을 미루거나, 포기한 상태이다. 국민들이 치과의 문을 두드리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치과의사들이 그들의 사연에 귀 기울이고, 문제 해결에 함께 나서야 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생각보다 국민과 치과의사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승화 부산대 치전원 예방치과학교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