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아주머니, 어머니!

종교칼럼

공원 공터에서 쑥이나 봄나물을 캐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사실 그다지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분들을 그냥 아주머니로 볼 때는 그랬다. 그러나 누군가의 어머니로 보았을때 그 행위에 대한 해석은 완전히 달라졌다. ‘아주머니들’이라고 읽었을때는 ‘개념없음’이나 ‘무조건 취하고 보는 욕심’의 행동으로 해석했었고, 그래서 별로였다. 어느순간 아주머니를 누군가의 어머니로 바꿔 생각하자 그 행위는 가족에 대한 사랑, 혹은 거룩함으로도 읽혀졌다.   그런 어머니들의 행동은 자신의 이미지관리 차원을 넘어서 있다. 먹여살림의 거룩하고 절박한 몸짓이다. 세상 모든 어머니가 자기관리가 우선이었다면, 역으로 지구상의 모든 가족과 자녀들의 이미지는 엉망이 되어있지 않았을까 하는 재밌는 확대해석을 해본다. 자신은 어떻게 보여도 아랑곳하지 않는 어머니들이란 곧 우리가 보기 좋지 않게 여기는 아주머니들의 또다른 얼굴인것 같다.

이쯤에서, 서울에서 대학원과정을 밟고 있을때 한번씩 올라오셨던 우리 어머니가 떠오른다. 오실 때마다 인절미를 해서 양손에 한보따리씩 싸든 채 뒤뚱뒤뚱 버스에서 내리시는 모습을 볼때면 퍽 유쾌하지 않았다. 그것을 내가 들어야 하는 것도 마땅치 않았고, 무거운 것 들고 다니시는 것도 걱정되었다. 제발 해오지 말라고 못박아서 말씀드렸지만 어김없이 떡보따리를 들고 씩 웃으시는 모습 앞에서 할말을 잃곤 했다. 말랑말랑하게 먹이려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장만하셨을 마음을 모르지 않았지만, 하루는 작정하고 떡보따리를 터미널 바닥에 그대로 팽개쳐놓고 몇미터를 가다가 다시 마지못해 들고 가는 제스처를 한 적이 있었다. 그 후로 떡보따리는 사라졌다.

그런 어머니가 지금은 약간의 치매를 가진 할머니가 되시어 요양원에 계신다. 요양시설에 입소하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하고 심기불편한 시간들이었다. 가신다 했다가 바로 딴말씀을 하시는 바람에 몇차례나 계획했던 일정이 뒤집어졌다. 마음 한켠에서는 연로하신 부모님을 짐으로 여기는 스스로에 자책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런 심정으로 눈을 감고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다가, 어느날 상상속으로 어머니를 앞에 모셔놓고 마음으로 속깊은 대화를 해보았다. 잘못했던 일들이 제일 먼저 떠올라 진심으로 사죄를 올렸다. 이어서 그 어려웠던 시절, 자식들을 먹이고 가르치며 하루하루 삶을 꾸려가셨을 그 치열함에 감정이입이 되면서 뜨거운 눈물이 쉴새없이 흘러내렸다. 앞에 계시면 하지 못했을 말들이 마음속 대화로는 오롯하게 흘러나왔고, 한없는 감사와 축원기도로 마무리되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아니라 한 갸륵한 존재를 마음다해 안아드리는 형체없는 어떤 부드러운 존재였으며, 카타르시스가 함께했다. 그저 도리를 행한다는 마음으로 대했던 이전과는 달리, 마음대화를 시작한 후로는 만날때마다 진심으로 안아드릴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귀한 어머니는 누군가에겐 그냥 아주머니이고 할머니이다. 세상 모든 아주머니들을 누군가의 어머니로 대입해서 읽을수 있다면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마음도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장오성 교무/원불교 송도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