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전문의제도 경과조치를 바라보는 시선

전문의, 기존수련자,비수련자, 치대 재학생

지난 5월 28일 ‘전문과목을 표방한 치과의원은 표방한 전문과목만 진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77조3항이 헌재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자, 치과계는 즉시 치과의사전문의 자격시험 경과조치(이하 경과조치) 허용에 대한 찬·반으로 들끓고 있다. 전문의들과 기존수련자, 비수련자 등 회원들의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경과조치 시행을 바라보는 치과계 다양한 구성원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봤다.

■전문의

 “전문의 따도 힘든 건 마찬가지” 
경과조치 법 결정 따르면 될 일, 합리적 교육절차 마련돼야
  

“전문의를 딴다고 쉽게 표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의료법 77조3항이 효력을 잃었어도 실제 개원가에서는 다른 치과들 눈치를 봐야지요.”

강남 개원가에서 전문과목을 표방하고 있는 전문의 A원장은 전문과목 표방 자체의 어려움을 먼저 호소했다. 그는 전문의제도 시행 초기 전문의를 딴 이른바 1세대 전문의다.

그는 “개원을 하고 보니 교정과와 소아치과 정도만 전문과목 표방 시 경쟁력이 있지 다른 과목들은 제약이 많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며 “특히, 의료법 77조3항이 사라졌다고 전문과목을 내세우고 다른 과목도 진료하겠다고 달려들었다가는 오히려 지역 개원가에서 ‘고립무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내 경우 개원 초창기 주변 원장들에게 일반진료 환자를 보내주며 신뢰를 쌓아 지금은 서로 환자를 리퍼하는 관계를 만들었다. 개원해 보니 동네 소문이 중요한데,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다하려 했다가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원환경이 어려운 상황의 주된 원인은 병원 밀집에 따른 과당경쟁이지, 전문과목 표방 여부가 핵심은 아닌 것 같다. 전문의를 따면 다 표방할 것인가”라며 “그럼에도 일반의들이 전문의 자격을 따야한다면 반대하지 않는다. 단, 적절한 자격취득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전역을 하고 개원을 준비 중인 전문의 B씨는 전문의자격 경과조치 시행 여부의 찬·반을 묻는 질문에 화부터 냈다.

“처음엔 의료법 77조3항으로 답답하게 하더니, 이제는 모두 전문의 자격을 따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얘기다. 전문과목을 표방하지 않고 일반 개원을 생각하고 있다는 B씨는 “경과조치 시행여부는 내가 판단할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결정될 부분이라 생각한다. 한다면 모두의 교육과정이 평등해야 한다”며 “젊은 치과의사들은 어떤 경우라도 매우 힘들다는 것을 먼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존수련자

“같은 교육 과정, 같은 기회 달라”
40대 전·후 경과조치 요구 커, 신설과목 전문의 반대 안해

실제 경과조치 시행 시 직접적 대상자가 되는 기존수련자들은 오래 전부터 경과조치를 요구해 왔다. 

특히, 전문의제도가 도입되기 바로 전인 2000년대 초에서 2007년 이전까지 수련을 받은 기존수련자들은 현재 연령대가 40대 전·후반으로, 가장 활발하게 개원활동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전문의 자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시기에 수련을 받은 한 기존수련자는 “불과 1~2년 차이로 누구는 전문의고, 나는 그냥 일반 개원의다. 환자가 이 차이를 물을 때면 난감하다. 전문과목 표방의 문제는 각자 알아서 할 일이고 같은 교육을 받은 사람한테 같은 자격을 딸 기회를 줘야하는 것이 상식아닌가”라고 말했다.

강남에서 교정전문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한 기존수련자는 “나는 이미 졸업한지 20년이 넘었다. 경과조치를 시행해도 전문의를 따지는 않을 것이다. 오래 개원을 하다 보니 그런 자격증에 따라 환자가 많이 오고 적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며 “그러나 수련을 받은 후배들에게는 경과조치를 주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수련을 받은 사람들에게만 경과조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오래 개원을 하다 보니 모두가 동료라는 생각이다. 비수련자들의 억울함과 어려움을 생각하면 신설과목을 통해 새로운 전문의제도를 만드는 것도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것을 막고 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모든 것을 다 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직의 한 교수는 “교수들의 입장은 간단하다. 전문의 자격을 갖고 전문의가 될 사람들을 교육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경과조치를 통한 전문의 자격 취득 기회를 요구하며, 신설과목을 통한 경과조치 확대에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문의제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경과조치 시행의 핵심은 치과의사 모두에게 전문의 자격취득 기회를 줬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것이다. 실제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전문의들이 새로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비수련자
“경과조치 시행 쪽으로 맘 돌아서는 중”  
AGD 전문가, 11번째 신설과목 질 담보 낙관 

경과조치를 바라보는 비수련자들의 시선은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받아들여야 할 때’, ‘의료법 77조3항 위헌 판결은 판결일 뿐 소수정예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뉜다. 

의료법 77조3항의 위헌 판결에 따라 달라진 것은 기존 소수정예 전문의 원칙을 주장하던 비수련자의 상당수가 ‘경과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 한 개원의는 “그동안 치협 정기대의원총회를 통해 치과계가 소수정예 전문의제도에 대한 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이번 의료법 77조3항에 대한 위헌 판결로 이제는 다른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며 “애초 소수정예 원칙에는 전문의가 자신의 과목을 표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는데, 이것이 안 되면 일반의들도 전문의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과조치를 받아들인다면 비수련자들의 큰 고민은 과연 11번째 신설과목의 교육과정과 자격의 질이 기존 10개 전문과와 비교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느냐는 것”이라며 “교육과정이 어떻게 짜여 질지, 교수인원과 기관은 어떻게 운영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수련자 출신의 개원의는 “전문의와 비전문의 모두에게 똑같이 기회를 주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평등 원칙에 입각한 상식 아니겠느냐”며 “결국엔 정부가 비수련자들을 위해 11번째 신설과목이라는 카드를 빼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1번째 신설과목의 질 담보 문제와 관련 (가칭)대한통합치과학회 관계자는 “의과 가정의학과의 사례를 비춰볼 때 단계적으로 수련기관 수도 늘어나고, 실제 수요자들의 요구도도 반영되며 자동적으로 새로운 전문 과목의 체계가 잡혀갈 것”이라며 “우선은 시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불안감 조성 말라”,
    소수정예 고수 의견도 여전
소수정예 전문의 원칙론자들의 의견도 여전히 살아있다.

비수련자로 소수정예 전문의 원칙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한 개원의는 “의료전달체계의 공익적 요소가 있음에도 사적 이익추구가 우선한다는 헌재의 판결이 매우 유감스러우며, 이 같은 상황에서 불안해하는 일반 개원의들의 분위기를 이용해 다수개방안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개원의는 “경과조치 시행을 통해 대다수의 치과의사가 전문의가 되는 것은 치과계에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를 세우자던 처음 전문의 제도의 목적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치협과 복지부, 대학병원이 합심해 수련병원지정기준을 강화해 전문의 배출인력을 치대 졸업생의 8%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게 줄이도록 더 노력하고, 전문의자격갱신제를 시행해야 한다. 특히, ‘전문의가 임플란트를 더 잘한다’는 등 전문의를 내세운 비교 광고를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대 재학생

“새로운 기회 확대 나쁘지 않다”
“전문의·비전문의 차등 수가제 필요” 제도개선 고민 깊어 

11번째 신설과목 시행 시 주최가 될 치대 재학생들은 “새로운 수련기회, 자격증 취득기회가 확대되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치대 재학생은 “어떻게 됐건 여러 가지 선택지가 많아지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다만, 수련을 받을 마음이 없던 학생의 경우 가정의학과와 같은 형식이 예상되는 11번째 신설과목을 선택해야 하나 하는 새로운 고민이 생길 것 같다”며 “경과조치를 시행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11번째 신설과목도 만들어 수련을 받지 않았던 선배들이나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경과조치가 시행되든 신설과목이 시행되든 근본적으로 올바른 전문의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보험수가의 차등체계가 마련되는 등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해결이 함께 돼야 제대로 된 제도가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