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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VS 치과 분쟁 언제까지…

장기 불황·경쟁 심화 폄하·험담 늘어…치과 상호간 불씨 지피는 언행 삼가야

치과계 안팎의 의료 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치과계 내부 갈등 역시 점차 첨예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다른 치과의 진료 철학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 대신 폄하나 험담으로 심각한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치과의사 A 원장은 몇 달 전 인근에서 개원 중인 다른 치과 원장에게 큰 배신감을 느껴야만 했다. A 원장이 진료하던 부분틀니 환자가 골드크라운 인상을 뜬 이후 전화도 방문도 없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치과에서 치료를 하기로 했다며, 치료비 정산도 없이 진료를 없었던 것으로 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5분 거리의 해당 치과에서는 본을 뜬 것은 모르고 브릿지를 벗겨낸 것인 줄 알았다는 입장이지만, A 원장은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며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B 원장은 수년 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오던 환자가 갑자기 다른 치과에서 진료를 받겠다고 통보해서 고민 중이다. 특히 이 환자는 “(새 치과에서) 환불이 되니까 환불 받아오라고 했다”면서 당당하게 환불까지 요구, 난감한 상황이 됐다.

#험담·부주의 치과 간 분쟁 ‘불씨’
이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다보면 결국 신뢰감이나 동료의식은 소멸되고 그 자리에 냉소적인 경쟁심만 남게 된다는 것이 분쟁 경험자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특히 최근 수년 간 개원가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다른 치과의 진료과정이나 결과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폄하하는 사례들이 늘어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방에서 20년 넘게 진료 중인 개원의 C 원장은 이 같은 경험으로 마음에 큰 상처를 얻은 경우다. 한 대형병원에서 C 원장의 진료에 대해 노골적인 험담을 한 것을 들은 C 원장의 환자가 이를 좁은 지역 사회 내에서 소문을 내고 다닌 것.

C 원장은 “심지어 ××이’라는 얘기까지 들려왔다”며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불신을 넘어 원수 관계까지 가는 것”이라며 분노했다.

구두로 행한 험담 뿐 아니라 직설적인 진단서 역시 상호 간 분쟁의 불씨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치과의사 D 원장은 4년 전 지방 근무 당시 진료한 골드크라운 환자가 최근 염증 소견을 근거로 과거 씌운 보철물이 불량이라며 배상을 요구해 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해당 지역의 다른 치과에서 발급한 소견서가 환자 주장의 배경이었다.

#“전문가 동료의 진료 우선 존중해야”
특히 최근에는 크랙이나 파일 분리 관련 분쟁이 크게 늘면서 책임이나 과실 여부를 놓고 ‘네 탓 공방’이 벌어지기도 한다.

치과의사 E 원장은 통증을 호소하던 40대 환자에게 동의를 얻어 신경치료 등을 진행한 다음 며칠 간 휴가를 떠났는데, 이 기간 동안 다른 치과를 찾은 이 환자는 치료한 치아 옆에서 크랙이 발견됐다면서 다시 E 원장의 치과를 찾아와 책임을 추궁하며, 배상을 요구했다.

파일 분리로 환자와 장기간 법적 분쟁을 겪은 끝에 최근 승소한 F 원장의 사례 역시 인근 대형 의료기관의 ‘멘트’에서 시작됐다.

얼마 전 내원 환자의 ‘난동’을 겪은 대학병원의 G 교수는 “최근 환자들이 매우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칫 말 한마디라도 부주의하게 내뱉을 경우 심각한 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무엇보다 그와 같은 언행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크랙 분쟁으로 장기간 고생한 경험이 있다는 H 원장은 “다른 치과를 거쳐 온 환자를 상담할 때는 이전 치과의사의 진료철학을 폄훼하거나 갈등을 부추기는 뉘앙스로 소모적 분쟁의 불씨를 지피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