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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노(專攻奴), 펠노예(펠奴隸)

월요시론

전공노, 펠노예란 전공의와 전임의들 사이에서 자신의 힘든 처지를 스스로 표현하는 자조적 은어이다. 심지어 의국비 지출 항목에서 전공의 식대를 “사료비”로 표현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전공의와 전임의의 일상은 극도의 수직 관계, 경직된 형식 문화, 상명 하복의 의사소통, 구조적 폭언, 비판과 비난의 혼동, 소 집단주의, 의국이라는 이름의 조폭 문화와 집단가치 속에서 시대착오적 교육 환경에 처해지기 일쑤이다.

서구 사회와 달리 유교적 문화권에서의 우리 전공의는 온순한 성품, 불합리한 여건에 대한 수동적 인내와 양보, 수용하는 과도한 순종을 강요받는다. 교수자-피교육자 간의 교육적 상호 작용이 부족하며, 의문과 이의가 있어도 질문하지 않도록 학습되어 있다.

전공의 또한 부모 의존 단계의 심리상태를 보이며, 교수자 또한 성인교육임에도 불구하고 과잉보호적 교육환경을 만들고, 전공의의 자기 주도적 인생과 자기 주도적 학습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전공의의 주관성 발육이 지연되고, 교수와 전공의 간의 언어 교류 구조 또한, 전공의의 주관적 판단을 억압함으로써 임상적 견해와 진료행위에 대한 활발한 상호의사 교류 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한다.

치과의사 전문의가 전문가로서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형성에 가장 영향을 받는 기간은 전문화 과정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전공의 시기이다. 가족적 집단 문화와 가치에 바탕을 둔 폐쇄적 생활의 전공의 과정은 자신의 안위와 향후 진로에만 관심을 쏟을 뿐 그 이외의 치과의사 공동체의 제도적 사회경제적 현안이나 심지어 자신이 속해 있는 의료기관의 현안에도 철저하게 무관심해진다.

국가와 치과의사 공동체의 무관심 속에서 전공의의 교육은 전적으로 의국 단위에서 이루어진다. 이 사이, 의국에 대한 맹목적 무비판적 충성심과 의무감이 강조되고 발달되어 전공의 스스로가 의국 이외의 의료제도의 변화, 의료 윤리, 환자의 권리 등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전혀 가지지 못하고, 개인적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적 발달과 성장장애의 현상을 보인다. 조직문화 순응도가 곧 이들의 도덕적 평가와 판단의 기준이 된다.

전임의의 역할과 역량 및 교육과정에 대한 사회적 가치에서의 규정과 컨센서스는 전무하며, 전공의 교육과정 역시, 공통역량과 전문역량에 대한 교육과 평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보건복지부 고시의 시대착오적 추상적 기술이 전부이다.

전임의와 전공의 교육에 대한 이러한 원시적 사회 여건에서 일차적으로 교육체계를 정비해야 할 주체는 바로 수련교육기관이다. 전문의와 전공의의 공통역량 교육을 의무화 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교육 담당 부서의 인력과 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모든 전공의를 대상으로 하는 공통 교육과정과 공통직무에 대한 분담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단합대회 위주의 회식중심교육은 반드시 지양되어야 하며, 탈의국적 교육여건을 만들어야만 조폭문화와 같은 집단행동양식을 버릴 수 있게 할 수 있다.

전공의와 전임의의 교육환경 구축에 필요한 비용은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의료보장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반드시 국가가 일정 부분 부담하도록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 연합 뿐만 아니라, 동남아에서도 태국이나 중국 또한 의료인력의 졸업후 교육은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영국 경희대치전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