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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도 치과의사였는데…

편집인 칼럼

평소에 나는 치과의사들의 죽음과 질병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는 편이다. 치과의사들의 사망원인에 직업적인 특성이 있지는 않을까? 또한 일반인들에 비해 치과의사들에게 호발하는 질병이 있지 않을까? 등 치과의사들이 직업적으로 불가피하게 불이익을 받는 환경적인 소인이 있지는 않을까에 대해 관심을 갖고서 자료도 모으고 책도 번역해 출판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대한치과의사협회 임원으로 몸을 담고 있기에 적절한 시점에 실행을 해보고자 기회를 엿보고만 있는데, 언젠가는 치과의사들을 대상으로 사망원인과 사망률, 특정질병 호발빈도와 경향에 대해 통계적 고찰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와는 별개로 나의 사고에서 약간 벗어나 있었던 것은 ‘젊은 치과의사의 죽음과 그의 가족들’에 대한 생각인데, 이번에는 여기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얼마 전, 가장이었던 치과의사 아빠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가정이 있었다. 세 살 박이 아이와 뱃 속에 있는 아이를 아내에게 남겨놓고 떠나는 아빠의 마지막 숨에는 남겨진 자들의 고통에 대한 생각에 차마 떨치고 떠나기가 힘이 들었을 것이다.

이처럼 요절을 한 치과의사들 대부분은 빚(인간적, 금전적)을 가족에게 남겨놓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남겨진 가족이란 젊은 배우자와 어린 자녀들이다.
주위를 둘러보자. 동문도 돌아보고 동일 지역의 동료 치과의사들도 한 번쯤은 돌아보자.

남은 가족들의 이야기는 한 번 울리다 사라지는 종소리와 같다.
아빠가 현직 치과의사일 때, 동창회 모임과 지역사회 모임 등 치과가족으로 살아가다 아빠가 떠나는 순간부터는 치과가족의 개념이 옅어지면서 점차 색이 바래가 결국은 일반인의 삶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치과’의 흔적이나 냄새, 친근감은 점점 사라지면서 보통사람이 되어 더 이상 남은자들은 치과가족으로서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된다.
아빠가 계신다면 얘기꺼리도 되지 않을 치과치료조차 당장은 아빠 친구 치과를 찾아가지만 그것도 한 두번이지… 언제부터인가 집 근처 동네치과를 찾는 보통 환자로 진료 받는 것이 훨씬 마음 편하다.

치과대학을 6년 다니고, 수련과 군복무, 개원 등의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어느 단계에서 치과의사의 역할이 끝났다고 해서 한낱 그립고 안타까운 친구, 후배치과의사로서 잊혀지게 되서야 되겠는가?

치과가족이라는 단어가 잡지나 신문, 대화에 참 많이 들어간다. 운동회를 하더라도 치과가족은 아내와 자식들을 모두 포함해 행사를 진행하고 실제 하나의 치과가족으로 친근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사람이 떠났다고 모든 가족이 함께 떠나도록 놓아두는 우리네 정서도 이제는 바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린 자녀에게 ‘너희들 역시 우리들의 가족이다’는 말을 들려주고, 가족으로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감정과 책임을 보여주는 성숙한 치과의사들, 나아가 치과계에서 공동체의식이 생겨난다면 치과계가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고 우리 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미군이 유해발굴을 통해 DNA분석을 하듯, 대한민국 치과의사의 DNA가 피 속에 흐르는 미망인과 어린 자녀들에게 치과가족의 온기를 전하는 시간이 일찍 오기를 기대한다.
가족이란, 동고동락을 같이하는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이기 때문이다.

최치원 공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