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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뚝 ‘진료 슬럼프’ 특효약 없나

60명 중 56명 “내 진료 후회한 적 있다”…‘진료도 멘탈’ 의연함 잃지 말고 술식 꾸준히


“인수 개원한 후 처음으로 의료분쟁 비슷한 걸 겪어봤다. 엔도 케이스였는데, 환자가 계속 통증을 호소하고 그 가족들까지 나서 나의 치료에 대해 항의하는 통에 며칠간 시달렸다. 그 이후에는 진료가 두려워지더라.”

동작구에서 양도 인수로 개원한 3년 차 A원장은 최근 부쩍 진료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졌다. 환자의 강력한 컴플레인을 겪고 난 직후인데, A원장은 “이런 게 운동선수가 겪는 슬럼프 같은 것인가 싶더라. 자신감이 뚝 떨어졌다”고 고백했다.

최근 치과의사 커뮤니티에 올라 온 한 설문조사 역시 저 년차 원장들의 고민이 오롯이 반영돼 있다. “한 번쯤은 내가 왜 이랬나 싶은 진료 없으시나요?”라는 제목으로 올라 온 설문에는 60여 명의 치과의사들이 참여했는데, 56명(93%)이 ‘있다’고 답을 했다.

치과의사들은 진단 · 치료계획을 세우고, 치료나 수술을 하는 상황에서 무수한 선택에 직면한다. 이 선택은 가끔 실패로 이어질 때가 있는데, 이 상황은 환자와의 마찰을 부르고, 자신에 대한 책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상황에서 이른바 ‘진료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한다. 진료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자신의 술식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에 빠지는 것이다. 많은 원장들은 이런 상황에서 “너무 많은 생각은 오히려 슬럼프를 장기화 시킨다”고 조언한다. 개원 10년 차 이상 고 년차 원장들의 ‘조언’을 정리해봤다. 

# 선배들 “은퇴까지 공부할 수밖에”

본지 ‘잘 되는 치과의 비결’ 시리즈에도 소개된 종로구의 20년 차 B원장은 “컴플레인, 분쟁이 이상하게 몰릴 때가 있는데, 이럴 때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되면 슬럼프가 길어질 수도 있다. 분쟁도 ‘병가지상사’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술식을 책망하지 말고, 환자 앞에서도 의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엔도의 경우 시술 자체가 워낙 섬세하다보니 분쟁이 생길 소지가 크다”며 “내 경우에도 10년 차 정도 됐을 때 엔도에 자신감이 붙더라. 일단은 내 술식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많은 경험을 쌓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영등포구의 10년 차 C원장은 ‘공부’를 꼽았다. 치과의사는 은퇴할 때까지 공부할 수밖에 없는 숙명이라는 것이다. C원장은 “진료에 대한 자신감은 솔직히 말하면 갈수록 없어진다”며 “그 중에서도 집을 짓는 설계도인 ‘진단’이 내 입장에선 가장 어려운데, 결국은 많은 케이스 리뷰, 학술강연 등을 통해 저명한 술자의 술식을 파고드는 수밖에 없다. 그게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가장 좋은 솔루션”이라고 밝혔다.
C원장은 덧붙여 “심부파절(crack) 이나 비정형적동통(nerothic pain) 같은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아무래도 초진 환자를 볼 때 진단과 설명이 어려운데,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며 “환자에 대한 설명과 고지의 의무, 정확한 차팅 등의 기본을 지키고, 환자와의 신뢰관계를 꾸준히 형성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여치의 ‘수다는 나의 힘’ 

여성 치과의사의 경우는 슬럼프의 양상이 좀 다르다. 대개 체력과 관련돼 있다. 한창 진료를 볼 시기에 육아, 가사 등에 치이다 보면 체력의 한계가 오고, 이것이 진료 슬럼프와 연결되는 양상이다. 강남구의 13년 차 여성 원장은 “애가 어릴 때는 애 보느라 몸이 너무 힘들어서 출근하기가 싫을 정도였다”며 “체력이 달리니 진료 의욕이 떨어지고, 이게 슬럼프로 연결되더라. 환자 컴플레인도 많이 들어오는 등 3중고를 겪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개원 23년 차 D원장은 “아이들이 자라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이지만, 같은 처지의 동료 의사들과 모임을 만들어 틈틈이 시간을 보냈던 게 좋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공감’이 여성 입장에서는 슬럼프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