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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의 출신 마지막 메르스 환자 끝내 숨져

격리 치료 적절했나 의구심...치과계 애도 빠르게 번져


“눈물 밖에 안 나오네요. 너무 무서워해서 꼭 잡은 손 놓지 않으려고 하는데...얼굴은 노랗고 어느 곳은 붓고 어느 곳은 살점하나 없고 다리색은 시꺼멓고 머리카락은 반이 빠져있고 이게 사람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친구들과 양평 가서 감자탕 먹고 당구 한 게임 쳐야지 하니 눈을 번쩍 뜨네요. 해줄 것도 없고 쉴 새 없이 흐르는 땀과 코피만 닦아주고 손 꼭 잡아주고 나왔습니다. 아직은 못 보낼 것 같습니다. 아무튼 기적은 분명히 있을 것이니 또 바라봅니다.”  이 글은 고인이 숨지기 바로 전날 면회를 한 전남치대 동문이 쓴 글이다.


치과의사 출신으로 밝혀진 중동호흡기증후군(이하 메르스) 마지막 환자인 80번 환자가 지난 11월 25일 결국 숨을 거둔 가운데 죽음의 문턱에서 생과 사를 오가며 5개월의 격리 생활을 한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아울러 고인이 된 환자를 치료한 서울대 병원의 5개월에 걸친 격리조치와 질병관리본부의 대처가 적절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1월 25일 숨을 거둔 고인의 유족들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모교 동창회인 전남치대 동창회에서도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듣고 동창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려던 중 고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접해 듣고 침통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고인이 한창 나이인 35세였다는 것과 4살 된 아들이 아직도 아빠를 찾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체 치과계에도 슬픔이 번지고 있다.


‘말초 T세포 림프종’이라는 지병을 갖고 있던 고인은 지난 5월 폐렴 증세로 삼성의료원을 내원하는 과정에서 메르스에 감염이 됐고, 지난 6월 서울대 병원으로 이송돼, 격리조치 하에서 메르스 치료와 악화된 림프종 치료를 동시에 받아왔다. 10월 경 메르스 음성 판성으로 잠시 퇴원했으나 또 다시 상태가 악화돼 지난 25일까지 격리조치 상태에서 치료를 받다 결국 숨을 거뒀다.


# 유족 측 “분노” 6개월여 간 격리조치 적절했나?
고인의 사망과 관련해 유족 측은 병원 측이 감염력이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격리 조치를 해제하지 않아 기저질환인 악성 림프종을 치료할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분노를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의뢰했지만 부검도 서울대병원에서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인의 아내인 A씨는 “환자 가족과는 일체 소통을 하지 않는 질병관리본부는 제대로 된 기관인지 묻고 싶다”면서 “사람 하나 더 죽어 나가서 (메르스)종식 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격리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검사도 받지 못했다”면서 “가족의 정서적 지지도 받지 못해 죽을 고비를 넘길 때마다 가족은 따뜻하게 손 한번 못 잡아주고, 얼굴도 볼 수 없는 상황으로, 질병관리본부와 서울대 병원이 입장 때문에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사이에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상황이 올까봐 심장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며 비통한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물론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메르스 완전 종식’에만 포커스를 맞춰 보도를 양산할 뿐 메르스 종식 이면에 보건당국이 빠른 결정을 내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는 사이 마지막까지 안타까운 희생자를 낸 부분에 대해선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 아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