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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마음

월요시론

옛날 중국에 있었던 일입니다.
한 젊은 여인이 있었는데 옆의 나라가 쳐들어 와서 도망가다가 붙잡히게 되었습니다. 울며 불며 도망치려 했지만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이 여인이 얼굴이 괜찮았는지 군사들이 왕한테 데려갔고 그 여인은 후궁이 되어 하인을 거닐며 풍족한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자 그 여인은 왜 바보같이 붙잡히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은 조금도 쉴새없이 흘러갑니다.
우리는 항상 마음을 먹을 때의 그 순간의 마음이 영원한 것 같은 착각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순간은 진실하나 그 마음이 조건에 따라 변하는 것을 잘 알지 못하고 인정하려 들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한 번 마음 먹은 일도 오래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열렬했던 남녀간의 사랑도 처음에 그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부분은 본인의 변해가는 마음을 알지 못하고 상대방 때문이라고 합리화 시키며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마음이 변했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 마음은 변치 않는다고 하는 관념이 현실로 나타나는 실제를 억누르고 피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오래 관계를 유지한다고 하는 것은 변해가는 상태에서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두 사람의 처음의 마음의 상태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돼서 관계하는 것은 아닙니다.
외부적인 조건에 따라서 사람의 마음은 변해갑니다. 그 변화는 마음으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유지될 뿐입니다. 그러나 이런 안으로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외부적으로는 변치 않는 우정, 사랑으로 알고 살아갑니다.
종업원으로 일할 때의 마음이 사장이 되면 똑같을 수 없습니다. 직원들이 보는 시각과 원장이 보는 시각이 다릅니다.
민주 투사 였을때 국민을 보는 마음과 정권을 잡았을 때의 마음이 다릅니다. 그러나 본인이 변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자신의 변하는 마음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한 분이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아들이 결혼하며 자식을 둘 낳고 살고 있었는데 그만 사고로 죽었습니다. 며느리는 젊고 손자들도 너무 어려서 며느리 보고 애들도 어리니 한 7년 정도만 기르고 나서 미래를 결정하면 어떠냐고 하고 대신 생활비로 우선 5억을 주겠다고 서로 얘기를 하고 일시불로 5억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1년정도 지나서 애들을 남겨둔 채 다른 사람과 결혼해 버렸다고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은 한 사람의 문제를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의 흐름입니다.
처음부터 다른 사람과 결혼할 마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마음은 조건에 따라서 변하면서 끊임없이 흘러갑니다. 그렇다고 변해가는 마음이 당연해서 모든 것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두 사람이 약속이나 계약을 하고 싶을 때 처음에는 진정성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외부적으로나 아니면 내면의 조건의 변화에 의해서 마음의 상태가 달라지게 됩니다.
그 마음이 달라지더라도 약속이나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이익이면 그대로 끌고 갈 수 있으나 약속이나 계약을 파기하여 오는 과보가 다른 것을 선택하는 것보다 크지 않으면 그것을 유지하기는 어려워 집니다.
친구 사이에 약속해서 만나기로 했을 때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생기면 미안하다고 하고 약속을 철회합니다.
약속을 못 지킴으로써 오는 과보 보다는 새로운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조건에 따르는 마음의 변화입니다.
그러나 본인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는데 외부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이 변한다는 것을 알면 다른 사람이 변하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약속은 못 지켜도 그럴말한 상황이 일어났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약속을 못 지킨 것이 당연하고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약속을 못 지킨 과보는 분명히 돌아올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이 변했다고 화를 내거나 욕을 하면서 배신이라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서 수 없는 배신을 하면서도 전혀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만 보고 삿대질 합니다.
마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변화 하면서 끊임없이 흘러갑니다.
조건에 따라서 변하는 이 마음을 어떻게 알아차리고 조절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에 빛깔이 달라질 것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태관 한솔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