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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얕보고 들어왔다간 큰 코 다쳐”

'동네치과 원장끼리 식사합시다' <5>제주시 원장들 식사 모임 ‘광목회’

제주도 커뮤니티를 논할 때 흔히 인용되는 게 바로 ‘괸당문화’다. 괸당문화는 권당(眷黨·친척)에서 비롯된 말로, 친척이나 혈족을 포함해 학연·지연 등으로 끈끈하게 얽힌 사람들이 ‘서로 돕고 살자’는 의미다.
제주 섬에 뿌리내리고 환자를 보는 제주도 치과의원 원장들에게서도 이 괸당문화는 그들의 커뮤니티를 설명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된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원장들, ‘육지’에서 왔지만 제주 커뮤니티에 스며든 원장들은 그들만의 ‘괸당’을 구축하고, 서로 돕고 살고 있었다.

지난 4월 21일 제주도를 찾아 이른바 ‘광목회’ 멤버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광목회는 ‘광양사거리 인근 개원 원장들이 매주 목요일에 모여 밥 먹는 모임’으로 지난 2014년부터 3년 째 계속되고 있다. 이날은 최고참인 한재익 원장(제주지부 감사)을 비롯해 양순봉 원장, 김호영 원장, 정덕용 원장, 이호정 원장, 김원규 원장, 박 찬 원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 외지인은 반드시 확인하는 도민 특성 

“제주도에 와서 체어를 수십 대 놓고 공격적으로 운영하면 잘 될 거라 생각하는 치과의사가 있단 말이에요. 천만의 말씀. 제주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2~3명의 치과의사를 잘 알고 있어서 반드시 ‘크로스체크’를 해요. 그 원장의 평판이 금방 드러나는 거지.”

사무장 치과로 의심되는 치과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받고 hematoma(혈종)가 생긴 환자를 보고 왔다는 양순봉 원장은 제주도 환자들의 특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호영 원장은 웃으면서 “외지에서 이곳으로 들어오는 치과의사들은 이곳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들어오시기 때문에 갈 곳이 없다. 그래서 무리수를 두는 분들이 더러 계신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도는 유입인구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이에 비례해 치과의원의 수도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김호영 원장(제주지부 법제이사)의 말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약 30여 개의 치과가 제주도에 새로 개원했다. 지부의 총 회원이 200여 명 정도라는 것을 감안할 때 유례 없던 증가폭이다.

# “사무장치과 등 유입 청정 개원가 오염”

이에 따라 ‘청정해역’으로 분류되던 제주도 개원가에도 혼탁한 해류가 유입되고 있다. 이른바 사무장 치과나 네트워크 형태의 신종 사무장 치과, 명의대여 치과 등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미 U모치과 2개소가 제주도에서 수년 째 진료를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경남지역에서 출발해 전국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는 모 네트워크 치과가 제주에 상륙, 7층 건물 전체를 치과로 활용하면서 ‘규모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한 원장은 “이 인근에도 한 곳 있다”며 “치과간판 없이 체어 10여 대, 인테리어를 완비해 둔 한 치과가 최근에 원장을 채용해 곧 진료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무장 치과로 의심되는 곳이다.

제주를 집어 삼키고 있다는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생각도 물어봤다. 결론은 제주도 개원가에 큰 경제적 효과를 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귀포시에 들어설 ‘국내 1호’ 국제영리병원 녹지병원은 최근 부대사업으로 카지노장 설립을 추진하면서 ‘영리’의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제주도에서 진료한 지 10년 째 됐다는 이호정 원장은 “중국인 환자를 그나마 많이 보는 편인데, 생각보다 중국인 환자가 많진 않다. 여담이지만 중국 환자가 와서 스케일링을 하겠다고 하면 스탭들 얼굴이 노래진다. 거의 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직 덴탈아이큐가 높지 않다는 의미다.

# 제주도 내 보조인력 턱없이 부족해

제주도 원장들은 치협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인력난’인데, 이에 대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재익 원장은 “지금 전국이 보조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유휴인력을 활용하는 방식보다 조무사 등 새로운 인력을 창출하면 정부가 말하는 ‘고용창출’ 효과도 낼 수 있다”면서 “생각해보라. 전국에 치과가 1만5000개 있다고 했을 때 1~2명만 더 고용해도 최대 3만의 신규고용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도에는 치위생과가 한 곳 있는데, 이 정원은 옛 기준으로 설정된 것이라 늘어난 제주도 개원가에 공급되기에 턱 없이 배출 인력이 부족하다는 게 원장들의 말이다. 양순봉 원장도 “최근 4명 있던 스탭들이 2명으로 줄어서 지금 치과를 닫고 싶은 심정”이라며 “그나마 새로 배출되는 졸업자들도 죄다 면세점 같은 서비스 업종으로 향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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