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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피겨린이 펼치는 동화나라 ‘깜찍’

권 훈 원장, 수집품 1천여점 넘어, “치과 박물관 설립·책 내고 싶다”

무엇인가를 모으는 기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남들에겐 무의미할 수 있는 물건이 내 손에 들어오는 순간 짜릿한 흥분을 주고, 갖지 못했을 때는 초조한 집착을 주는 수집이란 취미의 세계, 그것은 아는 사람만 안다.

치과 피겨린(Figurines) 수집에 빠져있는 권 훈 원장(광주 미래아동치과의원)이 자신의 진료실에서 모교로, 집으로 이끌며 보여준 세계는 그야말로 동화 속이었다.

익살스런 도자기 인형들이 구현하는 치과진료, 빨간 산타클로스 치과의사가 가득한 상담실, 조선치대 재학생이라면 안보고 지나칠 수 없는 치과 기념품 박물관, 권 원장네 집 현관에 있는 나무의자는 대구치 모양이고 심지어 벽에 아무렇게나 걸려 있는 테디베어 인형 하나 조차도 진료가운에 미러를 들고 있다.     

“나 조차 나에게 이런 면이 있는 줄 몰랐다”는 권 훈 원장은 피겨린 하나하나를 모을 때마다 느끼는 뿌듯한 감정을 말로 표현 할 수 없다고 했다. 흔히 사람, 캐릭터 모형을 지칭하는 피규어는 일본식 표현이고 정확한 영어 표현은 피겨린이다.

권 훈 원장은 “피겨린 마다 각각의 스토리가 있다. 피겨린이 구현하는 시대상과 인물에 얽힌 이야기, 또 피겨린을 모으면서 내가 겪은 에피소드도 하나하나가 소중한 추억이 된다”며 “개인적으로는 이탈리아에서 생산하는 피겨린에 애착이 많이 간다. 르네상스가 시작된 나라답게 작품 하나하나의 생동감, 그 속에서 표현되는 시대상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피겨린 수집 경로는 각종 세계 학회 또는 이베이, 아마존 등 인터넷 사이트 등이다.


권 원장은 “진료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구매 사이트에 치과 관련 키워드를 넣는다. 그렇게 어렵게 찾은 피겨린을 손에 넣을 때 수집의 묘미가 있다”며 “한국으로 직접 배송이 어렵다는 이탈리아 회사가 있어 프랑스에 있는 지인에게 물건을 부치게 하고 프랑스에서 다시 한국으로 배송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이렇게 모은 1000여 점이 넘는 피겨린과 각종 기념품을 모교인 조선치대와 조선대치과병원 로비에 전시공간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집에서도 옥탑방을 전시만을 위한 공간으로 개조해 마치 치과 전문 장난감 가게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살고 있다.   

그는 어렵게 모은 수집품들을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작은 치과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그 이전까지는 순회 전시 등을 통해 동료 치과인이나 일반 시민들에게 재미있는 치과세계를 보여주고 싶다. 또 기회가 되면 각 피겨린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지어 책도 내고 싶다. 제목은 벌써 ‘The World of Dental Figurines’으로 지어놨다.  


권 훈 원장은 “소아치과를 운영하다 보니 아이들을 많이 만나는데 상담실에 가득한 산타클로스 치과의사들의 덕을 많이 본다. 아이들이 내 등 뒤로 쭉 앉아 있는 산타 치과의사에 정신이 팔리면 무서움을 잊는다. 그러나 가끔 갖고 싶어 할 때는 난처하기도 하다”며 “무엇인가를 모으는 것이 나에게 이렇게 잘 맞을 줄은 몰랐다. 새로운 피겨린을 찾고, 모으고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내게는 취미이자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