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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받는 전문가 집단 ‘직업윤리’

의료인•법조인 등 잇단 도덕성 도마위
면허 관리•감독 ‘중립 기구’ 필요 지적

'법조계 전관예우 논란’, ‘가습기 살균제 보고서 조작 혐의로 ㅇㅇ대학 교수 구속’,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의사’, ‘술 마시고 기내서 난동부린 치과의사’….

법조인, 교수, 의사, 치과의사 등 우리 사회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의 ‘직업윤리’ 실종이 하루가 멀다고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신뢰(또는 존경)받는 대표적인 전문가들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에 금이 가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다음 조사결과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1996년 한국인이 존경하고 신뢰하는 직업 1위부터 5위를 보자. 1위는 의사, 2위 판사·검사, 3위 소방공무원, 4위 교수, 5위 교사다.

20년 후의 조사결과는 이와 사뭇 다르다. 2016년 한국인이 존경하고 신뢰하는 직업 1위는 소방공무원이 차지했다. 의사는 3위, 교수는 5위로 밀려났다. 판사·검사는 5위 안에 들지 못했다.

이는 인하대 사범대 김흥규 명예교수와 인하대 학생생활연구소 이상란 박사가 최근 한국인의 직업관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 설문조사는 2014년부터 약 2년에 걸쳐 수도권에 사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일반 성인 등 12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44개 직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는 1996년을 시작으로 2001, 2009년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중요한 사실은 대중이 전문가 집단을 점점 신뢰하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이들에게 엄격한 직업윤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의료인에게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민섭 서울대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의 최근 연구결과를 보자. 연구팀이 지난해 3~8월 의과대학 교수(154명), 학생(589명), 학부모(228명), 소속 직원(161명) 등 113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인성교육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의대생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책임감, 소통능력, 공감능력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전문가 집단의 직업윤리와 도덕성에 대중이 우려와 관심을 동시에 나타내는 이유는 뭘까. 아마 이들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 집단이 대중의 신뢰를 잃은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의 모습일 수가 없다. 이에 전문가 집단 일각에서는 신뢰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치과의사를 포함한 전문가 집단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치과계만 한정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방안은 면허를 관리·감독하는 ‘중립적인 통제 기구’ 마련이다.

강신익 교수(부산대치전원 의료인문학교실)는 “(자율징계권을 요구하기에 앞서) ‘중립적인 면허관리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영국의 GDC(General Dental Council)를 예로 들면, 절반 이상이 비전문가로 구성돼 있다”며 “과거에는 전문가가 (전문가 집단을) 통제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통제하는 형태로 점차 옮겨가고 있다. 우리는 (이런 기구가) 정부 아니면, 전문가들로만 이뤄져 있다. 중간이 없기 때문에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