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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울리자 예약부도율 확 줄었네

서울대병원 150억 절감 ‘성공한 실험’
핵심은 환자에게 책임감 부여하는 것

# 무역회사에 다니는 K차장은 서울대병원에 건강검진을 예약했다가 갑자기 해외 출장 스케줄이 생기는 바람에 급거 해외로 떠났다. 이어지는 미팅 탓에 이를 잊고 있다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일 □시는 K님의 건강검진 일입니다. 예약은 약속입니다. -서울대병원”. K차장은 서둘러 답장을 보냈다. “제가 해외에 있어 그날은 힘듭니다. △날은 안 될까요?” 서울대병원 예약원무과는 검진센터의 스케줄을 확인해 K차장의 예약 일정을 변경하고, 통지했다. 

카카오톡 예약, 변경 및 취소시스템을 도입, 예약부도를 획기적으로 줄인 서울대병원의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동안 규모가 작은 클리닉 등지에서는 넓게 사용되고 있었지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병원의 ‘카톡 실험’을 의료계가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대병원 측은 예약부도율을 5% 감소시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연간 150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예약부도율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치과대학병원 및 치과병원, 동네 개원가에 모범답안이 될 수 있으리라는 평가다.

이 실험을 주도한 주역은 채동근 입원원무과장. 채 과장은 지난 13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갈 수 있는 병원도 많고, 소통의 창구도 많아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노 쇼(예약부도)’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며 “이 방식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간단한 만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실험의 시작은 작년 메르스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잇따른 방역 실패로 예약부도율, 특히 인터넷 예약 부도가 치솟으면서 병원 측의 손해도 눈덩이처럼 불어갔다. 그러다가 입원원무과를 중심으로 카카오톡 서비스를 도입, 전담팀을 꾸리고 예약 변경을 원활하게 하자 예약부도율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당시 14%에 육박하던 예약부도율은 ‘카톡 서비스’를 도입하고 1년 만에 8%대로 하락했다.

# 5% 줄였더니 150억 원 경제효과

채동근 과장이 꼽는 카톡의 강점은 단연 경제성. 채 과장은 “5% 정도의 예약부도율을 감소시켜 얻는 경제적 이익은 15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강조했다. 기존에 시행되던 문자(MMS)시스템에 비교해 카카오톡은 약 17분의 1 수준의 비용에 해당한다.

서울대병원 측이 환자 600명을 대상, 전수조사를 통해 예약부도의 이유를 물은 결과도 흥미롭다. 응답자 중 78%가 예약 확인전화를 회피하거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답변으로 예약에 대한 책임감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으며, 나머지 22%는 절차가 까다롭다, 통화가 안됐다는 이유로 예약을 지키지 못했다고 답했다.

채동근 과장은 “사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변경’인데, 예약 변경의 창구만 열려 있으면 환자들의 편익이 증가하고, 병원은 부도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 뒤 “더불어 예약환자들에게 약속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약은 문화’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의 카톡 서비스에는 “예약은 약속입니다”라는 문구가 함께 간다.

# 치과는 카톡 서비스 최적화된 공간

치과 같은 개인 클리닉 역시 이 SNS를 활용해 예약부도를 줄이기에 유리한 구조다. 활발하게 카카오톡을 활용하고 있는 옥용주 원장은 “손에 잡히는 통계는 없지만, 실장은 늘 카톡을 체크하면서 환자들의 스케줄을 관리하고, 원장의 아이디도 열어서 환자와 실시간 소통 채널을 완비하고 있다”며 “이렇게 시스템을 바꾸고 예약부도는 굉장히 감소한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예약부도를 관리에서부터 구강교육까지 탑재한 어플도 눈에 띈다. 박창진 원장이 공동개발한 ‘덴톡’은 실시간 소통을 통해 환자들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데 특화돼 있으며, 간단한 게임기능 등을 통해서 환자들의 구강관리에 책임감과 보상심리를 제공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