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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가장 사랑하는 방법

스펙트럼

저는 특정한 종교는 없지만 신은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신은 우리네 인생 상당부분의 선택권을 묘한 방법으로 인간에게 넘겨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그 선택권중에서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성경에는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는 문구가 여러 번 나옵니다. 예수의 제자들이 예수에게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도 예수는 한마디로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예수는 왜 진부한 ‘사랑’ 이야기를 이렇게 자주 이야기하고 강조하는 것일까요? 힘들어도 우리네 이웃을 위해서 봉사하며 살아야 세상이 평화로워지고 신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다는 단순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까요?

개인적으로 치과 진료실에서 환자와의 상담을 즐겨합니다. 말을 하는 것을 천직으로 여기는 편이라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강박증등의 소위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재미난 사실은 제가 환자의 기구한 이야기속에 푹 빠져 있다가 마음이 울컥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환자분이 동시에 눈물을 흘리더라는 것입니다. 양자역학을 빌어서 표현하면 제가 의사라는 독립된 ‘입자’처럼 행동할 때는 서로 무덤덤하게 지나갔을 만한 일들이 환자를 나처럼 느끼면서 내가 ‘파동’인 것처럼 행동할 때는 나의 파동과 환자의 파동이 시간차없이 겹치면서 공명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공명이 일어났던 환자분들은 상당부분에서 많은 치유가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환자와 감정의 파동을 공유한 날은 제 몸도 반응을 합니다. 집에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허리가 쭉 펴지고 머리가 맑아집니다. 환자가 집에가서 한결 좋아져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을 상상하는 순간 신기하게도 제 몸의 근육이 이완되고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원활하게 분비되고 호흡이 깊어지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해 지는 것입니다.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하고 싶다고 해서 의식적으로 건강해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상대방을 건강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을 진심으로 가질 때는 그 의도가 자율신경을 통해서 자신의 세포와 조직, 장기 나아가 몸 전체의 건강도를 조절할 수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조건없이 자주 돕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건강하다는 연구결과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예수는 우리에게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메세지를 통해서 내 몸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랑하는 길을 말해주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인(이웃)을 통해서 내 몸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우리 몸에 대해서 부여받은 선택권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이웃은 단순히 내가 일방적으로 사랑을 줄 대상이 아니라 나를 그리고 내 몸을 구원해 줄 소중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의사란 ‘환자를 통해서 자신의 건강을 도모할 기회를 가진 사람’일 뿐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옥용주 내이처럼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