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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미워 죽겠다

월요시론

증오. 미국 전역이 증오로 들썩거렸던 한 주였습니다. ‘이슬람 전사’를 자칭하는 테러범에게 50여명이 사망하였고 그와 비슷한 수의 사람이 다쳤다고 합니다. 죽기 직전 공포에 질린 절망적인 상태에서 가족에게 보낸 작별의 메시지가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누군가의 아들 딸이며 사랑 받던 사람들이 허무하게 죽어간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이유만으로 말 한마디 섞어본 적 없는 누군가를 죽일 만큼 증오하고 죽고 죽이는 세상 입니다. 직접 폭력을 가하지는 않더라도 증오라는 감정은 미국 전역에 만연해 있는 듯 합니다. 트럼프라는 쇼맨십 뛰어난 정치꾼은 과거 히틀러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의 분노를 이용해서 대중에게 적을 만들어 주고, 자신의 지지자를 모아서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려고 합니다. 모든 공약과 발언에 분노와 증오의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삶에 지치고 찌들려 있던 사람들은 이것에 열광하고 억눌러 왔던 불만을 마음껏 표출합니다.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묻지마 범죄, 보복 운전 등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당장 인터넷만 들어가봐도 모든 기사에 분노가 느껴지는 댓글이 가득합니다. 예전에는 정치적인 성향의 대립이 많이 보였는데, 강남역 사건 이후로는 남녀 간의 상호 혐오가 주된 레파토리가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잔뜩 성이 난 상태로, 화낼 대상을 찾아 하루 종일 인터넷 여기 저기를 두리번 거립니다.

치과계는 얼마 전 전문의제 개편이라는 큰 홍역을 앓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분과 학회들, 협회, 위원회가 각자의 목소리를 내며 때로는 상대방을 향해 날이 선 비난을 하기도 했습니다. 산통 끝에 어느 정도 방향이 잡혀가는 듯하지만 아직도 협회와 보건복지부를 향한 원망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모두의 만족을 얻을 수 없는 문제였기에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났더라도 누군가는 결국 원망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동안 고생한 분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전문의 문제뿐 아니라 학부입학생과 치과전문대학원생들 사이의 마찰, 선배 개원의와 후배 신규 개원의 또는 봉직의 간의 갈등, 저수가 치과와 주변 치과 사이의 다툼 등 크고 작은 다툼이 끊이질 않습니다. SNS, 인터넷 카페, 인터넷 게시판 등을 보면, 자신의 분노를 숨기지 않는 글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지인 치과의사들이 모이는 술자리에서는 이런 사안을 두고 알게 모르게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합니다. 현재 치과계는 애정, 존경, 의리 같은 동업자로서의 면모는 점점 사라지고 서로에 대한 미움이라는 병에 걸려 있는 듯 합니다. 그 와중에 각자 각자가 뿔뿔이 흩어져버려서 치과대학 정원 조정이나 수가 안정, 보험 진료비 현실화 등 치과계의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집중해야 할 중요 현안들은 어느 샌가 잊혀지고 말았습니다.

나를 공격하려 하는 자에게 증오로 맞서지 않고 용서하고 포용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랑과 평화를 외치던 나라들이 분노와 증오에 물들어 복수와 전쟁을 다짐합니다. 마찬가지로 힘을 모아 현실적인 난제들을 함께 해결하자던 치과계의 목소리는, 한 차례 홍역을 겪는 동안 서로를 비난하는 목소리에 파묻혀 언제부터인가 잘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이제는 다시 화해해야 합니다. 광고 물티슈를 뿌리는 옆 치과 원장의 손을, 인사도 없이 위층에 개원한 후배의 손을 먼저 잡아주십시오. 안 그래도 모두가 힘든 세상입니다. 증오로부터 자유로워 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 땅에 타고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너무나 오랫동안 억눌려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자유와 평등이 동트는 새벽을 향해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 길 위에서 우리는 원한과 미움 대신 사랑과 정의를 무기로 싸워야 합니다. 드디어 자유! 마침내 자유로워졌나이다.” By 마틴 루터 킹 목사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