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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olia (II)

스펙트럼

Mongolia (I)에 이어…
새벽 1시 몽골 징기스칸 국제 공항을 떠난 버스는 영하 20도의 사막을 밤새 달려 옴노고비주 달란자드시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6시.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간간히 눈을 비비며 좌우 창밖을 보았지만 끝없는 평평한 하얀 겨울사막외에는 보이질 않았다. 비몽사몽 몇 시간을 잤는지, 이시형 박사님께서 감탄사를 연발하며 나를 깨우신다. 눈을 떠보니, 내 눈 앞에는 끝이 보이지않는 사막 끝 지평선에서 이글이글 붉은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와아!! 하고 차 안에서 자던 모든 사람들은 동시에 감탄사,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대장관이었다. 몽골의 후예 징기스칸은 저 이글거리는 태양의 정기를 받으며 전 세계를 지배하려는 야망을 불태웠으리라… 이렇게 가슴벅찬 광경은 처음 찍어본다고 KBS 촬영 PD님은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를 않고 셔터를 누르고 계셨다.

잠시 차에서 내려 사진을 더 찍고 싶었지만 아침 병원 개원식 시간에 맞춰 준비한 여러 공식 일정을 다 소화하려면 단 십분도 지체할수 없다는 주 정부 관계자 분의 양해를 들으며, 아쉽지만 차 안에서 맞은 사막의 여명으로 만족을 해야했다.

보통은 4시간 걸리지만 귀한 한국 손님들, 더구나 85세 넘으신 이시형 박사님의 건강을 걱정하여 아주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느라 좀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설명을 들으며 가는데, 갑자기 반대편에서 사막의 모래를 가르며 차 한대가 오더니 우리 차를 가로 막았다. 알고보니 달란자드시 국립병원 엔크만다크병원장님 께서 한국 손님을 맞으러 새벽길을 달려 오신것이다. 작년 5월, 서울에서 협력병원 조인식, 기증식을 하고 일년만에 만난 병원장님, 잠시 차를 세우고, 영하의 사막에서 환영인사를 나누고, 병원장님의 차가 우리들을 콘보이하여 또 한시간을 달려 도착한 사막 한 가운데, 온통 희뿌연 회색 모래로 뒤덮힌 작은 도시, 심한 사막바람으로 눈을 뜰수 없고, 살을 에이는 칼바람의 추위는 잠시도 서 있을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런 칼바람을 이겨내며 살아가려면 몽골사람들은 강인한 체력을 가질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 GOBI SANDS 호텔은 기네스북에서 기획한 “1000마리 낙타레이싱” 촬영으로 외국손님들로 꽉 차있었다. 매년 낙타달리기 대회는 열리지만, 올해는 특별히 1000마리의 낙타를 모아 이 광활한 사막에서 레이싱 하는 것을 기네스북에서 찍는다고 한다. 나중에 들었지만 며칠 밤을 새워 몽골사막 전역의 1200 마리 낙타들이 모였다고. 9시 병원개원식을 가야해서 기네스 행사는 다보지 못했지만, 줄지어 가는 낙타들의 행렬 또한 장관이었다. 길이 없는 그 넓은 사막, 이정표도 없고 내비게이션도 없는데 어떻게 찾아가는지 참으로 신기했다.

에이멕 주정부 국립병원, 낡은 회색빛 초라한 3층 짜리 건물, 기증하고 일년동안 기다리며 머리 속으로 그려온 병원은 내가 생각했던 거 보다 더 열악한 상태였다. 도착하니 이미 환자들로 치과병원은 북새통이었다. 치과가 없는 주정부 종합병원에 내가 기증한 4대의 유니트체어와 CT, Panorama로 치과병원이 설립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근에 사는 모든 환자들이 밤을 새워 치료받으러 온다고 병원장님의 추가 설명을 들으며, 열악한 몽골인의 구강건강에 내가 작은 보탬이 되었다는 뿌듯함으로 먼 길 온 피로가 다 사라져버렸다. 기증식과 개원식을 끝내고 무료진료를 시작하자, 복도에서 기다리던 환자들이 한꺼번에 진료실로 몰려 또 한 바탕 난리가 난다.

전화예약이 없는 몽골 병원은 오는 순서대로 번호표를 주는데, 병원이 문 열기 전부터 병원 밖에서 밤새 줄을 서서 기다리며 번호표를 받는데, 수십명이 하루 종일 치료를 기다리기도 하고, 종일 기다리고 차례가 안되어 치료를 못 받더라도 불평을 하지 않고 그 다음날 또 온다고 한다. 예약시간 보다 십분 만 기다리게 해도 불평을 하는 한국 환자들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순박한 몽골인이다. 오전 내내 몰려 든 환자들을 진료하고, 오후에는 사막에서 몽골 전통집 “게르” 에서 사는 유목민들의 구강 검진을 하러 가야해서 마음이 바쁘다. 몽골 치과치료는 이제까지 아픈 치아를 빼는 것이 대부분의 치료이어서, 제1대구치가 상실된 어린이들이 너무 많아 마음이 아팠다. 난생 처음 치과치료를 받는 어린이들인데 울지 않는 것, 또한 한국어린이들과 많이 달랐다.

육식을 주로 하는 몽골인의 치아 상태는 예상 외로 너무 나빴다. 성인들 대부분은 발치한 영구치 부분을 그냥 방치하거나, 그나마 FLIPPER 수준의 부분틀니를 사용하고 있었고, 심한 충치도 신경치료를 하지 않고 그대로 빠질때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구강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는 몽골인이 대부분이라 몽골에서는 예방치과 프로그램이 절실함을 느끼고, 근무하는 몽골치과의사들에게 현지상황을 체크하고 다음 방문에는 준비할 것들을 더 챙겨보아야겠다.

오전 진료를 마치고, 차 안에서 준비된 도시락을 먹으며 또 다시 사막을 달려 유목민들을 찾아간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미애  K치과병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