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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 ‘좋은 치과의사’가 꿈이에요

창간 50주년 특집 연중기획 : 세대공감 좌담회 (6)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영원히 ‘그래도 치과의사’일 것

감동 주고 보람 얻는 직업이니까
조바심 버리고 정성진료하면

 ‘클리닉 푸어’ 피할 수 있다

본지가 창간 반세기를 맞아 대한민국 치과계의 ‘미래’를 만나는 장도에 나섰다. 지금 배움의 길을 걷고 있는 학생들은 여러 선배 개원의들의 ‘과거’이자 동시에 ‘미래’라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함께 할 50년의 비전을 오롯이 짊어지고 있다. 이번 창간 50주년 기획 시리즈를 통해 예비 치과의사들의 고민과 갈등, 희망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해 치과의사 세대 간 간극을 좁히고 상생의 접점을 고민하기 위한 ‘디딤돌’을 제시할 예정이다<편집자 주>.


■세대공감 좌담회

‘고구마 현실, 사이다 토크’


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는 전직 직업군인 출신부터 독일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한 학생까지 구성원 모두가 다양한 인생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특히 간담회에 참여한 4명의 학생은 의료인으로서 투철한 사명감은 물론, 향후 치과의사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삶에 대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때로는 걱정하는 눈빛으로 다양한 질문에 대한 소신 발언이 이어졌다.

하성호:  부산대 치전원 총학생 대표를 맡은 만큼, 책임감으로 똘똘 뭉쳤다. 간담회 참석한 인원 중 외모적으로는 치과의사 싱크로율 100%.(이하 하)

이성용:  전직 직업군인 출신. 부대에서 멋진 치과의사로부터 치과치료를 받고 '치과의사가 돼야 겠다'고 결심. 군인 출신답게 원칙을 가장 중요시 함.(이하 이)

오세웅: 서울대 전기공학부 출신으로 학창시절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를 연주할 정도로 음악에 조예가 깊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진솔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좋아 치과의사가 되기로 결심.(이하 오)

옥성미: 5살 때 부산대 치과병원에서 진료를 해 준 교수님한테 반해 치과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다소 조숙한 여학우. 첫눈에 반한 교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실명을 밝힐 정도로 당당하다.(이하 옥)



 Q 그래봤자 치과 VS 그래도 치과?

하: ‘그래도 치과’다. 아직까지는 좋은 직업인 듯하다. 병원 내에서 노령층 환자분들이 와서 진료를 끝내고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며 환한 웃음을 지을 때 치과의사가 환자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줄 수 있으며,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했다.

이: ‘그래도 치과’쪽이라고 생각한다. 면허가 있는 전문직이고 본인의 의지로 삶을 개척할 수 있다는 면에서 희망적이고 장점이 많다. 전직 군인 출신으로서 지원하길 잘했다고 느낀다. 치과의사 과잉배출 등 포화상태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희망적이다.

오: 내 생각을 점수로 환산하면 ‘그래봤자 치과의사’가 마이너스 10점이고, ‘그래도 치과의사’가 10점이라고 점수를 매기고 싶다. 사람들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듣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직업은 주위에 많지 않다. 사소한 것들이라도 도움을 주면 사람들이 기뻐할 것이다.

옥: ‘그래도 치과’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의료 직업군 자체가 타인의 건강을 담보로 하고 건강과 직결된 문제를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수요는 늘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신에 변화무쌍한 수요의 흐름을 잘 맞춰가야 할 것이다. 변화에 맞춰가지 못하고 발전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그래봤자 치과’일 수밖에 없다.

Q 개원가 상황이 녹록지 않다. 클리닉 푸어(Clinic Poor)에 대해 공감하는가?

옥: 돈이 목표가 되면 아무래도 개원 후 조바심이 날 듯 하다. 결국 이 연장선이 아닐까 싶다. 보상 받기 위한 목표 액수가 큰 만큼, 그 부분 때문에 조금 더 무리하면 결국 클리닉 푸어의 삶을 살지 않을까 싶다.

오: 돈벌이가 좀 안 된다 하더라도 나를 찾아오는 환자를 최상·최적의 조건에서 진료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힘이 좀 들더라도 결국 환자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의료인이 갖춰야 할 덕목 아니겠는가? 

이: 치과의사가 개인 사업자라는 측면에서 무리하게 투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많은 생각과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숙련된 치과의사로 발전하듯이 점차적으로 치과의 규모도 늘려 나간다면 클리닉 푸어의 삶을 피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 클리닉 푸어라가 너무 근시안적인 단어 같다. 예를 들어 새로운 음식점이 생겼다고 할 때 음식점에 대한 평이 좋으면 찾는 손님들도 자연스럽게 많아질 것이고, 점점 발전해 나갈 것이다. 하물며 치과는 당연히 그렇지 않을까 싶다. 내 자신이 환자를 맞을 준비가 잘 돼 있고, 환자들이 치료에 만족한다면 당연히 많은 환자들이 치과를 찾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클리닉 푸어라는 말이 공감되기도 하지만, 지금 당장 환자가 없어 어렵다 하더라도 성심성의껏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치과 경영이 본 궤도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Q 의료인으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환자와 사회 앞에 서야 할까?

오: 일반 사람들은 치과의사가 의료봉사 등 사회적 책무를 당연히 해야 하는 직업으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라는 의미는 본인 일에 맡은 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노고에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는 의미도 있다고 본다. 나부터 치과의사로서 준비된 전문성을 갖추고 환자를 대하면 환자들도 좀 알아주지 않을까?

이: 어찌 보면 의료인이기도 하지만 생활인이기도 하다. 환자들이 진료 후 ‘감사하다’는 느낌이 들도록 환자들을 대한다면 수익을 내는 것에 대해 환자들에게 미안하지 않을 것이다. 진심으로 환자를 위해주고 대하면 마음으로 전달이 되지 않을까? “이 치과의사라면 어떤 말을 하더라도 진정성이 있다”라고 환자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소통하겠다.

옥: 두 분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제일 나쁜 의사가 실력도 없는데 착하기만 한 의사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다. 내원한 환자가 내 치과가 아닌 다른 어떤 치과에 간다 하더라도 이 같은 최상의 치료는 못 받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출 수 있도록 의술을 연마하겠다.

하: 조바심을 내지 않고 환자를 우선시 하면서 진료를 해 나가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개원하지 않아서 사정을 잘 모르지만)환자의 눈높이에서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여유롭고 진실하게 환자를 대하면 치과의사로서 본분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Q 나란 치과의사, 어떤 치과의사? OO같은 치과의사는.

하: 매화 같은 치과의사.
매화는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한 떨기 꽃을 피어낸다. 치과의사로서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꽃을 피워내겠다.

이: 바다의 등대 같은 치과의사.
암흑기와 같은 고통을 안고 온 환자들에게 명쾌한 치료로 한 줄기 빛이 되어 줄 수 있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오: 야누스 같은 치과의사.
한쪽으로는 환자의 아픈 부분을 공감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부드러운 면을 갖고 있어야 하고, 또 다른 한쪽으로는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최적의 진료를 완성시키기 위한 냉철한 프로페셔널적인 면이 필요하기 때문.

옥: 가뭄 끝에 단비 같은 치과의사.
적시우(適時雨) 같은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적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치과의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정리= 김용재 기자·사진 =정연태 기자


돌발 질문============================================

내가 만드는 치과, 이랬으면 좋겠다

문턱은 낮고 작지만 강한 치과

하: 환자가 치과에 내원해서 모든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통합적 치과로 운영하겠다.
이: 금전적으로 어려운 사람들도 쉽게 치과를 찾을 수 있는 문턱이 낮은 치과였으면 좋겠다.
오: 규모에 상관없이 환자가 모든 진료에 만족할 수 있는 작지만 강한 치과로 만들겠다.   
옥: 최근 유행하는 본질이 변질된 의료생협이 아닌, 지역민들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의료생협을 운영하고 싶다.



Interview_ 박봉수 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원장================


“사회적 책임 다하는 치과의사 돼라”
의료인문학 교육·서브인턴제 시행…소통 선순환, 교수부터 노력해야

“‘질 높은 진료’를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치과의사를 양성하는 것이 부산대치의학전문대학원(이하 부산대 치전원)의 교육목표입니다.”

박봉수 부산대 치전원장을 지난 13일 본교 원장실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선 박 원장의 교육 철학과 목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치과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부산대치전원의 노력에 관해 들었다. 

박 원장이 말하는 부산대 치전원의 핵심 교육목표는 ‘질 높은 진료’를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치과의사 양성이다.

치과의사로서 진료 실력을 갖추는 것뿐만 아니라 훌륭한 인성까지 겸비한 인재 양성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산대치전원은 크게 5가지에 주안점을 두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임상능력 ▲소통능력 ▲지역사회 리더 양성 ▲지역사회 봉사 ▲치의과학자 양성 등이다.

박 원장은 “우리 학교는 진료를 잘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치과의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의료인문학교실’을 두고 전담 교수를 배치해 치과의료인문학 교육에 힘쓰고 있다”며 “이 같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치과의사야말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나아가 지역사회 리더로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부산대 치전원은 ‘서브 인턴제’를 시행함으로써 학생들의 임상능력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박 원장은 “서브 인턴제를 통해 학생들이 원내생 임상실습을 한 후 직접 술자가 돼 봄으로써  좀 더 심화된 임상능력을 쌓는 게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또 부산대 치전원은 해외학술교류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일본 큐슈대학을 비롯해 대만 카오슝대학, 베트남 호치민대학 등의 치과대학과 자매결연을 체결했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 치의학 수준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이제는 학생들에게 ‘세계적인 치과의사가 돼라’고 말하고 싶다”며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치과의사 양성을 위해 여러 나라 치과대학과 자매결연을 체결하고 있다. 향후 세계치과대학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홍콩 치과대학과도 자매결연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박 원장은 최근 문제가 되는 치과계의 세대 간 갈등에 대해서도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교수들부터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 원장은 “학생들은 결국 교수들을 보고 배울 수밖에 없다.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선 교수들부터 학생들과 좀 더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우리 학교의 경우 교수들이 의무적으로 리더십 및 소통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교육만으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닐 테지만, 세대 간 소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