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일장춘몽

시론

얼마전 폐막된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부문에서 14-10의 열세를 딪고 15-14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박상영 선수가 올림픽은 개개인의 축제의 장이라 거기에 걸맞게 즐겼다고 당당하게 인터뷰 하는 모습이라던지 태권도 68kg급 이대훈 선수가 승자인 상대방의 손을 치켜드는 모습이라던지, 과거 금메달리스트들의 인터뷰에서 늘상 들어 왔던 국가와 민족을 위해, 조국, 국민 등의 단어로 비장함까지 느꼈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쿨해질수 있나 신기하기만 하다.

필자도 386세대라 70년대나 80년도에 국가간에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세상에 둘도 없는 애국자로 변신되어 있었다. 어릴적 워낙 스포츠를 광적으로 좋아했던 탓도 있었지만, 당시에 복싱세계타이틀 매치나, 월드컵 아시아 대양주 지역예선이 벌어지는 기간에는 대한민국이라는 멘트 하나에도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다. 혹여 승리라도 하는 날에는 이성도 마비되어 흥분상태에서 한동안 빠져 나오지 못했던 기억이 새롭다.

1894년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창시된 근대 올림픽의 목적은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데 있는 것이다”라는 쿠베르탱이 주창한 올림픽 강령은 해를 거듭할수록 국가간의 국력과시의 전시장으로 변질되면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올림픽의 숭고한 정신과 이념마저 오염시켜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태릉선수촌이라는 엘리트 합숙 훈련장을 일찌감치 건립하여 우리나라 국력에는 걸맞지 않는 세계 4위(88 서을 올림픽). 세계 5위(2012 런던 올림픽)의 성과를 달성하여 국민들에게 스포츠 강국의 자부심을 심어 주었다.

이런 결과지상주의가 국가적으로는 긍정적인 부분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나, 전인교육이 아닌 스포츠 기계를 제조한 국가란 오명은 물론이고, 국가의 명예를 위해 청춘을 바친 선수 개개인에게도 불행이 아닐수 없다. 결과의 아름다움보다는 과정의 아름다움을, 스포츠 기계가 아닌 스포츠인을 양성하는게 국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나이가 든 탓일까, 철이 든 탓일까 필자는 근래 올림픽을 보면서 굳이 패하는걸 즐기지는 않지만 예전처럼 승리에 목숨걸지는 않음을 느낀다. 메달을 따기 까지의 수많은 역경과 땀방울, 주변사람들의 관심과 도움,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의 그동안의 준비된 과정의 아름다움에 눈물이 나고, 박수를 보내게 된다.

필자는 요즘 우리인생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기를 기원한다는 얘기를 많이하는데 이 얘기가 앞으로 좋아질거라는 무작정적인 긍정이 아니다. 더 큰 성과를 내겠다는 욕심도 아니다. 정상을 꿈꾸기는 하지만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정상이란 더 이상 오를 데가 없고 더 이상의 희망도 없다. 내리막에 대한 불안감에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을 꼭 얻어야, 무엇을 꼭 이루어야만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는건, 세계적 빈국인 부탄이 전세계 행복지수 1위라고 하는 기사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일요일 보다 금요일, 토요일이 더 설레고 즐겁듯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가질때보다 얻기 까지의 불확실성, 불완전한 과정이 이 현실의 진리이며,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의 아름다움이야 말로 큰 기쁨이 있더라도 자만하지 않고, 큰 슬픔이 있더라도 절망하지 않는 의연함과 유연함을 갖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그 당시에는 천하를 다 얻은 것 같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슬픔으로 느끼고….

한마디로 일장춘몽이 아닐까 한다. 인생을 일장춘몽같이 작고 가벼이 생각한다면 우리가 우리의 삶을 종속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주도적으로 우리의 인생을 이끌어가는 힘을 키울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영원히 살 수도 없고, 영원히 가질 수도 없는 현실은 장자의 나비꿈에서 인생의 무상함을 얘기해 주고 있다. 잠깐 꿈 한번 꾸고 가는게 인생인데 부귀영화나 황금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인생이 이렇게 한바탕의 “봄꿈”이라고 생각하고, 발밑에 내려 놓는다면 좀더 도전할 수 있고, 절대로 절망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일장춘몽이니까!

비울수 있는 우리의 마음이 덧없는 인생의 최고의 대응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 치과계를 대표하는 협회장, 지부장 선거가 최초의 직선제 선거라는 이슈아래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각 후보자들도 회장이라는 자리를 내려 놓고 최선의 아름다운 선거 과정을 기대한다. 아울러 당선자 인생의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기를 항상 기원한다.

당선되었다고 자만하지 마시고 박상영 선수같이 과정을 즐기시고, 낙선 되었다고 절망하지 마시고 이대훈 선수같이 상대방의 손을 들어 주시라. 어차피 인생은 일장춘몽이니까!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도 작다는 걸 아는 것이 가장 큰 깨달음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들도 인생 최고의 순간이 앞으로도 아직 오지 않기를 기원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