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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진료보다 저녁이 있는 삶 살죠”

'동네치과 원장끼리 식사합시다' <20> 속초시치과의사회


서울·수도권과 비교 저렴한 건물 임대료 덕분
진상환자 적지만 스탭구인 가장 큰 어려움


강원도 속초가 올여름 날씨만큼 ‘핫’하다.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미디어에서는 관련 소식이 연일 오르내린다.

단지 여름 휴가철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 속초를 찾는 사람 중 상당수는 ‘포켓몬고’(GO) 게임을 즐기려는 이들이다.

속초와 울산 간절곶 등 몇몇 지역에서만 해당 게임 실행이 가능해 ‘포켓몬 사냥꾼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동해나 설악산보다 이젠 포켓몬고(GO)로 더 유명해진 속초를 지난 16일 찾아 이곳에 개원한 원장들을 만났다.
저녁 7시, 속초 시내 한 횟집. 약속 시각이 되자 이재환·오근영·최혜진 원장이 차례로 모습을 나타냈다.

속초시치과의사회는 매달 초 정기모임을 한다. 이날은 기자의 요청으로 특별히 ‘번개 모임’이 이뤄진 것이었다.

“휴가철인 데다가, 번개 모임이다 보니 오늘 참석률이 영 저조하네요(웃음).” 이재환 속초분회 회장이 다소 머쓱한 듯 이같이 말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세 명의 원장 중 두 사람은 원래 고향이 서울이다. 치과대학을 졸업한 후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에 내려와 둥지를 틀었다. 

이들이 속초에 개원한 이유는 별로 특별하지 않았다. 올해 개원 18년 차인 이 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속초에 내려오게 된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고요.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서울이 아닌 곳, 그것도 강원도 쪽에 개원한다고 말하면 주위에서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었죠.”

개원 8년 차인 오 원장도 비슷했다. “여기에 개원하기 전 속초와의 인연이라면 설악산 다녀간 정도?(웃음). 인수 자리를 알아보다가 우연히 이곳에 내려와 자리 잡게 됐죠.”

셋 중 유일하게 속초 인근의 ‘양양’이 고향인 최혜진 원장. 그는 고향에 내려와 살고 싶어 ‘치과의사’가 된 경우다.

“제 고향이 양양인데 여기 내려와 살고 싶었어요. 그런데 ‘뭘 하면서 살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치과의사가 돼야겠다’ 생각했고, 정말 그렇게 된 거죠(웃음).”

세 사람 모두 속초에서 개원한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주위 동료 치과의사들도 대개 비슷하다고 전했다. 이곳에선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 원장은 “속초에 개원한 치과의사들은 야간진료를 거의 안 해요. 다들 저녁이 있는 삶을 사는 거죠”라고 말했다.

서울이나 수도권과 비교해 저렴한 건물 임대료 덕분에 굳이 평일 ‘야간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진상 환자’ 비율이 극히 낮은 점도 강조했다. “여기는 아직 치과의사에 대한 신뢰나 존경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환자와의 분쟁이 의료소송까지 치닫는 경우는 거의 못 봤어요.”

그렇다고 고민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가장 큰 어려움은 ‘스탭 구인’이다. 주위에 ‘치과위생학과’가 있는 대학이 없다 보니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예전에는 직원들에게 바라는 점이 참 많았어요. 그런데 이젠 ‘오늘도 나와 줘서 감사하다’는 마음뿐이에요(웃음). 오 원장의 말이다.  

이 회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직원 구인난 때문에 골치가 아프죠. 예전에는 인근 ‘동우대학교’에 치과위생학과가 있었는데, 얼마 전 통폐합되는 바람에 인력수급이 더 어려워지게 됐어요.”

개원한 지 이제 갓 1년 반 된 최 원장도 직원 문제로 고민이 깊다. “다들 그렇겠지만, 직원 문제 때문에 가장 힘들죠.”

그런데도 세 사람의 표정은 밝았다. 미세먼지와 빌딩 숲 대신 바다와 산을 품은 곳에 터 잡은 사람들 특유의 ‘여유’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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