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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치과위생사 어디로 갔을까?

매년 5000여명 신규 치위생사 배출
개원가 치위생사 구인 어려움 여전

A원장은 몇 달째 신규 직원 채용을 위해 치과위생사 면접을 보고 있지만 좀처럼 실제 출근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연봉까지 다 얘기가 됐는데 다음날 연락을 안 받기 일쑤고, 면접 약속을 잡아놓고 펑크를 낸 인원도 여럿 겪었다.

A원장은 “요즈음은 우스갯소리로 치과위생사가 원장을 면접 보는 시대라고 한다. 젊은 치과위생사들의 경우 도심의 규모가 있는 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동네 작은 치과들의 경우 치과위생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십년 이상 근무하는 치과위생사가 있는 치과는 복 받은 병원”이라고 말했다.

2015년 기준 치과위생사 면허자 수는 6만6741명. 이중 실제 요양기관에 근무하는 치과위생사는 2만8134명이다. 전국 216개 치과병원에 근무하는 치과위생사 수가 2700명, 1만6525개 치과의원에 근무하는 치과위생사수가 2만5434명이다. 여기 더해 매년 전국 82개 치위생과에서 4500~5000명 사이의 신규 치과위생사가 배출되고 있다.    

활동 치과의사가 2만1000여명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단순 비교로 치과의사 1명 당 1명 이상의 치과위생사를 고용할 수 있다. 또 매년 상당수 배출되는 신규 치과위생사에 희망을 걸어볼 만 하다.

그러나 현실은 가용 치과위생사 인력의 수도권 쏠림 현상과 규모가 크고 접근성이 좋은 병원만을 선호하는 경향, 경력자의 경우 상담이나 데스크 업무 등 관리직 희망 등으로 일반 동네치과에서는 임상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치과위생사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경력 치과위생사들의 전업이나 조기 은퇴비율이 높아 매년 많은 신규 치과위생사가 배출돼도 누적되는 효과가 작다. 앞선 연구에서는 오는 2025년 활동 치과위생사수가 4만9000여명에 이르러 공급 과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바 있지만, 일선 개원가 원장들이 느끼는 체감지수와는 동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원장은 “병원의 인력 구조가 치과위생사 구인에 영향을 미친다. 헤드가 조무사인 경우에는 치과위생사들이 취업을 꺼린다. 실제 고용이 된다 하더라도 오래 못 버틴다. 어쩔 수 없이 조무사들로만 스탭을 고용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며 “전체 스탭의 중심을 누가 잡느냐가 인력 채용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장은 “치과위생사들이 일을 해보기도 전에 겉으로 드러나는 조건이나 처우만 따지는 것도 문제인 것 같다. 특히, 갓 졸업한 치과위생사의 경우 원장과 호흡을 맞추며 그 병원의 장점을 파악해 가야 하는데 친구들한테 들은 얘기로 다른 병원과 비교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요구를 할 때가 많다”며 “새로운 치과위생사와 신뢰관계를 형성해 갈 기회조차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개원가의 구인난을 잘 알다보니 당장 젊은 치과위생사들 사이에서는 ‘병원을 골라 갈 수 있다’는 인식도 생긴다는 것이 한 치과위생사의 귀띔이다. 한 병원에서 2~3년 이상 임상경력을 쌓은 경우 연봉을 인상해 병원을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비교적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병원을 골라 근무를 해도 치과위생사들에게는 5년 이상 경력자로 성장해 가는데 한계가 찾아온다. 임상에만 머무르면 더 이상의 급여인상에 한계가 있고, 또 결혼이나 출산 등으로 경력을 이어가기 힘든 위기순간이 경력 5년을 전후해 오는 것이다. 이 때문에 10년 이상 경력의 임상 치과위생사로 성장해 가는 것이 어렵고 치과위생사 구인난이 끊이지 않는 구조가 지속된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한 40대 치과위생사는 “요즈음에는 젊은 후배들이 임상에서 몇 년 경력을 쌓으면 보험이나 상담전문가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이 업그레이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처우문제에 대해 원장님 또는 동료 스탭과 마찰이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 된다”며 “처음부터 치과위생사의 경력별 희망사항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고, 임상에만 몰두하려는 인력에 대한 관리가 잘 이뤄진다면 치과위생사 구인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임금적인 부분 외 출산 후 복직, 탄력적인 근무시간 등에 대한 배려가 더 있다면 복직을 희망하는 인원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