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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개원가 무례·무질서와의 ‘사투’

지역 내 신규 개원의들과 공방 과열
심리적 괴리감·스트레스 갈수록 커져

지방 개원가에서 지역 내 신규 개원의들과의 정서적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급격히 늘고 있다.
수도권 개원시장의 과포화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개원 수요가 지방 중소도시나 혁신 도시로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확산되면서 기존 개원의와 신규 개원의들 사이에서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수가, 과대광고 등 기존 갈등 요인을 넘어 이제는 상호분쟁의 양상이 보다 공격적인 양태로 자리바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치과의 진료 철학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 대신 폄하나 험담으로 심각한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 역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최근 지방 중소도시에서 개원 중인 A 원장은 인근에 새로 개원한 모 치과 원장으로부터 한 통의 내용증명을 받고 아연실색했다. ‘모든 치과 간판에 대해 민원 제기를 하겠다’, ‘치과위생사 외의 진료 인력을 채용한 분들을 고발 하겠다’며 주변 개원가를 상대로 한 문제 제기를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는 요지의 서신이었다.

화들짝 놀란 A 원장이 주변 치과에 알아보니, 최근에 개원한 몇몇 젊은 개원의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치과에서 동일한 내용을 전달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 “텃세” VS “무례”갈림길서 ‘대립 중’

A 원장은 “최근에 규모를 조금 크게 개원을 했고, 옥외 간판 문제로 구설수가 있었는데 그게 지역 개원가의 민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왜 그런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직접적 관계가 없는 불특정 다수의 동료, 선후배들에게까지 이런 편지를 내용증명으로 보내는 것은 좁은 지역 사회의 정서로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밝혔다.

또 다른 중소도시에 개원 중인 B 원장은 인근 지역에서 최근 개원한 대학 후배를 ‘후배’라고 부르지 못한다. 왜냐하면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해당 치과에서 수가를 저렴하게 받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수준의 광고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과열될 대로 과열된 개원 환경 탓에 무감각해졌지만, 바로 코앞에서 개원을 했다면 인사라도 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는 게 20년 간 이 지역을 지켜온 50대 B 원장의 생각이다.

신규 개원 치과 진영에서도 할 말은 있다. 중소도시에서 2년째 개원 중인 한 대형치과 관계자는 “연고가 없는 상황이라 느낄 수밖에 없는 ‘텃세’가 있다”며 “개원 초기 정착을 위해 마케팅을 하면 ‘공공의 적’이 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저항감이 있고 또 이 같은 갈등을 풀어낼 장치가 없다”고 항변한다.

# 좁은 지역사회서 갈등 표출 ‘악화일로’

이에 대해 기존 개원의들은 “엇나간 자기 방어논리”라고 일축한다. 만약 갈등을 풀 의지가 있다면 일단 ‘아고라(소통의 장)’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서운한 감정을 떠나 지역 치과계의 공론을 일방적으로 외면할 경우 누가 그들을 실체적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 인식이 남는 셈이다.

실제로 구설수에 오른 치과들 대부분이 해당 분회나 지부에 가입을 하지 않은 상태로 확인됐다.
물론 이 같은 갈등의 일차적 원인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치과계 안팎의 의료 환경이지만 한 집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인 지역 개원가의 경우 아무래도 ‘충격파’를 좀 더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지방 소도시 개원의인 C 원장은 “분회나 반회모임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이전에 어디서 무슨 잘못을 했더라’하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루머만 더 확산되는 경향이 있고 따라서 상호 불신만 가중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며 “아직까지 서로 형님, 동생 하는 문화가 남아 있는 지방의 작은 읍, 면에서 이런 문제로 결국 사달이 난 경우를 적지 않게 봤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