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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는 걸까요?

스펙트럼

금요일. 환자가 밀리게 되면 마음이 어려워지는 요일입니다.

환자가 끝나면 전속력으로 옷을 갈아입고 퇴근 준비를 합니다. 매일 그렇지만 금요일에는 더 합니다. 금요일은 길이 막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집에 가는 길. 아무리 막혀도 운전해서 삼십분이면 갑니다. 어릴적부터 살던 동네랑 멀지 않아 샛길까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월요일 같이 길이 안막히는 날에는 신호 두 세번 받는 거 말고는 특별히 막히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운전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끼어들기, 끼워주기 스트레스에 휩싸입니다. 조금 끼워주면 되고, 조금 늦게 가면 되지만, 운전대를 잡으면 그러한 생각은 안드로메다로 가는 것 같습니다. 다른 차들이 조금만 마음에 안들어도 화를 내고 육두문자가 튀어나옵니다. 블랙박스가 없는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그것조차 힘들어서 금요일이면 지하철로 출퇴근을 합니다. 다행히 지하철은 한 번만 갈아타면 됩니다. 9호선 급행은 정말 사람이 너무너무 많지만, 그래도 나를 빨리 데려다 줍니다.

이렇게 살다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 거지?”

금요일에 특별히 빨리 와야 하는 이유도 없습니다. 늦어봐야 10분 정도 늦습니다. 그 시간 때문에 금요일 기도모임에 늦을 가능성도 없지만, 그렇다고 늦지 않으려고 기도모임에 빨리 가본 적도 별로 없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는 차 안은 충분히 즐길만한 곳입니다. 특히나 그 시간에는 학창시절에 듣던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아직도 하고 있는 시간입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이번엔 시계를 십년 이상 전으로 돌려 보겠습니다.

장소는 연건동입니다. 지금은 리모델링으로 많이 바뀌었지만,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수술실입니다. 인턴, 1년차 레지던트는 2년차 레지던트가 점심 밥교대를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밥교대를 나오면 강의실에서 배달온 도시락을 먹습니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담배도 한대 태웁니다. 다시 스크럽을 하고 수술장으로 들어가는 데 10분이면 충분합니다.
이 시절 당연한 저의 임무였을지는 몰라도, 시간을 여유있게 쓸 수 있는 능력치는 백점정도 떨어졌을 것 같습니다.
 
또다시 시계를 십년 정도 돌려 보겠습니다.

중고등학교 교실입니다. 쉬는 시간 십분이면 점심 도시락은 다 해치울 수 있습니다. 매점이 어디있던간에 십분이면 떡볶이 600원 어치에 튀김만두 두개를 주던 기본은 다 먹고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 또한 어린 시절 철없던 행동일 수 있겠지만,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처럼 저에게 천천히 밥 먹기가 가장 어려운 일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시간의 충실했던 때입니다. 가장 경제적으로 시간을 보내고자 열심히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치 가야 할 목표점도 모른채 열심히 뛰기만 하는 어리석은 군중중의 하나로 비유되지 않을까 합니다. 실제로 그렇지는 않았더라도 그렇게 되지 않게 잘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주 금요일이 다가옵니다.
저의 퇴근 모습이 기대됩니다.
즐길 준비 되셨습니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항진 사랑이 아프니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