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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치과명 분쟁 ‘매운 신고식’ 그래도 내 사랑 소아치과

3주 만에 치과명·홈페이지 교체 ‘값비싼 수업’
보건의료인 명찰 패용 의무화는 “보류 됐으면”
2017 기획시리즈-나의 개원 분투기 <3>이가영 원장


안녕하세요? 저는 광주광역시 북구에서 ‘튼튼이어린이치과’를 개원한 이가영 원장(34)입니다. 저는 소아치과전문의로 전문의자격 취득 후 모교에서 펠로우로 1년 근무를 하였고요, 이후에 페이닥터 생활을 하면서 개원을 준비했습니다. 이따가 말씀드릴 테지만 치과명에 얽힌 ‘슬픈 사연’으로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는데요, 우리 치과를 내원하는 아이들 모두 튼튼한 이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튼튼이어린이치과로 치과명을 지었답니다. 

저는 지난 2015년 6월에 개원해서 곧 개원 만 2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개원 자리를 선정하는 문제는 꽤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페이닥터 생활과 개원을 준비하는 게 녹록치 않아서 의국 선배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우연치 않게 의국 선배의 소개로 북구에 신축 중인 아동병원을 소개 받았고, 지금의 아동병원 개원 날짜에 맞춰 함께 오픈을 하게 됐습니다. 개원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의국 선배님들께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원 첫 달, 2015년 6월은 지금 복기해 봐도 아찔합니다. 개원 첫 달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암초를 만나게 됐어요. 아동병원에 위치하고 있는 치과의 특성상 전염병이 창궐하면 환자의 발길이 크게 줄게 됩니다. 엄살을 좀 섞어서 표현하자면, 개원을 7월에 한 것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죠. 위기감이 엄습하기도 했지만, 개원의로서 살아갈 삶의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다고 생각합니다.

# 3주 만에 개원가 삭막함 처음 느껴

사실 메르스보다 더 매운 신고식은 따로 있었습니다. 개원하고 약 2~3주 지나서 치과로 팩스가 한 통 왔더군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그것은 치과명 관련 상표권 침해 내용증명. 즉, 제가 처음에 내걸었던 치과명이 수도권 한 치과의 이름과 동일하다고 해당 치과에서 이의를 제기한 것입니다.

별다른 생각 없이 현재 아동병원의 이름과 동일하게 지은 것이 화근이었던 거죠. 수도권 원장님과 통화를 하면서,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고, 혹여 문제가 된다면 사용료를 지불하고 정식으로 사용하겠다고 ‘읍소’해 봤지만 원장님은 단호하셨습니다. 결국 마음을 접고, 개원 3주 만에 지금의 ‘튼튼이어린이치과’로 개명했지요. 인테리어, 홈페이지 비용이 추가로 들었습니다.

물론 꼼꼼하게 알아보지 않은 저의 불찰이 컸지만,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신고식을 치른 셈이고, 더불어 최근 치과계의 분위기도 짐작할 수 있었던 해프닝이었습니다.

요새 저의 고민은 ‘직원 충원 문제’에 쏠려있습니다. 소아치과는 업무 특성상 구인난에 더 취약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처음에 입사해서 잘 적응하던 직원도 “일반치과의 다양한 케이스를 배워보고 싶다”며 금세 퇴사하고, 많이 울고 떼를 쓰는 아이들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또 퇴사하고…. 현재 치과위생사 3명, 간호조무사 1명 총 4명의 직원과 일하고 있는데, 개원 후 1년 8개월 동안 직원이 수시로 바뀌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에요. 항상 직원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게다가 당장 보건의료인의 명찰 패용을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하던데, 이곳에서도 치과위생사 직원을 채용하기 정말 힘들고,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도 명확히 구분 되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해 명찰 패용을 의무화하는 조치는 보류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그래도 소아치과는 내 운명”


치과의사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일이기에 대인 스트레스가 큰 직업인데, 협조가 잘 되지 않는 아이들을 대하는 소아치과의 업무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이 들 때가 많습니다. 하루 종일 병원에서 아동 환자들과 씨름하다 보면 퇴근할 때 몸에 진이 다 빠진 느낌이죠.

하지만 역시 환자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는 환자가 힐링 해주는 것 같아요. 특히 순진무구한 아이들은 의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태도가 완연히 달라지는데요,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고 겁이 많았던 아이들이 점점 마음을 열고, 치료에 협조하게 됐을 때 아주 큰 보람을 느낍니다. 더불어 보호자들이 “선생님 덕분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 저도 덩달아 달라지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힘들고 때론 지쳐도 소아치과는 별 수 없는 ‘나의 운명’입니다.

정리=조영갑 기자
ygmonkey@dailydent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