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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소아과 불소도포 “국민 오도하는 처사”

소청과의사회 중심으로 조직적 독려 움직임
치협 “감정 대응은 의료계 전체 신뢰 악화”

최근 메디컬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측에서 조직적으로 불소도포를 장려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 관련, 대한치과의사협회를 비롯한 대한소아치과학회 등 전문가들이 일제히 우려의 뜻을 표해 향후 이 사안의 향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대한소아청소년과 측은 미국의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올해 안으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불소도포를 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행하고, 대국민 홍보를 겸해가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미 미국 소아과학회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 치과의사가 아닌 의사도 불소도포를 하고 있다”며 의사회 차원에서 소청과 의원들을 대상으로 불소도포를 독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치과 전문가들은 “불소도포라는 행위 자체보다 치아우식의 병변이나 진행정도를 판단하는 게 일차적인 핵심일텐데, 과연 치아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메디컬 소청과 의사들이 이런 것을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 미국과 우리 치과환경은 완전히 달라

실제 미국에서는 메디케이드(Medicaid·국민의료보조제도) 수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공공 의료기관 의사들이 치아에 불소도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보건소 의사, 가정의학과 간호사 등이 소정의 교육을 거친 후 클리닉에서 메디케이드 수혜자를 대상으로 불소도포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소아과학회 측에서 2005년 발간한 ‘Fluoride Varnish Use in Primary Care: What Do Providers Think?’라는 제하의 논문에 따르면, 불소도포가 충치 예방 목적도 있지만, 공공보건의사에 대한 낮은 수준의 임금을 보상하기 위한 목적과 문턱이 높은 미국 치과의 접근성에 대한 반대급부 차원이라는 행간을 읽을 수 있다. 치과의료의 현황이 미국과는 크게 다른 한국의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대한소아치과학회 측은 “불소도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미국 의사들이 하니까 우리도 하겠다는 식의 발상은 무책임하고, 감정적인 발상이라고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장기택 대한소아치과학회 회장은 “작년부터 이런 움직임이 감지돼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보톡스, 필러 대법원 판결의 대응책으로 불소도포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이어 “치아우식증은 병소의 시작에서부터 우식의 매커니즘, 치료시기 및 방법, 소아환자의 구강을 다루는 방법, 식이요법에 대한 조언 등 대단히 많은 고려사항이 있는데, 이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의사가 치아우식을 예방한다고 불소도포를 한다면, 치과의사가 예방주사를 얼마든 놓을 수 있다는 논리와 뭐가 다른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불소를 다루는 방법론 자체의 위험성도 제기됐다. 소아치과 전문의인 이가영 원장은 “일단 치아우식의 진행정도를 판단하기 힘든 비전문가가 불소만 도포한다고 능사가 아니다”라며 “불소도포의 과정에는 치면세마, 도포 후 에어시린지 등도 포함돼 있는데, 이런 과정 없이 도포하는 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며, 불소 제품에는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용액, 젤 타입도 많은데 전문적인 교육을 거치지 않은 비전문가 의사들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최남섭 협회장은 “불소도포는 구강 내부에서도 치아에 직접 시행하는 것인데, 치아의 전문가인 치과의사가 아닌 소청과 의사들이 하겠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국민들을 오도하는 처사”라고 비판하고, “의료 직역 간의 문제를 두고 감정적이고, 즉흥적으로 대립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의료인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잃는 동시에 의료행위라는 전문적 판단을 모두 법조계에 위임하게 되는 결과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