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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잔소리 심했던 버릇 네이버에선 “우주신 할아버지”

인터뷰 / 네이버 지식인 답변왕 조광현 원장
최근 건강상 답글 절필선언에 네티즌 응원 이어져


늘 곁에 있을 것 같은 이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평소 네이버 지식인에서 ‘우주신(답변자 상위등급) 할아버지’로 통하며 네티즌들에게 삶의 지혜를 나눠줘 왔던 치과의사 녹야 조광현 원장(82세)이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답글 절필을 선언해 많은 네티즌들이 상실감에 빠졌다. 

조광현 원장은 지난 2월 24일 자신의 블로그(khcho1.blog.me) 게시판에 ‘떠나는 인사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그간 사랑과 격려를 주신 모든 분들에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 금년 한해만이라도 좀 더 살아 보려 했는데 2월 말경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됐다. 자신의 건강을 너무 돌보지 못한 탓으로 이에 이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 열심히 건강하고 행복하게들 사시기 빌고 바라겠다”고 마지막 인사말을 남겼다.

네티즌들은 바로 블로그에 몰려가 “빨리 쾌차해 내공 백단 지식을 주세요”, “이 시대 어른들의 부재로 길을 잃은 젊은이들이 많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등의 응원 댓글을 달았다. 그렇게 며칠새 달린 댓글이 5000여 건이다.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하고 바로 자택을 찾은 기자에게 조광현 원장은 자신이 살아온 얘기와 근황을 전했다.

서울치대(1958졸)를 졸업한 조광현 원장은 김포와 종로, 신촌, 동교동 등지에서 33년간 개원의로 활동했다. 서울지부 의장, 부의장을 역임하고 치협 공보위원으로도 활동하며 본지에는 1984년부터 10여 년간 만평도 연재한 오피니언 리더였다. 그러나 젊어서도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성격 때문에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다고. 

“한번은 환자가 진료비를 듣고는 치과의사는 허가 받은 도둑놈이라고 해. 그 자리에서 멱살을 잡고 병원 밖으로 나가 당신 같은 사람은 진료를 못 하겠다 했어. 정성을 다해 진료하려는데 나를 믿지 못하면 진료 안했어. 환자에게 그런 마음으로는 다른 치과도 가지 말라고 했어. 이러니 돈을 못 벌 수 밖에…”

그는 다양한 환자들에게 자신이 해 주고 싶은 조언과 잔소리를 아끼기 않았다. 버티는 환자만이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1998년 개원생활을 접었고 소일거리를 찾던 중 2002년부터 네이버 지식인 답변활동을 시작했다. 젊어서 환자에게 잔소리 하던 버릇이 지식인 답변가로는 딱이었다. 전문분야인 치과진료 상담을 비롯해 말이 되는 질문이든 안 되는 질문이든 정성껏 대꾸했다. 가끔 예의가 없는 질문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섰다. 점차 찾는 네티즌이 많아졌고 어느새 10년간 단 답글이 3만 여건을 넘는다.

“답글을 달 때도 내 나름의 인간교육이 들어간다고. 인터넷에 보면 제 부모를 때려죽이고 싶다는 글들도 있어. 아무리 한번 쓰고 책임 안지는 글이라지만 이를 어떻게 두고만 보나. 사회정의를 위해 감화시키고 교육시켜야지.”

네티즌들에 그는 무엇이든 답변해주는 유쾌한 치과의사 할아버지로 통했다. 그러던 그에게 최근 건강에 이상이 왔다. 각종 암 수술도 받았고 나이도 있다 보니 이제는 몸에 많은 무리가 와 최소한의 거동만 하려 한다.

“이제 지식인 답변을 그만둔다고 하니 아우성들을 치는데, 건강이 많이 안 좋아서 다시 답변을 달수는 없을 것 같아. 그래도 아직 화면에 확대경을 대고 사람들이 쓴 글들은 본다고. 컴퓨터를 통한 사람들과의 소통이 너무나도 즐거웠어.”

조광현 원장은 요즈음 오전에는 집안일 등 소일거리, 오후에는 치매에 걸린 아내를 보러 요양원으로 향한다. 그의 아내는 우리나라 한글 궁체 서예의 일인자, 늘샘 권오실 선생이다. 그의 거실에는 아내가 쓴 예쁜 우리글이 가득하다. 이제 그의 집에 아내는 화선지 위에, 그는 모니터 위에 글을 쓰던 풍경은 없고 모든 것이 사라져가는 시간만 흐르고 있다. 그를 기억하는 치과인들이 있다면 아직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는 마포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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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의 과잉배출, 제자리걸음 수가, 적은 환자
시대 변해도 치과계 고민은 여전
조광현 원장, 80년대 만평 ‘눈길’

치과의사 과잉배출, 돌팔이 극성, 의료보험수가 제자리, 적은 환자 고민. 요즈음의 이야기가 아니다.

1980년대 치의신보 만평에 실린 당시 시대상이다. 조광현 원장이 1984년부터 10여 년간 치의신보에 연재한 만평에는 현재와 다르지 않은 과거 치과계의 문제와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장 자주 눈에 띄는 것은 치과의사들의 바람대로 개선되지 않는 보험수가. 치협은 30%대의 인상률을 요구했는데 관계당국은 6%만 올려줬다는 내용이나, 전문의제 문제로 시끄러운 치과계 혼란을 틈타 정부가 7% 인상안을 통과시켰다는 내용 등이 있다.

의료보험연합회와 관리공단에서는 병의원이 제출한 진료비 청구서를 깎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한 내용도 눈에 띈다. 이 때문에 부족한 진료비를 환자에게 받은 사례가 있었는지, 치과의사의 불법을 취재하려 치과로 몰려드는 기자들을 표현한 그림도 흥미롭다.

적은 환자 수에 고민하는 원장들의 모습도 등장한다. 환자가 없어 유니트체어 등 밑에서 독서를 하는 원장도 있고, 크리스마스에 치과를 찾은 산타클로스에게 신환을 보내달라고 소원을 비는 원장도 있다. ‘헛배만 부른 치과의사’란 제목의 만평에는 한해 소득세율이 19%나 오른 것에 대한 한탄이 담겨 있다.


치과의사 과잉배출과 관련해서는 국시 낙방생이 1명이라는 사실에 설상가상이라고 고민하는 치과의사들의 모습이 지금과 같고, 보건소에 제출한 환자 진정서 한 장으로 업무정지를 당해 문을 닫은 병원 앞에서 고사를 지내는 치과의사의 모습이 애처롭다. ‘수퍼알진’이라는 치과재료가 표시보다 총량미달로, ‘레스토덴트’라는 제품이 변질된 채 유통되고 있다는 불만도 눈에 띈다.  

치협 운영에 대한 비판을 담은 만평들도 있다.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이 후보, 저 후보 연회장을 오가며 배를 채우는 대의원들을 비판하기도 하고, 미결안건은 쌓여 가는데 회장은 사리사욕만 채우려 자리를 차지했나 보다 하는 비판도 날카롭다. 무소속 치과의사 476명, 협회비 납부율 64.6%라는 문구도 요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치의촌에 공보의들이 배치됐는데 장비가 없어서 제대로 된 진료를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나 국방력은 점점 세지는 데 군의관 TO나 장비는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아쉽다고 정부에 하소연  하기도 한다.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 연말 망년회는 고급 호텔 연회장만 찾는 치과의사들을 풍자하고 있는 데에는 촌철살인이 느껴지고, 협회 정기대의원총회를 준공 된지 얼마 안 된 63빌딩에서 개최한다고 해 기대했는데 장소가 변경돼 아쉽다는 내용은 옛 기억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