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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보내는 편지-침묵의 소리

스펙트럼

난 꿈이 많아서 아직도 잠이 많은데 자연은 시간이 지날수록 잠이 없다. 자연은 매일 새로운 풍경화를 그리는 화가다. 오늘도 일찍 일어났나 보다. 붓 하나 들고 무엇을 그리려나?  마음으로 나뭇가지를 들여다보더니 연두빛깔에 붓을 올려 놓으네. 순간 질투 많은 바람이 멀리서부터 몰고 온 흙먼지를 뿌렸다.

‘콜록! 콜록!’ 다시 목을 감싼다. ‘그래! 하루 더 쉬었다 하자. 내가 예년보다 조금 일찍 나오긴 했지? 일찍 나왔다고 관심도 안 가져주나? 무심하기는…’ 자연의 볼멘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고개를 돌려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추워서 생각지도 못했는데, 난 아직도 두꺼운 옷 벗어버리지도 못했는데 벌써 시간이 그리 되었나?’ 출근길 풍경이다. 큰 도로를 관통해 바로 갈 수 있는 길을 나는 일부러 안양 천변 좁을 길을 택한다. 그 길의 선택은 도심사이에서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자연의 변화를 느끼지 못할까하는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안양 천변은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개나리가 즐비해 있고 목련나무가 다가올 4월의 노래를 불러주고 철쭉꽃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다 떠는 모습 보는 것만으로도 한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그 길을 지나오는 시간이 난 행복하다. 같은 듯 늘 다르기 때문이다. 천변이 끝나는 부근에 커다란 은행나무 몇 그루가 위용을 자랑하듯 서있다. 그리고 난 도심의 도로로 들어선다. 출근이다.

강한 것은 요란하지가 않다. 늘 한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할 일을 하는 것이다. 불평도 불만의 소리도 없이 주변 환경에 녹아져서 순화되어가는 것이다. 자연이 주는 소리다. 침묵하고 있지만 요란하지 않지만 강하다. 이 아침 자연은 나에게 말한다. 마음의 울림은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손이요, 부드럽게 감싸는 포옹이라고. 자녀들이 힘들고 고독한 긴 터널을 스스로 통과해 광명한 그 빛을 바라볼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라고.

오늘의 깨달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순수한 님
(3월에 내린 눈을 바라보며)

봄 즈음에
멋들어지게 오색빛깔로 치장하려던 님
노오랑 빛깔 한 방울 떨러뜨려 놓고
물끄러미 바라보며 꾸우벅 고개 떨구는 동안

떠나가기 못내 아쉬워하던 다른 님 고개 돌려
그 위에 하양 빛깔 한 가득 엎어놓고
훌쩍 떠나버리네요.

넋 놓고 바라보던 우린
님이 잠에서 깨어나기전
두터운 옷들을 벗어 가지가지마다 덮어
하얗빛깔 지워주어야 해요.

그래야 님이 꿈꾸고 있는 그림 그려
님이 고이 간직하고 있는
기쁘고 행복한 선물 받아요.
우리 님은 순수하니까요.


 조갑주  안양 웰빙미치과의원 원장